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나의 조국 한국과의 인연: 미주리의 송어 낚시와 오아시스 같은 오자크 레이크(Ozark Lake)의 레저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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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나의 조국 한국과의 인연: 미주리의 송어 낚시와 오아시스 같은 오자크 레이크(Ozark Lake)의 레저 즐기기
  • 미주라대 명예교수 장원호 박사
  • 승인 2017.08.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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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보람 찾는 언론학 교수] 미주리 송어(trout) 낚시, 송어 매운탕, 그리고 수상 스키의 추억

(9)-6 나의 조국 한국과의 인연에서 계속:

1982년은 한국 언론인 연수가 본격적으로 확대 실행된 해였습니다. 그해 가을, 3대의 자동차에 10여 명의 연수 온 언론인들이 타고 송어 낚시를 가게 되었는데, 송어 낚시를 둘러싸고 역시 여러 가지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몬태나 주의 송어 낚시 풍경. 미주리 베넷 스프링의 송아 낚시 풍경도 이와 흡사하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에서는 브래트 피트가 아름다운 몬태나 주 어떤 강을 배경으로 송어 낚시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나옵니다. 이곳 미주리 주 송어 낚시는 미국에서 낚시 재미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곳입니다. 미주리 주에는 지하수가 나와서 흐르는 두 개의 강이 있는데, 이 두 강의 상류에 미주리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송어 양어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송어가 성어(成魚)가 되면 강으로 방류하는데, 전국에서 모인 낚시꾼들이 바로 이 송어를 낚는 것입니다.

이 두 강의 상류 중의 하나가 ‘베네트 스프링’이며 이 강은 오자크 산속으로부터 흘러 내려 오는데, 우리 학교가 있는 콜롬비아로부터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습니다. 이 베네트 지역은 주정부가 관리하는 공원으로 약 4백만평(3095에이커)이나 되며, 낚시터 외에 켐핑, 등산, 카누 등 여러 가지 레저와 숙박 시설이 있습니다.   

이 주립공원은 1924년에 처음 만들어졌는데, 매년 17만 명의 낚시꾼이 몰려 옵니다. 이곳 송어 낚시터의 규정은 무척 까다롭습니다. 낚시 기간은 3월 1일 개장하여 10월 31일까지만 낚시를 할 수 있습니다. 수백만 마리 이상의 송어를 양식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낚시하러 오는 사람 1인당 5마리씩만 잡을 수 있도록 제한되며, 새벽 6시에 일정량의 송어를 방류한다고 합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솓아 오르는 지하수가 흐르는 물이어서 수온이 아주 차며, 송어는 이런 찬물을 좋아하는 어족입니다. 강 밑바닥이 환하게 보이는 맑은 물에 송어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게 보이지만 손으로 잡거나 망으로 건져 올리는 편법은 금지돼 있습니다.

미주리 주 베넷 스프링의 송어 낚시 장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 낚시터는 2개 지역으로 나뉘는데, 상류 지역에선 낚싯밥을 못 쓰고 플라스틱으로 된 파리 모양의 인조 낚시 밥을 갖고 잡아야 하며, 하류 지역에선 연어 알 또는 치즈 같은 자연산 낚시밥을 쓸 수 있습니다. 이 낚싯밥을 구분하는 지역은 작은 다리를 가운데 두고 분리되어 있습니다. 또 낚시 규정을 감시하는 사복 경찰이 많아서 위반하면 영락없이 잡혀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낚시밥 규정 이외에도 이곳에서 낚시를 하려면 낚시 허가증을 2달러를 주고 사야하며, 하루에 한 사람이 다섯 마리 이상을 잡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낚시 잘하는 사람은 계속 잡았다가 풀어 주는 것을 되풀이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낚시로 명성을 올리던 사람들도 미주리에 와서 송어를 다섯 마리까지 잡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나도 20여 년 동안 수차례 송어낚시를 다녔지만 네 마리를 잡은 게 최고 기록이고, 한 마리도 못 잡은 때가 태반입니다. 떼 지어 다니는 송어를 볼 때면 '그림의 떡'을 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이 났습니다.

나는 한국 언론인들에게 송어 낚시터의 모든 규정을 설명한 뒤에 대부대를 이끌고 낚시를 하러 갔습니다. 많이 잡으면 회로 먹거나 매운탕도 해먹으려고 우리 일행은 초고추장에 야채쌈 재료까지 온갖 준비를 다했습니다.

미주리 주 베넷 스프링 주립공원의 캠핑장. 이곳에서 송어 낚시는 새벽 6시부터가 피크이기 때문에, 전날 이곳에서 하루를 잔 다음, 새벽에 송어 낚시를 시작한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대개 하루 전날 내려가 캠핑장에서 자고 새벽 6시에 일찍 일어나 낚싯대를 들고 진을 치고 있다가, 낚시 개시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듣자마자 잡기 시작하는데, 그로부터 1시간 이내에 못 잡으면 잡기가 힘듭니다. 왜냐하면 그곳에 처음 풀어 놓은 송어가 잘 잡히지, 이미 방류되어 그곳에서 오래 산 송어들은 낚시를 보고 놀리기만 하지 잘 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용승 국장, 은종일 국장 등 대부분 연수 온 언론인들은 낚시에 조예가 없어서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미국인들이 연신 잡아 올리는 것을 보고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자연 낚싯밥을 쓰게 되어 있는 다리 밑 쪽에서 낚시를 했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이 하도 송어가 물지 않으니까 인공미끼를 사용하게 되어 있는 다리 위쪽으로 가서 자연낚시밥을 한 번 던졌다가 송어도 못잡고 경찰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한국에서 온 언론인이라 규정을 몰랐다고 설명했으나, 그런 사정은 판사에게 가서 말하라면서 미모의 여자 사복 경찰은 생글생글 웃음까지 지어 가며 법원 출두 명령서를 떼어주었습니다. 벌금은 25달러였는데, 재판은 받지 않고 벌금만 내려면 재판 비용 37달러를 추가로 내야 해서 도합 62달러의 거금을 벌금으로 바쳤습니다.

송어가 다니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말에 송어 낚시를 만만하게 생각하고 큰 기대를 걸고 갔던 우리 일행 모두가 잡은 것을 합해도 몇 마리밖에 안 되어서, 결국 우리는 식품점에서 송어 몇 마리를 추가로 사서 매운탕을 끊여 먹으면서 “비싼 송어 낚시했다”며 한바탕 웃었습니다. 지금도 당사자들을 만나, '비싼 송어값' 이야기를 꺼내면 얼굴을 붉힙니다.

미주리 주에는 세계에서 제일 큰 인공 호수인 ‘오자크’ 호수가 있습니다. 둘레가 약 1000리가 된다는 이 호수는 오자크의 작은 산들을 연결해서 만든 것으로 유니언 전기회사가 수력 발전을 하기 위해 1920년대 공황기에 건설했다고 합니다.

이 거대한 호수는 주변 경치가 빼어나서 미국 중서부 평야의 오아시스로 알려져 있고, 미주리 주 사람들은 결혼 후 신혼여행으로 이곳을 택할 만큼 경관이 수려합니다. 이 호수 주변에는 보트를 팔고, 빌려주고, 수리하며 관리해주는 많은 시설들이 있으며, 여러 개의 호텔과 또 그 호텔들이 경영하는 골프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골프장도 아름답지만, 호수에 온갖 고기가 있어서 매년 낚시하는 사람들이 그 기록을 자랑하는데, 몇 년 전에는 60kg이 넘는 메기를 잡은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오자크 호수는 우리가 사는 콜롬비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어서 연수온 사람들과 주말에 자주 가곤했습니다.

미주리대 정치과의 조순승 박사가 이 호숫가에 조그마한 별장을 2만 달러 정도를 주고 구입했는데, 방이 두 개에 식당과 배를 정박시키는 시설과 호수에 들어가 수영할 수 있는 비치까지 구비되어 있는데다 50마력의 작은 보트까지 갖추고 있어서, 언론인 연수팀들은 주말이면 이 별장을 이용했습니다.

미주리 주 오자크 호수는 거대한 관광 레저 지역이다. 사진은 오자크 호수의 보트 장(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당시 이용승, 은종일, 임상원, 이인형, 신형식, 조순승, 김차웅 등이 두 개의 골프팀을 만들어 밤에는 포커, 낮에는 수영과 골프로 즐거운 주말을 보냈습니다. 포커 게임은 노름이라기보다는 동전내기 오락인데, 일단 시작되면 밤을 새웠습니다. 날이 밝으면 일행은 그대로 골프장으로 나가는 일이 태반이었습니다.

고 신형식 장관은 포커를 안 하고 늘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우리가 밤을 새워 가며 포커를 하는 것을 보고 못 마땅히 여겨서 상을 엎은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골프도 적은 액수이지만 내기를 꼭 했는데, 은종일 국장과 임상원 교수는 지금도 그 당시 골프 승자를 못 가렸다며 만나기만 하면 그때를 아쉬워합니다.

오자크 호수에선 5월이면 '크래피(crappie: 외래어종 블루길과 비슷한 어종)'라고 하는 붕어같이 생긴 고기가 잡히는데 아무런 기술도 필요 없이 낚싯밥만 물려 넣으면 잡혀서 올라 오는 통에 많이 잡을 때는 큰 양동이로 하나씩 잡았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이 물고기를 기름에 후라이를 해서 주로 먹는데, 우리는 이 물고기로 매운탕을 만들어 먹었고, 그 맛은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나는 우리집 아이들과 함께 일찍이 배운 스키 실력이 상급인데다 오자크에서 수상 스키마저 배워서 즐겼는데, 이 수상스키를 다른 언론인들이나 유학생들에게 전수해 보려고 했지만, 모두 겁을 먹고 제대로 배운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오자크 호수에서 수상 스키, 수영, 낚시, 그리고 골프를 치며 지내는 것은 정말 천국에서 지내는 것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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