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뜻을 내비쳤다. 안 전 대표는 서울 시장 출마를 두고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겠다”고 발언했다.
안 전 대표는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이 신뢰를 회복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여건이 될 때 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지 그 당시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며 “내년 지방선거까지만 계획이 있고, (지방선거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으면 그 기세를 내년 지방선거로까지 이어가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안 전 대표는 이 방송 프로에서 본인이 당 대표 적임자라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는 “지금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지방선거 치르면서 당이 소멸될 수도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제가 한 명이라도 더 당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섰다. 3년 전에도 공동 당대표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언급처럼 실제로 국민의당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소멸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광역단체장을 한 명도 내지 못하면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국민의당의 한 원외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핵심 기반인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열세”라며 “40석을 보유한 원내 제3당에서 광역단체장이 나오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론이 거세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에서 약세를 보이더라도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이 되면 당이 소멸될 위기는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안 전 대표의 출마설을 놓고 국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다만 온라인 반응을 보면 많은 네티즌들은 그의 출마 명분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 네티즌은 “정치권에 발은 들여놨고 대통령 후보까지 했으니 그대로 몰락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나 보다”라며 “어떻게든 정치판에서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는 거면서 당의 위기라느니 국민들을 위한다느니 운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안철수만한 사람이 없다”는 의견을 낸다. 한 네티즌은 “예전에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당선돼 정치를 배웠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정치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시기를 잘못 탔다”며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새 정치를 위해서는 안철수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가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향후 서울시장 선거 후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된 인사에는 박원순 현 서울 시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있다. 서울시장 혹은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의사를 정확히 밝힌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 시장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장은 지난 6월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 시장과는 살아온 과정이 다 같은데 굳이 그렇게 밀어내야 할 시도를 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며 “여권 내 유용한 자원이 무한대로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중복되거나 손상 입히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부터 정계 입문설이 제기된 황 전 총리가 보수 진영을 대표해 서울 시장에 출마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서울 시장에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이 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레이더P’ 보도에 따르면, 홍 대표는 지난 6월 초·재선의원 초청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대로라면) 서울시장은 질 것 같다”며 “서울시장을 탈환하려면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의 측근도 이 같은 황 전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힘을 보탰다. 그는 더 팩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대선 당시 홍 전 총리가 출마할 의사가 있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포기했다며 향후 대선 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더팩트에 따르면, 해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 황 전 총리 주변에서 ‘다음을 기약하자’는 말이 많았다는데, 이 말의 의미를 잘 읽어야 한다”며 “대선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된다. 다소 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보수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중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장 적합도를 묻는 설문에서 25.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재명 성남시장이 19.0%, 황교안 전 총리가 13.9% 순이다. 해당 조사는 6월 17~18일 양일간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