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는 편견보다 진실에 가깝다"...‘청년경찰’은 조선족과 여성에 대한 진실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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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는 편견보다 진실에 가깝다"...‘청년경찰’은 조선족과 여성에 대한 진실을 가렸다
  • 부산시 서구 안소희
  • 승인 2017.09.04 20:13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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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서구 안소희

편견은 특정 집단에 대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이나 견해를 가지는 태도를 말한다. 편견은 어디든 존재하며, 우리 문화 속에서도 깊게 자리 잡고 있다. 20대 특유의 유쾌함과 요즘 인기 있는 배우 강하늘, 박서준을 캐스팅해 흥행몰이 중인 영화 <청년경찰>도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몇 가지 편견이 눈에 띈다.

영화를 보기 전 먼저 <청년경찰>을 관람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영화를 보면 재미 반 불편함 반일 것이라고. 처음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많은 관객에게 호감을 얻은 이 영화에 불편함을 주는 요소가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후, 나는 친구의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그리고 불편함이 내 의식 안으로 비집고 올라왔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어떤 여자가 납치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범인들을 따라가다 놓치고 만다. 그러다 납치당한 여자가 일명 ‘귀파방’이라는 유사 성행위 업소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굳이 피해 여성을 귀파방에서 일하는 상황으로 설정했어야 했을까? 그냥 늦게 귀가하는 학생 정도로, 다시 말하면 그냥 보통 여성으로 설정했으면 안 되었을까? 이 부분에서 나는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 더 범죄에 쉽게 이용당한다는 편견이 감독에게 있었다는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이 관객들에게도 미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파방이라는 요상스런 업소를 이용하는 남성을 비난할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 끔찍한 범죄에 빠진다는 게 너무 안쓰럽고 싫었다.

최근 한국 영화의 단골 범죄자, 악인은 조선족이다. 영화 <황해>, <신세계>, <차이나타운>, <공조> 등 범죄를 다루는 이야기에 주로 등장하는 게 조선족이었다. <청년경찰>에서도 역시 범죄 조직은 조선족이었다. 영화 속에서 근본적인 악역은 난자를 적출하려는 산부인과 의사였다. 그러나 앞서 두 주인공이 조선족들과 싸우고 그들과 싸우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들은 마치 여자의 몸에 난자 수십 개를 배양해 옮기는 조선족이야말로 주인공들에게 가장 큰 적인 듯 보여줬다. 영화에 등장하는 택시기사도 주인공들에게 “이 동네는 여권 없는 조선족들이 많이 살아서 칼부림도 많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선량한 대다수 조선족들이 이 대사를 들으며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는 게 이해된다.

미국에서는 흑인, 이민자 등이 영화 등의 단골 범죄자로 등장한다. 최근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동남아인, 중국동표 등이 범죄자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최근 영화 분위기가 이쯤되니, 조선족=범죄 조직이라는 공식이 마치 사실처럼 퍼지고,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악질인 범죄 조직으로 조선족을 앞다투어 등장시키고 있다. 최근 조선족은 화장품 가게나 식당에서, 심지어 길에서도 쉽게 마주친다. 이들은 우리의 해외동포다. 우리와 같은 핏줄이면서도 이런저런 사연 때문에 해외에 살게된 우리 민족이다. 이들을 영화와 드라마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이질감을 조장하고 있다. 조선족들을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을 미디어가 퍼트리고 있다.

이 영화의 편견은 또 있다. 영화에서는 건장한 남자들의 노출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주인공들이 씻는 모습, 땀 흘리며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이 장면에서 여성 관객들은 두 배우의 몸매와 얼굴을 칭찬하며 환호하기 바빴다. 반면 여성의 가슴이 부각되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침묵했고, 짜증난다며 불평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왜 이 영화의 관객들은 여성의 노출에는 불편해 하고, 남성의 노출에는 환호하는 것일까? 여성의 노출은 성의 상품화이므로 선정적이고 불편해 하고, 남성의 노출은 섹시하고 멋지다고 한다. 여성의 노출이나 남성의 노출이나 다 불편하고 다 성을 상품화하는 것이다. 여성 관객마저도 스스로 남성의 성상품화에 불편 없이 동조하는 편견을 나는 느꼈다.

남성들의 노출을 성상품화 대상이란 의식보다는 건강미로 미화하는 것은 편견의 일종이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데니 디드로는 무지는 편견보다 진실에 가깝다고 했다. 아무 선입견 없이 모르고 보면 편견 없이 사물을 볼 수 있지만, 편견이 끼면 우리는 진짜를 못 보게 된다는 게 디드로의 생각이다. 즉, 편견은 진실의 방해꾼이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영화와 드라마 등 미디어에 의해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그 편견이 또 다른 편견을 낳는다. <쳥년경찰>은 우리에게 조선족과 여성과 남성에 또 하나의 편견을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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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2017-12-07 21:46:55
내 살다살다 이런 기사는 처음보네요ㅋㅋㅋㅋㅋㅋㅋ

ㅇㅇㅇ 2017-10-26 17:05:21
가령 가난한 사람이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는 건 팩트입니다. 그러나 이 팩트를 해석할때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들은 나빠"가 아니라 "가난을 줄여야 범죄가 줄어드는군!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해!"라고 해석해야 올바른거죠.조선족문제도 마찬가집니다. 조선족이 특별히 나빠서가 아니라 그들을 범죄로 유인하는 환경이 있고 그 환경을 차단해야 한다는 메시지같은데 그걸 똑바로 해석못하는 사람들 잘못이지 영화 자체가 잘못은 아닌것같네요. 가출소녀도 마찬가지구요. 저 영화에서 우리사회가 가출소녀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그런 메시지를 읽어내야죠.

ㅇㅇㅇ 2017-10-26 16:50:25
아래 김민 님 생각에 동의합니다. 영화가 조선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 영화를 잘못 이해하신거 아닐까요? 누구도 모든 조선족이 다범죄자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조선족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이 다 범죄자라는 게 더 말이 안되죠. 다만 조선족은 법적으로 우리국민이 아니니까 범죄를 저질러도 잡기가 쉽지 않고 우리랑 말이 통하니까 범죄조직과 의사소통이 쉬운데다 경제적으로도어려운 사람이 많으니 범죄조직으로 유입되기 쉬운 환경인 것만은 사실이죠. 그 환경에 유혹되느냐 아니냐는 본인의 선택이겠습니다만

김민3 2017-09-17 03:14:01
참고로 오해들할까봐 한자더남긴다.. 난 영화관계자도 그쪽 세계와 전혀관련없는 영화보는걸좋아하는 일반인이다ㅎ

김민2 2017-09-17 03:11:35
왜 가출소녀며 귀파방이냐?그럼 가출소녀가 아무데나 알바가되냐부터 따져야하는거아닌가? 이영화가 담은 메시지는 가출소녀의 문제부터시작된다.어는 특정집단을 매도하는것에촛점을 먼저잡지말고 집안 부모학대를 피해 가출을 하게고 돈을벌어야하는데 불법적인 곳밖에 갈때없는 상황과 현재 범람하는 불법업소들..쉬운 타깃이될수밖에없는 가출소녀소년들의 문제에 우언 포커스를 맞춰보는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