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예술가 마을로 탈바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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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예술가 마을로 탈바꿈 중
  • 취재기자 김영우
  • 승인 2013.09.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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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구, 폐가 활용해 ‘흰여울 문화마을’ 조성하고 예술가 초빙

시내버스 82번을 타고 부산의 명물 영도다리를 지나 영도로 들어가면 태종대가 나오기 전, 영선동 해안가 일대에 시원한 바닷바람이 반긴다. 버스에서 내려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산책길로 내려가다 보면 골목 여기저기 낡은 집들 사이에 새 옷을 입은 집들이 보인다.

▲ 부산시 영도구 영선동에 위치한 흰여울 문화마을(사진: 김영우 취재기자).

이곳이 바로 부산 영도구 영선동 '흰여울 문화마을'이다. 이곳은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 홍티아트센터, 사상구의 아트터미널 사상 인디스테이션과 함께 서부산권의 예술 활성화를 위해 영도구청에서 마련한 집단 예술 창작인을 위한 공간이다.

영도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흰여울 문화마을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은 현재 6명이다. 그림과 목공 등 다양한 소재로 예술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영선동 흰여울길의 폐가와 공가를 리모델링한 작업 공간을 영도구로부터 제공받는 대신 흰여울길에서 창작활동을 한다. 이들은 영도구청과의 계약 기간 동안 창작 활동을 통해 최대 5년까지 작업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다.

올해로 2년째 흰여울길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 이정은 씨는 “(그때 당시)마침 작업 공간이 필요하게 돼서 들어오게 됐다. 바닷바람도 좋고 주변 환경이 조용해서 좋다”고 말했다.

▲ 골목길 구석에 그려진 벽화(사진: 김영우 취재기자)

영도는 6·25 때 피난민들이 몰려와 판자촌을 이루어 살게 된 것이 지금의 영도가 됐다. 부산 자갈치 남포동에서 유명한 영도다리를 건너면 섬인 영도에 들어서게 된다. 영도에서 흰여울길은 소유주가 구청으로 돼 있고, 거기다 산비탈에 위치한 빈민촌이기 때문에, 거주민들은 새로 집을 지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희여울길을 떠나게 되었고, 그 여파로 빈집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영도구청과 뜻있는 예술가들이 모여 이 일대를 바꿔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흰여울 문화마을이 탄생한 배경이다.

▲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벽화(사진: 김영우 취재기자)

흰여울길 골목골목을 돌아다녀 보면,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그림들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그 가치를 더한다. 마을이 예뻐지자, 하나둘씩 찾는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 덕에 흰여울길 사람들은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힌여울길은 지금은 마을 아래 해안 산책로와 함께 영도를 찾는 관광 명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흰여울길을 3년 만에 찾아왔다는 관광객 배승현(33) 씨는 “예전에는 이런 그림들이 없었는데, 그림 덕에 동네가 화사해져 보기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들 흰여울길 벽화들은 바로 이곳에 자리잡은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흰여울길 예술가들은 더 큰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다. 지금까지 그려왔던 벽화 작업을 중단하고, 예술가들은 이곳을 그리스의 산토리니로 만들 생각이다. 흰여울 문화마을에서 개인 작업실인 송천 아틀리에를 운영하고 있는 목공 예술가 윤진우 씨는 “벽화라는 것이 사실 가난의 상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벽화를 그리기보다는 건물에 화이트 칼라를 주어 그리스 산토리니 느낌이 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고 말했다.

▲ 라온 아틀리에(사진: 김영우 취재기자)

하지만 일이 순탄치만은 않다. 흰여울 문화마을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재작년부터 예술 활동을 시작했지만, 부산시에서 지원한 것이라고는 폐가와 공가를 리모델링하여 작업공간을 제공한 것이 전부다. 그래서 6명의 예술가들은 지역 사회 인사들과 부산미술협회 등의 찬조를 받아 흰여울 문화마을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이곳 예술가마다 하나씩 운영하고 있는 작업실인 아틀리에를 개방하여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들 예술가들은 모두 지역에서 오랫동안 예술 활동을 지속해온 사람들인 만큼, 그들의 다수 작품을 자연스럽게 아틀리에에 전시하여 내방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해안산책로에 위치한 흰여울 문화아트센터에서 작가마다 1년에 한 번씩 개인전과 단체전을 치러 많은 사람에게 이곳을 알리는 일은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흰여울 문화마을을 알려, 감천문화마을이 부산시의 지원을 받는 것처럼, 이곳도 부산시의 지원을 받는 게 목표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예술가들은 흰여울길을 꾸미는 것 외에도 커피숍과 게스트하우스를 만들 계획이다. 예술가 윤진우 씨는 “이곳 사람들이 가난하고 나이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생활비를 벌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이런 수익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현재 커피숍과 게스트하우스는 역시 폐가를 활용해 리모델링 중이다.

▲ 그리스 산토리니와 닮은 흰여울 문화마을 전경(사진: 김영우 취재기자).

마을 사람들을 하나둘씩 떠나보내며 외로움을 느끼던 이곳 주민들은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최순자(64) 씨는 “동네가 예뻐지니까 젊은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 화사해지고 좋아졌어요. 이제 좀 사람 사는 동네 같아졌어요”라고 말했다.

▲ 지역민들을 위한 체험교실과 문화마을 예술가들의 전시회가 열리는 흰여울 문화아트센터(사진: 김영우 취재기자)
▲ 시온, 송천 아틀리에에 있는 작품들(사진: 김영우 취재기자)

이러한 예술가들의 노력 속에 영도구청 관계자도 조금씩 지원을 하고 있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흰여울 문화마을을 단순한 예술가들의 점유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공생하는 복합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하고, 문화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코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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