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포스터 속 송강호 웃음은 비극 코드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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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포스터 속 송강호 웃음은 비극 코드의 상징?
  • 경북 포항시 임소정
  • 승인 2017.08.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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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포항시 임소정

나는 송강호 팬이다. <설국열차>의 남궁민수, <관상>의 내경, <변호인>의 송우석, <사도>의 영조, <밀정>의 이정출, <택시운전사>의 김만섭까지, 이들은 송강호가 역을 맡았기에 내가 봤던 영화들이다.

나는 개봉일에 반사적으로 <택시운전사>를 봤다. 일찌감치 <택시운전사>의 포스터를 구해서 내 방 한 쪽에 자리에 '모셔놓았다'. 그 포스터에서 택시운전사 역의 송강호가 환하게 웃고 있다. 최근에 SNS에서는 송강호가 나오는 영화 포스터를 통해서 무언가를 알 수 있는 SQ(Spiritual Quotient: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창조적 능력, 일종의 안목) 지수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를 ‘송강호 지수’라고 칭한다. 송강호 지수란 송강호가 환하게 웃을수록 슬픈 영화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송강호의 웃음에서 비극의 코드를 발견하는 능력이 곧 송강호 지수인 것이다. 내가 본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는 과연 슬픈 영화일까?

대학에 들어 와서 언론을 좀 배우고 나니, 언론 통제의 무서움과 뉴스 단절이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영화 전편에서 사건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언론에 재갈이 물려 있어서 신문이나 방송에서 한 마디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리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광주 사람들이 목격한 광주 항쟁의 진상이 전혀 광주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본 것은 언론 통제에 따른 유언비어, 소문, 가짜 뉴스, 그리고 진실과 차단된 불쌍한 시민이다.

광주사람들은 “군인들이 그럴 일이 있겠냐”며 군인을 믿는다. 몇몇 광주 시민과 순천 사람들은 "대학생들이 빨갱이다”라며 눈을 찡그린다. 방송은 거짓을 보여주고, 신문은 신군부의 주장을 옮겼으며, 외신기자들은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주범 김재규의 재판정으로 몰려간다. 정보 유출이 차단된 광주는 그렇게 서서히 죽어간다. 그게 광주의 슬픔이었다.

그러나 광주의 참상은 택시운전사 김만섭 같은 소시민과 소명의식 하나 가지고 광주로 뛰어든 이방인 영웅 힌츠페터, 또는 그런 평범한 다수 사람들의 희생으로 소상히 밖으로 알려지게 된다. 비극을 알린 작은 영웅들의 용기는 비극을 초월하는 희망이었다.

이 영화는 배우만 보고 무작정 영화관을 찾는 무모함을 사양한다. 송강호의 웃음 속에 감춰진 비극을 봐야 하고, 그 비극 속에 꽃핀 사람들의 희생이란 희망도 봐야 한다. <택시운전사>는 비극을 희망으로 승화한 민주주의의 승리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게 우리가 <택시운전사>를 통해 슬픔에 고정되지 않고 느껴야 하는 그 이상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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