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즐거운 사라>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66)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5일 오후 1시 50분쯤 마광수 전 교수가 자택인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는 자신의 유산을 시신을 발견한 가족에게 넘기고 시신 처리도 가족에게 맡긴다는 내용의 유서도 발견됐다.
경찰은 마 전 교수는 최근 우울증 증세를 보여왔고 목을 맨 채 숨진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우울증 등의 자세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마 전 교수는 지난해 8월 연세대 교수를 정년 퇴임했다. 연세대에서 해직과 복직의 반복으로 명예 교수 직함은 달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마 전 교수는 주로 자택에서 혼자 지냈으며 가사 도우미가 집안일을 도왔다.
1951년생인 마 전 교수는 연세대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1년부터 모교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마 전 교수는 윤동주 시인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윤동주 시인의 작품에 관련된 여러 논문을 남겨 국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마 전 교수는 1989년 펴낸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1992년 발간한 <즐거운 사라>의 외설 논란이 빚어졌고 ‘음란 문서 유포죄’로 구속되기도 했다. 아직도 <즐거운 사라>는 음란 서적으로 분류돼 재출간을 할 수 없는 금서다.
마 전 교수의 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애도의 말을 전했다. 직장인 김시훈(27, 경남 창원시) 씨는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있던 분”이라며 “시대를 앞서갔던 의식 때문에 외롭게 가신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 네티즌은 “‘꽃은 외롭지 않아. 암술과 수술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니’라는 마광수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며 그를 추억했다. 마 전 교수의 제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외설 논란이 있었지만, 마광수 교수님은 살아생전 성 추문 한 번 없었던 분이셨다”며 “오늘따라 책들이 가득 꽂힌 서재가 슬퍼 보인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