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병을 대상으로 한 육군 박찬주 대장 부부의 갑질 논란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국방부는 박 대장을 형사 입건해 수사하기로 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4일 브리핑을 열고 해당 사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 감사 결과, 박 대장 부부와 피해자들 사이의 주장에 엇갈리는 부분은 있지만, 국방부는 피해자들의 제보가 상당 부분 사실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사실로 인정한 갑질은 ▲ 손목시계 타입의 호출벨 착용, ▲ 텃밭 농사, ▲ 뜨거운 떡국의 떡을 손으로 떼어 내기, ▲ 골프공 줍기, ▲ 아들의 휴가에 운전을 시킨 것, ▲ 공관병의 부모를 모욕한 것, ▲ 전을 집어던진 것, ▲ 아들의 빨래를 시킨 것 등이다.
다만 자살 시도를 한 공관병과 관련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장 부부와 해당 공관병의 진술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박 대장 부부는 해당 공관병이 개인적 사정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국방부는 발표했다. 박 대장이 부인을 여단장급이라고 호칭하면서 예의를 갖추기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추가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대목에 대해서 모든 면담자가 관련 내용을 들은 적이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기 때문.
문 대변인은 “민간 단체가 군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과 감사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형사 입건해 검찰 수사로 전환한다”며 “박 대장의 부인에 대해서는 군 검찰이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노예 공관병’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 중 한 명이 4일 직접 증언에 나섰다. 중앙일보 4일자 보도에 따르면, 박 대장 밑에서 공관병 생활을 한 A 씨는 “운전병 등 모든 공관병이 사실상 사모님(박 사령관 부인)의 개인 비서였다”고 말했다. A 씨는 박 대장의 부인이 조리병한테 “너희 엄마한테 이렇게 배웠느냐”고 소리 지르는 걸 들었으며, 또 선물 받은 과일이 썩으면 병사들에게 집어 던지기도 했다고 했다고 중앙일보가 전했다. 호출 팔찌를 24시간 착용해야 했는데, 눌러서 바로 뛰어오지 않으면 심한 질책을 했으며 “팔찌 똑바로 안차면 영창 보낼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고도 보도했다.
이번 사건을 수면 위에 올린 군인권센터는 국방부의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박찬주 사령관을 형사 입건하고 검찰 수사로 전환한다는 결정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군인권센터는 박 대장을 긴급 체포해 압수 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군인권센터는 “박 대장은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매우 강한 만큼, 박 사령관을 반드시 긴급 체포, 압수 수색 등이 포함되는 강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할 계획이다.
소식을 접한 국민들도 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주부 조선희(43, 부산시 연제구) 씨는 “아들 가진 부모로서 이런 뉴스가 뜰 때마다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 박찬주는 물론이고 그 부인도 형사 처벌 받아야 한다”며 “군대 악폐습이 사라져야 부모들도 마음 놓고 아들들을 군대에 보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예비역 5년 차 직장인 정모 씨는 “신고하고 싶어도 전 부대 모든 간부가 신고 대상자보다 아래에 있어서 신고도 못했을 것 아니냐. 군부대 폐쇄성을 제대로 이용한 쓰레기 중의 쓰레기”라며 “저런 인간이 수장으로 있는 한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다 한들 대응도 제대로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