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하철역 개찰구 광고, 시민들 불만 속출...“촌스럽다” “수익 올리려다 부산 이미지 깎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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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철역 개찰구 광고, 시민들 불만 속출...“촌스럽다” “수익 올리려다 부산 이미지 깎여"
  • 취재기자 김지언
  • 승인 2017.08.0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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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 "지나친 광고판에 눈 둘 곳 없어"...서울 지하철은 작은 LCD 활용 / 김지언 기자
부산 지역 지하철역 개찰구 위에 새롭게 놓인 분홍색 광고판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언).

부산 지하철 역 개찰구에 난데없는 광고판이 들어서 승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하지만, 승객들은 지나친 광고 유치 활동으로 인해 부산의 이미지만 실추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6일 오후 부산 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개찰구 앞. 피서철을 맞아 지하철 승객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개찰구 위에 얹힌 핫핑크색 소형 패널에 "게이트 광고, 문의 xxx-xxxx"라는 문구가 씌어 있어 광고 유치용 패널임을 짐작케 했다. 개찰구 광고판이 새로 생겨 신기할 법한데도 이곳을 통과하는 50명의 사람들 중 단 5명 정도만이 광고판에 관심을 보였다. 나머지 45명은 바쁜 듯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는가 하면 휴대폰을 확인하느라 무심코 지나쳤다.

지난 6월 부산교통공사는 도시철도 1~3호선의 개찰구 2054대를 대상으로 광고대행사와 2021년까지 광고 계약을 맺었다. 현재 개찰구 위에 세로 16cm, 가로 25cm의 공간에 광고를 부착하기 위해 광고주 모집을 위한 홍보를 하고 있다. 교통공사가 경로 우대 등의 복지로 매년 2000억 원의 대량 적자를 떠안은 상태에서 광고 수익으로 적자를 메워보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시민들의 불만은 거세지고 있다.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직장인 정혜진(27, 부산시 서구) 씨는 “외국인이나 타지에서 온 사람들도 지하철을 이용할 텐데 그냥 얹어 놓은 것만 같은 핫핑크색 광고판이 제2의 수도라 불리는 부산의 이미지와 대비돼 놀랐다”며 부끄러워했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부산에 놀러온 서종민(21, 서울시 양천구) 씨는 “‘서울에선 조그만 LCD를 활용하는데 부산에는 광고판을 이용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울에서 보던 풍경과 달라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 이옥녀(68, 부산시 초량구) 씨도 “지하철역에 내려오면 사방이 광고로 도배돼 있는데 개찰구에까지 광고를 해야 성이 차는지 모를 일"이라며 “날도 더운데 여기저기 광고가 판을 치니 눈을 둘 곳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시민 고현미(35, 부산시 남구) 씨도 “개찰구를 통해 나오다가 못 보던 게 있어서 신기한 마음에 잠시 멈춰 섰다가 뒤에서 오던 사람과 부딪혔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부산 시민들의 발이 돼주는 지하철은 하루 평균 90만 명의 이용객을 보유한 중요한 교통수단 중 하나다. 특히 오며 가며 맞닥뜨리게 되는 개찰구는 특성상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광고 효과를 톡톡히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견되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많다.

대학생 임보민(22, 부산시 서구) 씨는 “학교 가랴, 학원 가랴 한 시가 급해 죽겠는데 여유롭게 광고까지 볼 시간이 어디 있냐”며 “개찰구에서는 빠르게 통과하는 게 중요한 거지 괜히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건 안 좋은 것 같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이어 임 씨는 “교통공사 측에서는 ‘품격’을 슬로건으로 삼아 도시 철도의 질을 올린다고 하던데 이게 어딜 봐서 고품격이냐”며 “광고 보기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런 광고 절대 안 본다”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큰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수익 외에 부대 수익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사내에서도 개찰구 광고가 조잡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오는 21년 계약이 끝난 뒤 다시 검토해 고급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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