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프레임... 불매운동 조명으로 끝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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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프레임... 불매운동 조명으로 끝날 일인가
  • 양혜승 시빅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3.07.08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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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충격적인 내용을 방송했다. 죄 없는 여대생이 2002년 공기총 여섯 발을 맞고 처참하게 살해를 당했다는 점, 그것은 청부살해였으며, 지시한 당사자가 부산의 모 기업 회장의 부인이었다는 점 등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더욱이 청부살해의 지시자인 '사모님'이 금전으로 범죄 사실을 은폐하려 시도했으며 형집행정지 허가를 통해 호화 병실에서 지내고 있다는 점은 경악 그 자체였다. 특히 6월말의 두 번째 방송은 충격적인 내용만큼이나 반향도 컸다. 방송 이후 '사모님'이 인터넷을 장식했다. 부산의 모 기업이 바로 영남제분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영남제분도 인터넷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야말로 시청자들의 분노가 들끓는 형국이었다.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사회 정의 실현에 앞장서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도리다. 약자의 편에 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청부살해를 지시하고도 금전을 동원하여 자신의 죄를 덮고 죄의 대가를 피하려는 사람이 활개 치는 사회는 분명 문제 사회다. 금전과 권력이 있으면 어떤 부조리와 악행도 용인될 수 있는 사회라면 분명 썩은 사회다. 사회의 썩은 병폐를 들추어내어 조명하는 것은 언론에게 맡겨진 도리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이 방송을 통해 조명될 수 있었던 것은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언론의 존재 이유를 드러내 주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하지만 언론의 도리는 사회의 병폐를 들추어내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언론이 직접 나서서 사회적 치료를 담당하기에 때론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사회적 치료를 유인하는 역할 또한 언론이 담당할 몫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방송 이후 신문과 방송이 해당 이슈를 다룬 행태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숨이 절로 나올 뿐이다. 특히 6월말 방송 이후 많은 언론사들이 영남제분 불매운동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안티 카페 등을 통해 소비자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였다. 이어 영남제분 측에서 자신들은 살해 사건과 무관하다며 회사에 대한 악의적 비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반박문을 내자, 언론사들은 이번에는 반박문 내용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 반박문의 효과로 영남제분 주식이 상한가를 기록하자, 이번에는 이 소식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단 며칠 후, 해당 이슈는 언론에서 급격하게 사그라졌다. '중계 저널리즘,' '냄비 언론' 등으로 일컬어지는 언론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프레임이 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에 머무를 일은 아니다. 물론 주식 상한가 소식으로 끝날 일도 더더욱 아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금전과 권력이 있으면 반사회적, 반인륜적 악행조차도 그 대가를 피해갈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아직도 통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있다. 혹자는 '사모님'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병폐들이 집약된 사건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사회 정의의 미흡, 배금주의 사상의 팽배 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방송의 파급을 다루는 과정에서 우리 언론은 우리 사회의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하거나 비껴가서는 안 될 일이었다. 구시대적 작태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짚어내고 그것의 치료를 유도하는 자세가 필요했다. 최소한 '빽있고 가진 사람'에게 유리한 형집행정지 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시도라도 있었어야 마땅했다. 때마침 사기죄로 수감 중인 구 권력자의 동생이 여덟 번째 형집행정지를 받았다는 소식이 뉴스로 전해졌다. 씁쓸하다.

언론이 국민들의 분노를 이용하여 뉴스 만들기를 시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은 얄팍한 선정주의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의 들끓는 분노가 과연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거시적인 안목으로 들여다보고 그 분노의 물꼬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터줄 필요가 있다. 이번 사모님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만회할 시간은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면 결국 언론을 향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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