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거리의 흡연 부스는 ‘화생방 훈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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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거리의 흡연 부스는 ‘화생방 훈련장’
  • 취재기자 신민근
  • 승인 2013.08.0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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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이 급선무지만, 보건소 관리 인력은 단 1명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음식점, PC방 등 다중이용업소의 실내 금연이 실시된 가운데 지자체에 따라 시내버스 정류장, 공원, 해수욕장, 공항 건물 앞, 시외버스터미널 건물 앞 등 일부 실외 지역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지자체의 관리 미흡과 단속 인력 부족으로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 사상 금연거리에 설치된 흡연부스(사진: 신민근 취재기자).

부산 사상구청은 지난해 7월 사상역 5번 출구 앞 광장을 금연거리로 지정했다. 구청은 이곳 흡연을 금지하기 위해 벽에 포스터를 붙이고 바닥에는 금연 공간임을 알리는 표시를 해놓았다. 또한 외부 민간 업체가 광고를 게재하는 조건으로 실외에 흡연 부스를 설치하도록 허용했다. 이것은 공항 앞 거리를 제외하곤 실외에 설치된 전국 최초의 흡연부스였다.

하지만 화제가 됐던 사상터미널 흡연 부스는 관리 미흡으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흡연 부스 내부를 살펴보면 얼마나 관리가 안 되고 있는지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바닥은 흡연자들이 뱉은 침과 담뱃재로 가득했고 쓰레기통은 언제 비워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담배 꽁초로 넘쳐나고 있었다.

흡연자들은 막상 담배를 피기 위해 흡연 부스로 들어가도, 내부 상태를 보고 다시 밖으로 나와서 흡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흡연 부스 밖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대학생 김모(23) 씨는 거리에 금연임을 알리는 표지때문에 흡연할 공간을 찾다가 흡연 부스를 발견하고 들어갔으나 내부 상태가 너무 지저분하여 밖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는 “담배 연기가 자욱한 저런 화생방 훈련장 같은 흡연 부스에서는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 청소를 하지 않아 쓰레기가 넘치는 흡연부스 내부의 모습(사진: 신민근 취재기자).

흡연자인 박모(32) 씨 또한 같은 불만을 토로하였다. 그는 거리에서 흡연을 금지하기 위해 흡연 부스를 설치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렇게 관리가 미흡하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가뜩이나 흡연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데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 공간에서조차 담배를 피울 수 없는 환경이라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관할 구역인 사상구청 관계자는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보건소에 문의를 해보라며 담당 구역 내의 보건소로 연결을 해주었다.

보건소 관계자 역시 흡연 부스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인력과 예산의 문제를 들며 관리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사상구 전체의 흡연을 단속하는 인원이 현재 편제상 1명밖에 없는 상황이라 흡연자들을 단속하고 흡연구역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 흡연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고있는 사람들(사진: 신민근 취재기자).

그는 또 단속 및 관리가 힘들어서 흡연 부스가 있는 시외버스터미널 관리소 측에 청소를 담당해 달라고 협조를 부탁했으나 그쪽에서도 제대로 청소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담당자는 “협조를 구한 것이지 강제성을 띈 명령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터미널 측에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상보건소 담당자는 보다 원만한 업무 수행을 위해 단속 및 관리 인원을 늘릴 수 없는 이유는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항상 걸리는 부분이 예산 문제다. 예산이 많아 인원이 많아지면 우리도 좋고 시민들도 더욱 편해지겠지만 예산 확보가 힘들어서 늘 어려움에 봉착한다”고 했다. 그는 예산이 많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에서 흡연관리 인력에 대한 편제가 1명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그쪽에서 편제를 더욱 늘려주지 않는 이상 마음대로 단속 및 관리 인력을 늘릴 수는 없는 처지라고 했다.

한편 지난 3월부터 경범죄 처벌법이 개정되면서 흡연자 단속은 각 지자체의 보건소직원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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