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마을버스는 ‘무한 기다림’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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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을버스는 ‘무한 기다림’ 버스
  • 취재기자 김혜련
  • 승인 2013.09.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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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안내 시스템도 없고, 배차 간격도 '둘쭉날쭉'
▲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취재기자 김혜련)

여전히 햇빛이 따가운 초가을 부산의 한 버스정류장. 10여 명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서성인다. 버스가 도착하면 대여섯 명이 버스를 타고 사라지고, 또 다른 버스가 오면 다시 대여섯 명이 사라진다. 그런데 너댓 명은 버스가 여러 대 지났어도 그냥 그 자리에 장승처럼 서있다. 

자신들이 기다리는 마을버스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시내버스 승객들은 속속 떠나지만,  마을버스 승객들은 이처럼 늘 장시간 하염없이 기다리기 일쑤다. 정류장마다 설치된 도착안내시간 단말기는 오직 시내버스의 대기 시간만 알려준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은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도 모른 채 따가운 햇빛 아래 무한정 기다려야만 한다. 마을버스는 정해진 배차 시간도 잘 지켜지지 않는데다, 도착안내시간 단말기에는 마을버스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 대연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3) 씨는 대연푸르지오 아파트 앞 마을버스 정류소에서 폭염에도 불구하고 마을버스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는 “날씨도 이렇게 더운데, 버스가 언제 오는지 모르니 답답해요. 배차 시간도 최대가 10분이라고 적혀있는데, 더 기다린 것 같아요”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김 씨와 같은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린 주부 배모(45) 씨도 짜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배 씨는 “한번 씩 마을버스가 늦게 도착할 때면, 기다리는 것도 짜증나지만 사람들도 그 사이에 많이 몰려서 버스를 탈 때 복잡해져요. 시내버스보다 버스도 작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특히 늦은 시각에 마을버스를 이용해 귀가하는 승객들은 밤이 깊을수록 더 초조하다. 큰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마을버스만 운행되는 곳이 많다. 그러나 늦은 시각 집으로 귀가하려는 주민들은 원래 알려진 마을버스 배차 시간을 기다려도 버스를 제 시간에 쉽게 탈 수 없다.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대연혁신 아파트 앞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던 대학생 박모(25) 씨는 20분이 넘도록 마을버스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는 “시내버스는 차가 언제 오는지를 알 수 있는데, 마을버스는 단말기도 없어서 언제 올지 알 수도 없고, 그냥 택시비 아껴보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20분은 더 기다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 사상구에서 마을버스 2-1번을 이용하는 주부 김모(45) 씨는 정해진 15분의 배차 시간 안에 버스를 타 본 기억이 없다. 그녀는 “왜 늦었냐고 기사에게 물었더니, 앞차가 한 대 빠져서 그렇다고 했다”며 “승객들을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기다리라는 것이 말이 되냐”고 말했다.

부산 대연동 마을버스 1번을 이용하는 승객 10명에게 질문한 결과, 그들 모두는 기존에 정해진 배차 시간 8분 그 이상을 기다린 경험이 다들 있다고 대답했다.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버스의 도착시간을 알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됐다. 그러나 부산 마을버스의 경우엔 도착 시간을 알리는 정류장 단말기는커녕 스마트폰 앱도 없다. 이 때문에 부산 마을버스는 이용 승객들에게 ‘무한 기다림’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 아크로팬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도시교통본부가 지난해 5월 서울시 마을버스에 도착안내시간 단말기 서비스를 도입한 후, 마을버스 배차 간격 준수율이 전년 대비 28%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후,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부산 시민들도 부산도 서울처럼 단말기에 마을버스 정보를 표시하고 배차 시간 준수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연동 청구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44) 씨는 “서울은 되는데 왜 부산은 안되나요? 부산 사람들도 좀 편하게 마을버스를 이용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부산 마을버스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부산시 대중교통과 류극희 씨는 “서울의 마을버스는 시내버스와 같다고 보면 된다. 부산에 비해 노선이 길고 노선수도 많아 단말기 시스템을 빨리 도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마을버스에 대한 정보는 시내버스와 달리 구군별로 분산 관리하는 있고, 정보 통합이 어려워 단말기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부산의 마을버스 단말기 설치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류 씨는 “부산의 경우 승객들에게 정해진 마을버스 도착 시간표를 제공하는 것을 방안을 마련해서 승객들의 불편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버스의 들쭉날쭉한 배차 시간에 대해서는 “마을버스 회사의 관리 문제”라며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과 협조하여 불편을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의 마을버스 회사 중 하나인 (주)부경버스 측은 들쭉날쭉한 마을버스 배차 시간에 대해 “다른 버스 회사의 경우 차가 한 대 빠져서 배차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는 예비차를 미리 마련해 두어 차가 빠지는 일은 없다”며 “5분 내지 10분 정도 늦어지는 것은 출퇴근 시간에 단지 차가 막혀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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