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야, 외국이야?"... 김해의 이태원 '동상동 외국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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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야, 외국이야?"... 김해의 이태원 '동상동 외국인거리'
  • 취재기자 김예지
  • 승인 2017.09.0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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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중국·태국‥방글라데시 외국 음식점 즐비...사람 사는 냄새 물씬한 '맛의 천국' / 김예지 기자

경남 김해시 동상동은 별명이 많다. 김해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기자는 여기를 '시내'라고 불렀고, 새벽부터 시장 상인들이 모인다고 해서 '새벽 시장', 현재는 '경남의 이태원', 혹은 '외국인 거리'로 불리고 있다.

처음부터 이곳이 이런 이름을 가진 건 아니다. 본래 동상동은 전통 시장이 있어 사람들로 북적이던 장소다. 하지만 신시가지가 생겨나고, 인근에 대형 마트들이 들어서면서 전통 시장의 명성은 옛말이 돼버렸다.

동상동 전통시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의 모습. 전통시장 밖에도 상점들이 즐비하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동상동에 활기를 되찾아준 건 한국으로 일을 하기 위해 모여든 외국인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남 김해시는 2016년 기준 전체 기초 자치시 중 외국인 인구 규모가 7번째로 크며, 총 1만 8432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 거주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동상동에는 자연스럽게 외국인 가게들이 생겨났다.

지금과 같은 외국인 거리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약 7년 전쯤이다. 김해시는 20억 원 가량을 들여 간판과 도로를 정비하고 차 없는 거리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마트와 외국 음식점이 하나, 둘 늘어나 이젠 각국의 가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 거주자들의 단골 맛집이 생겨나고, 해외에서 맛본 현지 음식의 추억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찾아들고, 각종 매체의 보도가 늘면서, 최근에는 외국 음식을 찾는 김해 시민들의 '맛의 별천지'로 변모하고 있다.

김해시 동상동 '외국인 거리'에 있는 베트남 식당 사이공(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식당 '사이공'의 쌀국수(Pho bo)와 야채가 서빙 된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기자가 찾은 베트남 식당 '사이공'의 쌀국수(Pho bo)는 국내의 여타 쌀국수 집과 달랐다. 베트남 사장님의 손을 거쳐 내온 음식에는 현지의 향과 맛이 물씬 느껴졌다. 쌀국수와 함께 나온 접시에는 손님이 취향에 맞게 넣어 먹을 수 있도록 숙주와 고수(Rau mùi, 라우무이), 향채(Rau Diep Ca, 라우옙까), 레몬이 담겨 있고, 젓가락과 함께 스리라차 소스가 놓여 있었다.

먹는 방법을 몰라 다른 테이블을 곁눈질하던 기자에게 이곳을 찾은 전미안(베트남인·부산시 진구) 씨가 친절히 먹는 방법을 알려줬다. 한국에 온 지 5년 된 전 씨는 친구의 소개로 처음 이곳에 왔다. 전 씨는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베트남에서 먹던 음식과 맛이 똑같다"고 반가워 했다.

현지식으로 만들어 낸 베트남 쌀국수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양꼬치 앤(and) 칭따오'라는 말의 유행 덕분인지 곳곳에 양꼬치 집이 보였다. 사진은 그중 한 곳(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거리에는 심심찮게 중국 음식점도 발견할 수 있다. 흑룡강(黑龙江)에서 온 김월(金月)(39, 경남 김해시) 씨는 송화강(松花江)이라는 중국 음식점을 남편과 함께 운영 중이다. 김 씨는 "원래는 다른 지역에 살다가 여기로 이사를 왔다"며 "주로 중국인 손님이 찾아오는데, 요즘은 양꼬지를 먹으러 한국 손님도 종종 온다"고 말했다.

동상동 아시안 마켓의 진열대 모습. 한국 제품보다 다른 나라의 제품이 더 많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인도, 네팔 음식점과 태국 마트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타이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 생소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가게 내부에는 달력을 제외하곤 낯선 풍경으로 가득했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마트에서 일하는 파크 카니트(Pak Khnit, 경남 김해시) 씨가 "사장님께 전화하세요"라며 영수증 뒷면에 번호를 적어줬다.

이 거리의 점주는 주로 외국인이지만,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한국어는 또렷했다. "한국 분이시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점주는 흔쾌히 사진 촬영을 허락해주며 "웬만한 한국어는 직원이 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국 마트 내부의 모습. 마치 태국에 있는 것처럼 달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낯설었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명숙(경남 김해시) 씨는 “평일 오전에는 거리가 한산한 편”이라며, “일요일이 되면 전통 시장을 비롯한 이곳 일대가 외국인으로 가득 차 마치 외국 같다"고 말했다. 취재를 위해 왔다는 기자에게 이 씨는 이곳 외국인의 대부로 알려진 심동민 씨의 음식점을 알려줬다.

김해시 동상동 외국인 거리에서 아시아 식자재 가게와 인도 음식점을 운영하는 심동민 씨의 모습 (사진: 심동민 씨 제공)

리톤(Liton)이라는 이름의 방글라데시 청년은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어느덧 심동민(49, 경남 김해시)이라는 이름의 한국 아빠가 됐다. 아들이 내년에 대학에 간다는 심 씨는 김해시 외국인 거리에서 아시아 식자재 가게와 인도 음식점을 운영한다.

심동민 씨가 운영하는 인도 음식점의 메뉴판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울산대학교에 있던 선배의 소개로 한국에 들어온 심 씨는 중국, 홍콩을 들렀다 관광비자로 한국에 왔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한국어 실력에 기자가 놀라자, 심 씨는 “전화 통화를 하면, 내가 외국인인 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며, “벌써 한국에 온 지 25년”이라고 말했다.

"90년대 부산에는 사상 감전동 쪽 공장에 가면 아가씨, 아줌마들이 많았다" 는 그는 부산의 온천장, 동래, 두실 등에서 거주하며 신발과 소가죽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1997년 IMF가 터졌을 때 김해로 온 심 씨는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며 “옛날에는 공장에서 일하다 다치면 다 자기 나라로 돌아갔어요. 요즘은 외국인 지원 센터도 많고, 치료해주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음식점에는 심 씨를 찾는 전화벨과 외국인들이 줄기차게 이어졌다지역의 터줏대감 격인 심 씨는 인근 외국인들의 이력서 작성부터 노동출입국언어 등의 문제를 도와주고 있었다또한, '2016 경찰청 용감한 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년 11월 가게 근처에서 들린 “도둑이야” 소리를 듣고 200m를 추격해 237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도둑을 잡은 것이다. 공로를 인정받은 심동민 씨는 ‘김해시 의로운 시민증서’ 제1호를 받았다.

태국 음식점 '르안타이'의 외관과 태국인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곽민철(39, 경남 김해시) 씨는 태국인 아내 웡수완 소핏나파 씨와 함께 태국 음식점 르안타이를 운영한다. 르안타이의 주방은 태국인 요리사가 맡고 있는 만큼 태국 본토의 맛 그대로다. 1년이 조금 넘은 신생 음식점이지만, 곽 씨의 가게는 평일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식사하는 태국인들로 북적였다. 

주 고객이 태국인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곽민철 씨는 "이 거리에는 태국 음식점이 네 곳"이라며 "그래도 요즘 태국 음식이 유행이라 텔레비전에서 보고 오시는 한국분들도 많다"며 "주로 커플 분들이 오신다"고 답했다. 르안타이 홈페이지와 블로그에는 음식 사진과 함께 설명이 나와 있다.

태국 식당 르안타이의 다양한 태국 음식. 왼쪽 위부터 파인애플 볶음밥, 똠양꿍, 쏨땀, 팟타이(사진: 곽민철 씨 제공)
사회적 기업 '카페 통'의 외부 모습(사진: 최민지 씨 제공)

김해시에 따르면, 민원실에 위치한 '카페 통' 테이크 아웃 전용점은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지에서 온 결혼 이주 여성이 근무한다. 이들은 모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한국어에도 능통하다. 외국인 거리에는 사회적 기업 '카페 통'이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최민지(23, 경남 김해시) 씨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온 결혼 이주 여성 2명과 필리핀 여성 1명, 한국 여성 2명이 이곳을 운영한다고 한다.

베트남 연유 커피. 연유와 내려진 커피를 섞어 얼음에 부어 마시면 된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커피 잔에 베트남 연유를 붓고, 그 위에 바로 원두를 추출한다. 티 스푼으로 잘 섞은 후, 얼음이 가득 담긴 잔에 부어 저어가며 천천히 마시면 된다. 따로 물을 추가하지 않기 때문에 연유의 달달함과 커피의 진함이 느껴졌다. 베트남 연유 커피의 첫 인상은 강렬했지만, 얼음이 녹아도 밍밍해지지 않아 좋았다.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안영인(25, 경남 김해시) 씨는 "베트남 커피는 처음 마셔보는데, 생각보다 입에 잘 맞다"며 "낯설지만, 맛있다"고 말했다.

글로벗 도서관에는 벽면마다 각 나라의 책들이 빼곡했다. 사서 김아림(34, 경남 김해시) 씨에게 한국에 온 지 7년 된 중국인 이윤화(李润花, 44, 경남 김해시) 씨는 종종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 이윤화 씨가 김아림 씨에게 중국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중국어 공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김해시 인력 지원 센터의 모습.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모두 한국어가 가능한 외국인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외국인 거리가 형성된 만큼 동상동 인근에는 외국인을 위한 인력 지원 센터와 각 나라의 책을 모아놓은 글로벗 도서관, 일요일에도 이용할 수 있는 해외 송금 센터, 한국어 능력 시험을 위한 토픽(TOPIK) 수업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오는 9월 17일에는 동상동 주민과 이주민이 함께하는 동민 노래자랑 대회가 열린다.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일요일의 외국인 거리'가 궁금하다면, 이곳을 방문해 맛있는 음식과 함께 낯선 설렘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동상동에서 열리는 노래자랑을 알리는 안내문(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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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2018-06-05 18:20:11
대한민국 국민이 선주민??? 어이가 없네
지금이야 상대적으로 소수니까 조용하지 무분별하게 불법외국인 급증하면
사회갈등이 폭발한다 팩트다 그전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