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끙끙 앓는 소상공인들…"우린 땅 파서 장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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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끙끙 앓는 소상공인들…"우린 땅 파서 장사하나"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8.0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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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 설문조사, 응답자 92%가 “종업원 줄이고 직접 일하는 수밖에 없다” / 정인혜 기자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영세 소상공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5% 늘어난 7530원으로 결정되자,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있다. 영세 소상공인들이다.

부산시 중구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업주 A 씨.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하는 가게에 고용한 직원은 총 6명. 공휴일, 휴일 없이 일해도 A 씨에게 떨어지는 한 달 순수익은 250만 원 남짓. 석 달 전 월세를 올려달라는 건물주의 압박에 아르바이트생 2명을 내보냈지만, A 씨는 또다시 아르바이트생 감축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건비 때문이다. 현재 그가 인건비로 매달 지출하는 돈은 800만 원가량이라고 한다.

A 씨는 “인건비 아끼겠다고 일주일 내내 출근해 일하고 있는데, 이번에 최저임금이 또 올랐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월급 다 퍼주고 자선 사업하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추모(32, 부산시 남구)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추 씨는 “대출 잔뜩 받아서 가게도 겨우 차렸는데, 최저임금을 이렇게 올리면 정말 대책이 안 선다. 혼자 감당할 수 있을 만한 크기로 매장을 옮길까 생각 중”이라며 “아르바이트생만 서민이고, 가게 하는 사람들은 다 부호 업주인 줄 아나 본데, 우리도 똑같은 서민”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실제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은 내년부터 종업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일 소상공인연합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 53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종업원 감축 필요 유무’에 ‘매우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은 전체의 68.1%,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은 24.3%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의 92.4%가 이에 동의한 셈이다.

종업원의 근로 시간을 감축하고, 자신이 직접 일을 하겠다고 대답한 비율도 다수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91%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본인의 근로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대답했으며, 응답자의 56.4%는 현재 평균 6~8시간인 종업원들의 근로 시간을 6시간 미만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고용 유지 및 관리에 겪는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는 ‘높은 임금’이 1위로 전체의 66.8%가 이를 선택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대책 방안 중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49.8%가 ‘최저임금 보전’, 18.5%가 ‘카드수수료 인하’, 15.5%가 ‘상가임대차 보호 공정화 거래’, 3.2%(16명)가 ‘프랜차이즈 합리화 대책’을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으로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역별 물가, 상권의 가치 등을 따져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것.

한국일보에 따르면, 소상공인 대표단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지방 자치단체별로 최저임금이 모두 다른 만큼 우리나라도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마련해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터 줘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안이 도입되면 지불 능력이 없는 소상공인들은 근로자들을 모두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소상공인대표단은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위원회 재구성과 내년도 최저임금 재심의를 촉구하는 이의 제기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법적 검토를 거쳐 최저임금 인상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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