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죽음의 상인’이 우리 식탁을 어슬렁거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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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죽음의 상인’이 우리 식탁을 어슬렁거리다니
  • 발행인 정태철
  • 승인 2017.08.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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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정태철

 

발행인 정태철

"계란 빼고 김밥주세요.” 오늘(16일) 김밥집에서 손님들이 하루 종일 이렇게 주문했다고 한다. 냉면, 콩나물 국밥, 비빔밥 등 계란 든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도 이런 모습이 되풀이 됐을 것이다. 계란 안든 빵 파는 빵집이 검색어 상위에 올랐고, 빵과 과자를 즐겨 먹는 간난아이 엄마는 모유 수유해도 지장 없는지를 묻느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는 얘기도 있다.

정부는 ‘08신선2’, ‘09지현’, ‘11시온’, ‘13정화’ 등 계란마다 찍힌 번호는 생산 시도 고유 번호고 뒤의 이름은 농장 이름이라며 몇 개의 살충제 검출 농장을 공개했다. 정부 당국은 전수조사를 통해 살충제 감염 계란을 찾아 폐기하고 안전한 계란만을 곧 유통한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오염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 들어간 과자 등 가공식품도 전량 수거 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계란에 들었다는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치사량에 이르려면 계란 323만개를 먹어야 한다고 한다. 국민이 독성에 급속 감염돼 즉사하거나 당장 내일 병에 걸릴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국민 음식인 계란이기에 한동안 찝찝함을 금할 수 없다.

알프레드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라는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해서 거액을 벌었다는 사실을 적시해서 한 신문은 그가 죽자 죽음의 상인이 죽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았다. 노벨상 재단은 나중에 이 신문 기사에서 지적한 노벨은 이미 사망한 '알프레드 노벨'의 형제인 '루드비 노벨'과 혼동한 것이라고 발표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알프레드 노벨(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2007년에 나온 소설 <죽음의 상인>은 전쟁용 무기 판매상의 이면을 그린 소설이었다. 이 소설의 제목 <죽음의 상인>은 원래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서 큰 돈을 번 알프레드 노벨이 1888년 사망하자, 신문들이 “죽음의 상인이 죽었다(The merchant of death is dead)”는 제목을 단 것에서 유래했다. 1차 세계대전 때 전쟁 무기로 굴지 기업이 된 화학물질 제조업체 듀폰(Du Pont)을 사람들이 죽음의 상인이라 불렀다. 특히 듀폰은 베트남 전쟁 때 정글 제초제인 고엽제와 대량 살상 무기인 독가스를 생산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우리나라의 월남전 참전 용사들 중 일부가 바로 죽음의 상인들 때문에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월남전 당시 미군은 베트콩의 은신처가 되는 정글을 없애기 위해서 비행기나 장갑차로 고엽제를 살포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산란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죽이기 위해 많은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를 살포한다는 얘기가 작년 국회에서 민주당 기동민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사람이 먹을 계란을 생산할 닭에게 신장 등 사람의 장기를 파손할 수 있는 피프로닐이나 발암물질인 비팬트린이 들어간 살충제를 마구 뿌렸다니, 이들은 '죽음을 파는 상인'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이들 '죽음의 상인'들을 엄벌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폭로가 작년에 있었음에도 네덜란드 등 외국의 발표가 난 지금에서야 관계자들이 대응에 나선 연유도 조사해야 한다.

방송의 20-30%가 '먹방'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 특히 즐겨 먹는 음식인 계란에 살충제가 들어 있다는 소식은 놀랍기만 하다. 동시에 과일과 채소에 제초제 성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지하수나 하천을 이용한 식수에 농약 잔류량이 어느 정도인지, 양식 물고기는 항생제 덩어리라는 항간의 말이 맞는지, 오대양을 헤엄쳐 다닌다는 참치는 바다의 중금속 저장소라는 소문이 사실인지를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은 살충제 계란 찾는 게 급선무지만, 조만간 음식물에 포함된 각종 해로운 화학물질을 파는 죽음의 상인이 더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조사했으면 좋겠다.

본지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화학물질 전문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본질은 옥시 본사가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문제의 독성 물질을 생산, 판매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그 물질 사용이 이미 법으로 규제되었지만, 한국에는 그 물질의 금지법이 없었다는 것. 그래서 옥시는 엄청난 도덕적 첵임에 직면했지만, 판매 행위 자체가 불법이 아니었다는 게 기가 막힌 일이었다고 그 전문가는 말했다.

한국은 2015년에 돼서야 '화학물질 등록과 평가에 관한 법'을 만들어 유해 화학물질을 관리하고 규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제는 최근 활발한 연구에 의해 유해 물질로 판명된 ‘신규 물질’은 잘 관리되고 있지만, 3만 개에 달하는 오래된 '기존 화학물질'을 일일이 분석해서 유해성을 가리는 일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니, 지금 우리가 먹거나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안전성은 모르는 게 약이다.

하긴 화학과 교수였던 내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담배 한 개피 피운 적이 없음을 내가 옆에서 목격했는데도 폐암으로 생을 마쳤다. 우리는 친구가 연구하는 화학물질을 의심했지만, 친구는 자기가 다루는 화학물질이 발암물질이 아니라는 걸 자신이 모를 리가 있겠느냐고 죽는 순간까지 단언했다. 그가 떠난 뒤 몇 년 후에 같은 실험실에서 또다른 폐암 사망자가 나왔다는 얘기를 그 친구 부인으로부터 들었다. 화학물질은 우리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닌 것이다.

지진으로 사고가 난 원전이 있던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만든다는 곤약젤리 과자에 방사능이 들어 있다는 괴담이 몇 달 째 우리나라에 나돌고 있다. 모든 화학물질을 거부하고 친자연적으로 살겠다는 ‘노케미(no-chemical) 족’도 생겼고, 아예 아이들에게 예방주사 한 대 안 맞히고 약 한 알도 복용시키지 않고 키우겠다는 자연주의 육아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족’도 있다. 정부는 과학적인 데이터에 의해 진실을 발표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고, 마시고, 입고,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화학 제품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품질 인증 마크(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그런데 정부 발표는 계란을 생산하는 농장의 전수를 조사한다는 것이다. 그럼 그 농장 안의 모든 닭과 그 닭이 생산한 계란 전수를 조사한다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조사 대상은 산란계 농장 전수지만 그 개별 농장의 모든 닭과 계란은 소위 여론조사의 샘플링처럼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서 조사할 것이다. 조사 기일을 그렇게 촉박하게 잡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전수조사의 내실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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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 2017-08-16 23:04:53
분들도 양심선언을 했는데도 지급을 왜안하는지 정말 모르겠네효?

정대 2017-08-16 23:03:03
월남전때 미국에서 고엽제를 뿌렸다면 미국에서도책임져야되며 파병을보낸 대한민국에서도 책임을져야됩니다!왜?박정희대통령시절과거정부에서 월남전전투수당도 미국에서받아 10프로만 지급했다는 미국청문회프레이저보고서에도 나왔고 월남전참전장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