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러진 폐가가 멋진 카페로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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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러진 폐가가 멋진 카페로 화려한 변신
  • 취재기자 조나리
  • 승인 2013.07.02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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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동 빈집촌 르포 <하> 재개발 계획 늦어져 새 삶터 모색

 

▲ 빈 집을 개조한 카페, 생각다방 산책극장(사진: 조나리 취재기자)

부산 남구청 뒤, 초록 넝쿨로 뒤덮힌 집.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노란 대문의 사자 문고리가 정겹다. 활짝 열려진 미닫이문으로 거실과, 부엌, 방이 한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한 식탁,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에메랄드 색 낡은 미싱과 붉은 꽃무늬 커튼이 옛 집에 온 듯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곳은 대연동에 위치한생각다방 산책극장.길거리에 넘쳐나는 카페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실 이 곳은 재개발 예정이던 빈 집을 개조해 만든 카페다. 2011, 이현정(28) 씨와 김인혜 씨는 매번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밖에서 돈을 쓸 바에 자신들만의아지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카페를 시작하게 됐다.

이현정 씨는 부동산에 가서 무조건 가격이 싼 집을 찾다가 운 좋게 지금의 카페 자리인 빈 집을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빈 집이 재개발 예정 구역이라 재개발이 시작되면 다음 주라도 당장 집을 빼야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 씨는 도심은 워낙 (땅 값이) 비싸니까 가게 내기가 어려운데, 재개발 구역이라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두 여자가 시작한 일이었지만 뜻이 맞는 친구들이 함께 힘을 모았다. 그들은 벽지와 바닥을 뜯어내고 벽에는 하얀 핸드코트를, 바닥과 문에는 수성페인트를 직접 칠했다. 천장에는 알록달록 조각천을 하나하나 붙였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는 버려야 할 고물도 그들에겐 느낌 있는 소품이 됐다.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다 재활용 가게에서 사거나, 길에서 줍거나, 친구에게 받은 물건들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오는 가게인데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각자 본업이 따로 있어 카페를 항상 열어둘 수 없는 만큼, 전화로 예약을 받아 자유롭게 가게가 운영된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작은 음악 공연을 열기도하고, 얼굴 스케치를 하기도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로 수도를 고치고 페인트칠을 하고 공연을 여는 모든 것이 그들이 말하는()개발'이다.

곧 재개발이 시작돼 집을 비워야한다는 통보를 받아 다음달 17일을 마지막으로 가게 문을 닫게 되지만, 그들은 오히려 더 힘을 내고 있다. '끝까지 제대로 놀아보자'는 것이다.

 

▲ 사직동, 그가게 (출처: 사직동 그가게 블로그)

생각다방 산책극장'과 닮은 곳이 서울에 또 있다. 많은 블로거들을 통해서 입소문이 나고, 기사와 영화에 나오면서 더 많이 알려진사직동, 그 가게.' 원래는 문구점이었던 곳을 카페로 차린 곳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아담한 가게 크기와 소박한 간판으로 옛 정취가 느껴진다. 카페 내부에는 이국적인 수공예품들이 아기자기 자리하고 있다.

특별하게 이 카페는 티베트 자립을 돕는 비영리단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서 인도로 국경을 넘은 티베트인들.‘사직동, 그 가게'에서는 그들의 평화적 독립운동을 알리고 난민들을 경제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지원한다.

블로그와 카페에서는 후원금을 받기도 하고, 티베트 난민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인도식 밀크티인짜이'를 대표 메뉴로 드립커피, 사과나무차, 인도식 두유 등 독특한 음료를 판매하고 그 수익을 기금으로 활용한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티베트를 돕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선 자원봉사자들이다.

'생각다방 산책극장'의 주인 이현정 씨는 이러한 곳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개인이 빈 집의 열악한 환경을 다 고칠 순 없지만 정부가 도로를 정비하고 기본을 다져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다면, 젊은 친구들이나 예술가들, 뜻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대형 아파트 단지를 설립하는 고층 개발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기반으로 정비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옛 은행 건물을 개조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뱅크아트 1929'나, 부산 중앙동 40계단 주변과 빈 상가를 리모델링해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과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는또따또가'를 소개하며, 이러한 실험적인 재개발을 위해서 정부가 다각도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자기들 지역 환경을 개선할 자발적인 의지와 희망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공 분야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해나갈 때 얼마든지 빈집을 활용해 지역을 재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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