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콜라보’, 영화 ‘공범자들’이 그 베일을 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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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콜라보’, 영화 ‘공범자들’이 그 베일을 벗긴다
  • 부산광역시 조윤화
  • 승인 2017.08.0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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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 조윤화

8월 4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에서 일하는 학교 선배 덕분에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 다녀왔다. <공범자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언론을 장악해 온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나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공영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줄 몰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공영방송의 주요 인사들을 매수하여, 정부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한 언론인에게 징계 및 보복 인사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또한, 정책 비판적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그 시간대에 대통령 홍보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식의 일을 자행해 왔다. 특히 정부 정책에 비판적 보도를 한 MBC 프로그램 <PD수첩> 제작진들을 보복 인사 조치로 사내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맡게 했다는 장면이 나올 때는 관객들이 어처구니가 없어 다 같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언론은 나라를 위해 정부를 감시하는 것이지 정부를 위해 나라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언론 관련 과목을 들었을 때, 꼭 한 번은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언론은 ‘와치독(watch)’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언론은 정부를 비판, 감시,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이게 옳다고 믿는다. 그런데 나보다 더 많이 배우고 심지어 몇몇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친 경험도 있다는 교수 출신 분들이, 정권의 부당한 요구에 순응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며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방송국의 리더, 사장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언론인은 ‘기사를 자유롭게 쓸 자유’를 박탈당한다. 진정한 리더라면, 조직원들이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게 방패막이 되어 줘야 하는데, 반대로 ‘정권이 나에게 어떠한 해를 가할까봐 무서우니 너희가 이해해라’는 식의 태도를 가진 리더라면, 그는 이미 리더 자격이 없다. 안타깝게도 지난 10년간 공영 방송국의 사장은 리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막막한 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으나, KBS·MBC 사장은 임기가 남았기 때문에 지난 정권 그대로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희망이 아예 없진 않다.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언론 개혁을 위해 싸워온 언론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보복의 두려움에 맞서고, 양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징계, 구속수사쯤은 감수한 언론인들이 많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한국 언론의 발전을 위해 개인적 측면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장 중요한 건 사회에 관한 관심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이 있다. 나는 언론도 똑같다 생각한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언론을 가진다. 언론사만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도 이 일을 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해서 정부가 감히 언론을 제 입맛에 맞게 휘두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영화를 보고 스스로 화났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MBC·KBS 사장이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바뀔 때, MBC <PD수첩>의 PD가 구속수사를 당할 때, 언론인들이 참다못해 장기간 파업에 돌입했을 때, 이들은 모두 전부 언론의 기사로 보도됐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언론들이 언론 개혁을 위해 힘을 쓸 때,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정치, 사회에 무관심했으면서 그저 앉아서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망했어’라고 비난만 했다. 지난 날의 나를 반성한다.

<공범자들>의 영화감독 최승호 PD는 MBC 사장 김장겸,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우룡,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언론의 가치를 훼손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질문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언론을 망쳤다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 감독이 질문할 때마다 영화 속의 ‘공범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모릅니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우리나라 언론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영화 <공범자들>은 그동안 짐작은 했으나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던 언론의 어두운 부분을 세상에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많은 언론인의 노고가 담긴 이 영화가 MBC 전·현직 임원 5명이 법원에 제출한 ‘상영금지가처분’으로 인하여 자칫하면 상영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영화가 끝난 뒤 시사회 무대에 오른 최 감독은 직접 홍보하지 않아도 저절로 홍보가 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영화를 본 관객의 처지에서 봤을 때,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는 걸 달가워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짓이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제5공화국 시절, ‘땡전 뉴스’로 대표되는 한국 언론의 암울한 시기를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그 시절 보다는 언론의 상황이 나아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 <공범자들>을 통해 그 생각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많은 국민이 이 영화를 보고 우리나라 언론 개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언론인의 뜻에 동참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공범자들>은 8월 17일 개봉 예정이다. 운 좋게 시사회에 다녀와서 누구보다도 먼저 이 영화 개봉 소식을 전하는 내 마음은 마치 언론 개혁이란 배에 제일 먼저 승선한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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