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주인은 국민이다
상태바
정보의 주인은 국민이다
  • 경성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우병동 교수
  • 승인 2013.01.16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961년 미국의 뒤뜰 격인 남미의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 선언을 하자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를 침공할 것을 결심했다. 카스트로가 지도하던 쿠바가 당시 냉전 중이던 미국과 소련 중 소련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미국의 뒷덜미에 단도를 들이대는 것처럼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난민들을 게릴라로 위장하여 이해 4월 1일 쿠바의 피그 만을 침공하는 작전 계획이 세워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은 뉴욕타임스 등 유력한 언론사의 기자들이 이 사실을 알아채고 확인을 요구한 것이다. 당국은 기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침공 후까지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는 엠바고를 요청했다. 언론사들은 이를 받아들였고 CIA가 중심이 된 작전 팀은 침공을 결행했다. 그러나 허술한 정보와 잘못된 판단으로 이루어진 이 작전은 참패해 침투한 난민들이 전멸했고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비난과 모욕을 당해야 했다.

사건이 끝난 뒤 케네디 대통령은 기자들이 침공 사실을 보도했으면 다시 한 번 사태를 점검해보고 작전 성공의 가능성을 검토해 보았을 텐데 보도하지 않아서 이런 실패를 저질렀다고 당시의 상황을 크게 후회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실은 정부가 정보의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아주 좋은 사례다. 정부나 당국자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누군가 따져보거나 시비를 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이 판단하여 결정한 대로 시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당국자의 의견이나 판단이 옳을 것이라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검토하고 판단하면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가 하는 일은 관리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와 관리들은 국민들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국민들의 일을 대신해서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나 업무에 관한 정보는 그들의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업무를 위임한 국민의 것이 되는 것이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나 공무원들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사실들을 그들이 알려주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나라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위임받은 대리인들이 시킨 일을 제대로 행하는지 아닌지 알아낼 수 있다. 국민들이 시킨 일을 잘 수행하지 못하거나, 정부와 관리들의 이익과 목적에 따라 일을 한다고 판단될 때 국민은 언제라도 그들을 물리치거나 갈아치울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요체인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국민들은 언제라도 알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 정부가 언론에 대하여 행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은 이러한 원칙들을 망각하거나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돼 우려를 사고 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나 관리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된 업무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주인이 되어 업무를 행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접근권을 줄이고 공보관이라는 일정한 통로를 이용하여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자신들이 판단하여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겠다는 뜻과 다름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권리를 제한해줄 것을 요청하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자세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과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그 사용은 국민들로부터 감시당하고 비판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