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고기 먹어도 되나?' 한국 불교에 떠오른 색다른 논쟁
상태바
'스님이 고기 먹어도 되나?' 한국 불교에 떠오른 색다른 논쟁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8.15 05:03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명 해치면 안 돼" vs "구시대적 발상" 갑론을박..."자비로운 마음 가지라는 상징적 의미" / 정인혜 기자
스님의 육식을 둘러싸고 불교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불교계가 스님의 육식을 둘러싼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스님이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보지만, 조건에 따라 육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 같은 논쟁은 지난달 20일부터 사흘 간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백년대계본부의 '백년대계 기획 워크숍'에서 제기됐다. 이웃 종교에 견줘 다소 경직된 규범이 출가자 감소로 이어진다는 반성이 나오면서부터다.

SBS 보도에 따르면, 워크숍에서 한 참석자는 “티베트 스님들은 수행을 잘 하는데 고기를 먹는다”며 “한국 스님들은 지킬 수 없는 계율에 얽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육식을 완전히 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다른 참석자도 이 같은 의견에 목소리를 보탰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불살생(不殺生)과 고기를 먹는 것은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율장(律藏)에 따르면 일부 육식은 가능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이에 반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SBS 보도 화면에는 “타이완 불교가 1965년 이후 육식 금지의 계율을 지키면서 대중의 존경을 회복했다. 채식 문화가 세계적으로 융성하고 있는데 불교가 역행해서는 안 된다”며 앞선 의견에 맞서는 참석자가 포착되기도 했다.

스님의 육식은 절대적으로 금지된 것일까? 사실 육식 논란은 대한민국 불교계의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다. 종파에 따라서는 육식을 허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남방 불교에서는 스님들이 스스럼없이 고기를 먹는다. 부처님 스스로도 육식을 했고, 제자들에게 금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팔리 율장에 따르면, 부처님은 제반 사항과 인도 전통 등을 고려해 당시 육식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자기 자신을 위해 죽인 고기라는 것을 알면서 그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그러한 고기를 먹으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만일 자기를 위해 죽이는 것을 보지 않았고, 자기를 위해 죽였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를 위해 고의로 죽였다는 의심이 없다면, 즉 세 가지 점에서 깨끗한 생선과 고기는 먹어도 좋다고 나는 허락한다”고 가르쳤다.

이는 ▲본인의 식사를 위해 희생된 동물을 직접 본 경우, ▲본인의 식사를 위해 희생된 동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경우, ▲본인의 식사를 위해 죽은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외에는 고기를 먹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일부러 멀쩡한 생명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먹어도 괜찮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MBC <세모방: 세상의 모든 방송>에서는 MC 이경규, 박명수 등과 스님들이 만나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스님의 육식 논란은 이날 방송에서도 화젯거리로 부상했다. 

박명수는 “스님들은 진짜 고기를 안 드시냐”고 질문했고, 한 스님은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라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심산 스님은 “어떻게 살면서 육수를 한 방울도 안 먹을 수 있겠나. 고기를 먹지 말라는 뜻은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라는 상징적 의미라고 보면 된다”며 “생명을 죽이는 것은 삼가라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불교에서 고기가 금지된 것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양나라 무제 때 제정된 승려의 육식 금지법이 우리나라에까지 굳어지면서 승려가 육식을 하지 않게 됐다는 것.

이 같은 주장을 편 불자 신모(61) 씨는 “석가모니의 가르침도 아닌 것을 가지고 불교계에서 계속 육식을 금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며 “교리 차원에서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이나 동물 권리 차원에서 채식을 고려할 필요는 있지만, 무조건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집착”이라며 “극단적인 채식으로 건강이 나빠졌다는 스님의 사례가 방송에서 소개된 적도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조계종 백년대계본부는 오는 25일 한 번 더 난상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SBS에 따르면, 조계종 백년대계본부는 이날 논의 결과물을 ‘새 집행부에 바라는 한국 불교 백년대계를 위한 과제’ 형태로 제안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7-08-29 21:53:24
응 아니야~

crimson 2017-08-18 22:00:27
살생때문에 육식을 하지 말라하는건 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식물도 모두 생물이라고 생각하면 채식을 하는것 역시 살생이아닌가??
쉽게 이야기해서 소한마리 희생해서 수십명이 몇일을 먹는것과 수십개의 채소를 희생해서 한명이 한끼의 식사를 해결하는것을 생각해보면 어떤것이 살생을 적게 하는지 알수 있지 않는가?
바이러스나 세균도 생명이라 할수 있는데 한 스님이 차한잔을 마시기위해 물을 끌였다면 물안에 있던 수천마리의 세균들을 학살한것이 아닌가???

dltks 2017-08-15 14:42:38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은 모두 생명체다. 대부분의 요리는 인간의 입맛을 돋구기 위해서 살아있는 생명체를 잔인하게 불에 굽거나 끓는 물에 삶아서 생명체에게 지옥의 뜨거운 맛을 보여 주는 것이다. 모든 음식은 살생이다. 그러나 살생과 상관 없이 몸을 정갈하게 하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려면 채식이 좋다. 육식을 하는 동물은 성질이 난폭하다. 수행자가 식탐을 이기지 못하고 육식을 한다면 수행 부족이다. 병든 수행자라면 치료를 위해서 육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병드는 것 자체가 수행 부족이다.

dltks 2017-08-15 14:20:05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뒤집는 혁명적인 이론을 제시하면서 그 이론에 반론하면 5천만 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들이 반론을 못한다. 이 책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본질을 밝히고, 자연과 사회의 모든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이기일원론과 연기론)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했다. 이 책은 형식적으로는 과학을 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문교양서다. 이 책을 보면 독자의 관점, 지식, 철학, 가치관이 모두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