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만만해?”...영화 ‘청년경찰’이 경찰을 우습게 그린 아이러니한 장면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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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만만해?”...영화 ‘청년경찰’이 경찰을 우습게 그린 아이러니한 장면 몇 가지
  • 부산시 연제구 조윤화
  • 승인 2017.09.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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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연제구 조윤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을 맞아 평소 가격의 반값에 요즘 재밌다고 입소문이 자자한 <청년경찰>을 봤다. 영화는 생각했던 것만큼 웃겼으나, 예상치 못하게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청년경찰>의 주인공 중 하나인 박서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미디어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특정 직업에 프레임을 씌우는 일에 익숙하다. 미디어가 씌운 프레임은 사람들의 특정 직업에 대한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 소위 미디어가 사람들의 마음이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계발효과(cultivation effect)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 권력과 거래하는 대기업의 비리를 캐고 진실을 밝히는 ‘기자’, 권력을 잡기 위해 음흉한 계략과 음모를 꾸미는 ‘정치인’들은 사람들이 이들 직업에 대해 갖는 보편적 이미지다. 이들은 영화나 TV가 이들을 그렇게 형상화한 덕이다. 나도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자들의 활약상에 필이 꽂혀 기자가 되기로 맘먹었으니, 영화가 한 개인이 갖는 직업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막대하다.

<청년경찰>을 포함해서, 영화와 드라마는 유독 ‘경찰’에 대해 야박하다. 열혈 형사, 열혈 경찰을 그린 영화도 물론 있다. <베테랑>, <공공의 적> 등 강철중 시리즈처럼. 하지만 그와 반대로 경찰을 부정적으로 그린 영화는 정말 수도 없이 많다. <쳥년경찰>의 줄거리, 그리고 영화에 대한 칭찬은 내가 거들지 않아도 좋을 만큼 시중에 많다. 나의 아버지는 경찰이다. 아버지 역시 <청년경찰>을 보고 심기가 편치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경찰인 아버지의 지적에 근거해서 <청년경찰> 내용 중 사실이 아닌 부분을 얘기하고 싶다.

시민이 경찰에 신고할 때 신분증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매우 급박한 상황에서 경찰서에 달려가서 범죄를 신고하려고 하자, 뜬금없이 경찰관이 신분증을 먼저 제시하라는 핑계로 신고를 접수하지 않는다. 이는 정말 잘못된 사실이다. 경찰에 신고할 땐 신분증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112에 전화해도 신고가 접수되는 마당에, 경찰서에 직접 가서 신고하는 사람한테 신분증 먼저 제시하라는 상황이 말이 되는가. 더 황당한 장면은 바로 뒤에 등장한다. 신고를 접수하지 않는 경찰에 분노하여 두 주인공이 소리를 지르자, 난데없이 경찰관이 두 사람을 향해 테이저 건을 쏜다. 최근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시민이 단지 경찰서에서 소리를 지른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테이저 건을 쏘지는 않는다.

나는 사소한 점을 들면서 영화를 혹평하는 ‘프로 불편러’는 아니다. 하지만 단지 재미를 위해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묘사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 담긴 ‘잘못된 사실’로 인해 어떤 이들은 경찰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흐름 때문에 억지로 사실도 아닌 장면으로 경찰관의 태도나 도덕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할 때, 많은 사람이 그런 장면을 보고 웃을지 몰라도, 경찰과 그들의 가족들은 가슴을 졸여야 한다.

영화의 대사 중 “경찰은 시민이 위험할 때 가장 먼저 응답하는 사람”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처럼 시민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경찰이 대다수 영화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에 항상 마음이 걸린다. 나의 아버지는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상에는 범죄를 그린 영화가 너무 많다. 그 영화에 경찰이 안 나올 수 없다. 생각해 보라. 범죄나 조폭을 그린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주제가 다르더라도 경찰이 안 나오는 영화가 있는지. 경찰은 거의 모든 영화에 등장한다. 그리고 시민의 보안관 역을 하는 착한 경찰을 그린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경찰이 부패하고 악역을 맡게 한다. 그래야 영화의 극적 재미와 반전의 묘미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아버지는 아예 영화를 멀리 한다. 자신의 직업이 부정적으로 그리는 영화를 누가 보고 싶겠는가.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면서까지 사람들에게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는 없다. <청년경찰>은 전반적으로, 결론적으로 경찰을 긍정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한 영화지만, 군데군데 현직 경찰들이 불편해 할 장면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경찰>은 나에게 아쉬움이 남은 영화다. 경찰관 아버지 밑에서 자란 딸로서 경찰관이라는 직업이, 그분들의 노고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단 좀 더 긍정적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최근 서울 대림동에 사는 중국교포들도 <청년경찰>에 심기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청년경찰>은 전체 영화의 흐름 상 악역은 꼭 있어야했다.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요새 거의 모든 범죄 영화에서 공통적인 단골 악역으로 등장하는 중국 교포였다는 게 문제였다. 영화는 허구라지만, 그분들이 <쳥년경찰>을 보는 내내 불편한 심정을 나는 충분히 동감한다. <청년경찰>은 전반적으로 재밌지만, 부분적으로 일부 직업과 집단을 불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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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B 2017-09-18 03:53:27
이 영화가 현실이 아니란건 알지만 ..
우리나라 경찰이 제대로 일 안한다는건 맞는거
같아용 ... 그냥 .. 내가 일이있어서 경찰서
찾아가면 .. 제대로 처리 안해주는건 사실이고 ..
걍 나라돈 받아먹는 경찰이 많은듯 ....
다 그렇다는건 아니고 .. 내가 겪어본 경찰들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