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부산,' 논란 속 영화의 전당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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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부산,' 논란 속 영화의 전당 이전
  • 취재기자 최서영
  • 승인 2013.08.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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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늘고, 프로그램은 다양해졌다
▲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부산의 모습. 출입문에는 이전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사진: 최서영 취재기자).

한 여학생이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 시네마테크 부산으로 찾았다. 일반적인 영화관들보다 작은 시네마테크 부산은 사람들이 모여서 영화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등 따뜻한 분위기를 풍겼다. 1년 후, 그녀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시네마테크 부산을 다시 찾았지만 문 앞에는 철거한다는 안내문만 붙여져 있어 그대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이영빈(20) 씨는 시네마테크 부산이 이전을 한다는 소식을 몰라 당황했었다는 기억을 전했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1999년 8월 부산시가 건립했고,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서 위탁운영을 했던 부산의 대표적인 영화문화공간이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일반 극장에서는 보기 힘든 고전·독립·예술영화만을 상영하고, 부국제의 출품작과 아시아 지역의 영화 등을 수집하는 사업인 ‘필름 아카이브’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영화에 대한 이론·실습 강좌를 개설해 부산영화의 메카로 불렸다.

2011년 10월, 시네마테크 부산은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있던 건물을 떠나 영화의 전당으로 이전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부산독립영화협회와 부산시가 이전 이유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시네마테크 부산이 영화의 전당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네마테크 부산이 재개발 논리로 인해 이전해야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부독협 관계자는 “부산시가 1500억 원 이상을 들여 수영만을 재개발한다는 계획인데 역사적 가치를 지닌 시네마테크 부산이 개발 논리에 밀려 철거되는 것은 문화적 퇴행”이라고 전했다.

부산시 영상문화산업과 노윤숙 씨는 시네마테크 부산 이전 이유는 기존 언론에서 말한 수영만 재개발 사업이 아니라 영화의 전당이 완공되면서 영화라는 같은 기능때문에 자연스럽게 합쳐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이전 이유뿐만 아니라 독립성 때문에 이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시네마테크 부산이 그전에는 사단법인으로서 부산시에 예산을 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했는데 영화의 전당의 산하조직으로 들어가면서 독립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시네마테크 부산 이전에 대해 반대의견을 보였던 부산시민 하상욱(28) 씨는 “영화의 전당에 종속되면 당연히 그전과 달리 위쪽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고, 전처럼 영화를 상영하고 결정하는 데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반대했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전당 영화기획팀장 이승진 씨는 영화의 전당 안에 영화처 아래 영화기획팀이라는 시네마테크 부산 전담부서를 따로 두기 때문에 업무적인 부분에 있어 독립성이 저해되는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과정에서 흡수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 독립성이 저해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 물론 전에 비해 서류적인 절차는 늘어났지만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수영만 시절의 시네마테크 부산 팬이었다는 박지태(21) 씨는 “시네마테크 부산에서는 보기 어려운 영화를 많이 상영해 자주 찾던 곳이었는데 이전한다는 말 듣고 걱정을 많이 했다. 영화의 전당은 수익성을 고려할 텐데 수영만 때처럼 (고전·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서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시네마테크 부산의 운영 목적이 수익성이 아니기 때문에 상영에 대한 어려움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관영화제나 기획전을 통해 영화 상영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소가 바뀐 거지 운영하는 목적이 바뀐 게 아니다. 기존 시네마테크의 목적성을 잘 지켜나가면 수익성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전당에 따르면, 시네마테크 부산이 영화의 전당으로 이전하면서 관객이 3배정도 증가했다. 시네마테크 부산 이전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했지만 이전 이후, 시네마테크 부산은 영화의 전당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 팀장은 “앞으로 시네마테크 부산을 시네마테크의 고유한 목적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는 곳,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한 곳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영화의 전당으로 이전하면서 시네마테크 부산을 자주 찾게 됐다는 부산시민 전숙현(34) 씨는 “교통도 편리하고 시설이 좋아져서 좋다. 무엇보다 앞으로 시네마테크 부산이 영화의 전당 안에서 어떤 영화들을 보여줄지 궁금하다”며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한편,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수영만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부산의 건물 철거를 반대하고 있으며, 기존의 시네마테크 부산을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활용하는 등 시네마테크 부산을 보존해달라고 부산시에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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