11일 중소벤처기업부 박성진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뉴라이트 역사관, 창조과학 신봉 등 ‘철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박 후보자는 여야 양 진영의 공격을 받았다. 정책 질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청문회는 박 후보자가 3년 전 포항공대 행사에 뉴라이트 인사 변희재 씨를 초청했다는 논란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당시 변 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 친한 선배가 추천해 행사에 단순히 연결만 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지식인, 지성인으로서 자기반성이 없는 것 같다”며 “교수로서 자기 검열이나 자기 책임은 없느냐”고 나무랐다.
박 후보자가 신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창조 과학에 대해서도 질의가 쏟아졌다. 창조 과학은 진화론이나 지구과학, 천체과학 등 현대 과학의 이론적 성과를 부정하고 성경에 쓰인 창조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이론이다. 박 후보자는 한국창조과학회에서 이사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현대 과학은 지구의 나이를 45억 4000만 년으로 추산하는 데 비해 창조 과학은 6000년으로 보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지구의 나이를 몇 살이라고 보는가”라고 질문하자, 박 후보자는 “지구의 신앙적인 나이와 과학적인 나이는 차이가 있다”고 에둘러 대답했다. 김 의원이 대답을 촉구하자, 박 후보자는 “지구 나이가 6000년인 데는 동의하지 않지만, 신앙적으로 믿고 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그는 “저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으로 창조 과학이 아닌 창조론을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박 후보자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고 있는 터라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앞서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자유한국당은 박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해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청문회에서 보여준 태도도 냉담하기는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가)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차라리 질문을 하지 말까’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성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다고 본다”며 “여론의 움직임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