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매니아들, 부산의 한 아파트로 집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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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매니아들, 부산의 한 아파트로 집결 중
  • 취재기자 정혜민
  • 승인 2013.06.2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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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마을 베스트 포토존으로 알려진 뒤, 특정 동 방문객 급증

비가 오는 날이면 부산시 북구 만덕동 '레고마을'의 파스텔 빛 색감의 지붕 색은 더욱 짙게 물들여진다.  레고마을은 같은 모양의 집들이 줄지어 있고 지붕 색깔만 다른 것이 장난감 레고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레고마을의 아름다운 전경 사진이 블로그 등을 통해 널리 소개되자, 요즘 한창 늘고 있는 사진 마니아들이 너도나도 같은 각도의 사진을 찍으려고 전국에서 몰려 들면서,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졸지에 딱한 입장에 처했다.

1986년 국민주택으로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 마을의 특색있는 전경이 이국적이어서, 이곳은 부산을 찾는 여행객들의 단골 방문 코스 중 한 곳으로 꼽힌다. 3박 4일 일정으로 부산 여행을 온 대학생 김지아(21) 씨는 고등학교 때 TV에서 만덕동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너무나도 인상적이라서 기억해뒀다가 이번 여행을 통해 방문하게 되었다며 “만덕동만의 아름다운 색감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낙후된 도시로 인적이 드물었던 만덕동은 TV 프로그램이나 언론 매체의 보도로 레고마을이 알려지자,  관광객이 급증했다. 레고마을에 거주하는 백사연(56) 씨는 “항상 고요하고 조용하기만 했는데, 요즘은 새벽부터 카메라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며 “노인들만 사는데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줘서 좋다”고 덧붙였다.

레고마을은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부산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부산 수영구에 거주하는 김영민(25) 씨는 “요즘 블로거(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출사지로 가장 뜨거운 곳이 만덕동 레고마을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포털 사이트에 ‘부산 만덕동 레고마을’을 검색하면 레고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가득하다. 김영민 씨는 “풍경이 아무리 좋아도 아무데서나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며 “유명한 장소일수록 포토존이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 만덕동 레고마을 관광객들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는 유림 노르웨이 숲 아파트(사진: 정혜민 취재기자).

만덕동 레고마을 옆에는 고층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데, 바로 이곳이 만덕동 레고마을의 포토 존(photo zone)이다. 수 많은 아파트들 중, 특히 ‘유림 노르웨이 숲 아파트 101동 22층’이 베스트 포토 존으로 블로그에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블로거들 사이에서 소문난 포토 존으로 알려지자,  아파트 주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림 노르웨이 숲 아파트 경비원 최현구(63) 씨는 올 초부터 갑자기 방문객이 증가해서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친다며 “처음에는 출입을 제한했으나 매번 거절하기도 어려워서, 현재는 신분증을 맡겨야 출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림 노르웨이 숲 아파트에 거주하는 하민지(27) 씨는 “사진을 찍으러 오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사는 곳인 만큼 프라이버시를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며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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