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는 다수의 폭정" 자유한국당, 보혁 논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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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는 다수의 폭정" 자유한국당, 보혁 논쟁 재점화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8.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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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민주주의는 위험· 대한민국 건국은 1948년" 뉴라이트 주장 답습한 혁신선언문 발표 / 정인혜 기자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사진: 더팩트 제공).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혁신위)가 1948년 건국설을 제기하는 한편, 지난해 촛불집회를 '다수의 폭정'에 빗대 역사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2일 신보수주의를 천명하며 이같은 내용이 담긴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혁신선언문을 통해 자유한국당이 내건 혁신 방향은 ▲긍정적 역사관, ▲대의제 민주주의, ▲서민 중심경제, ▲글로벌 대한민국 지향 등 크게 네 가지다. 그러나 이에 따라붙은 구체적 세부 내용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948년 건국을 강조하고, 촛불 집회를 예로 들어 직접 민주주의를 반대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기 때문. 이 가운데서도 특히 대한민국 건립 시점에 대한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건국절이 정치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를 언급하면서부터다. 지난 2015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 67주년”이라고 언급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건국 68주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라고 언급하며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못 박았다. 이에 당시 전 민주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얼빠진 주장’이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쟁에 불이 붙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건립됐으므로 그 날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반역사적, 반헌법적 주장”이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간 일부 보수 진영 측 인사들은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건국 시점이라고 주장해왔다. 1919년의 임시정부는 정부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1923년 국민대표대회까지 실패하면서 국가 차원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됐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계열 학자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이승만 정부에서 펴낸 관보 1호.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는 문구가 들어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보수 세력이 건국의 아버지로 떠받드는 이승만 정부도 1919년을 대한민국 건국 시점으로 봤다는 게 정설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 정부를 수립한 이후 최초로 발간한 관보 1호에는 “대한민국은 기미 3.1운동으로 건국했고, 1948년 민주 독립 국가로 재건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민의 반응은 어떨까. 소식을 접한 대다수 국민들은 자유한국당 혁신위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학생 전유경(25) 씨는 “헌법이 규정하는 건국 시점도 제대로 모르는 정치 집단을 어떻게 믿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1948년을 건국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친일한 과거를 세탁하려는 인간들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직장인 박재희(37, 충남 천안시) 씨도 전 씨의 의견과 같은 주장을 폈다. 박 씨는 “자기들이 떠받드는 이승만도 1948년이라고 인정하는데 갑자기 왜 뜬금없이 이걸 문제 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건국일도 제대로 모르고 친일파의 주장을 갖다 쓰면서 혁신하겠다고 떠드는 모양이 참 볼썽사납다”고 비판했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당시 정부 요인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국민 10명 중 6명은 대한민국 건국 시기를 1919년으로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2015년 8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국 시점에 대한 질문에 ‘1919년’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전체의 63.9%, ‘1948년’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이의 1/3인 21.0%로 집계됐다. 조사는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도는 ±4.4%포인트다.

이 밖에도 혁신선언문에는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이라는 문구가 담겨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혁신위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 주권의 원리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대의제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며, 시민적 덕성의 함양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공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밝혔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견인한 촛불 집회를 겨냥, ‘다수의 폭정’이라는 말로 촛불 집회에 대한 평가절하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혁신위 측은 논란을 의식한 듯, 정면 돌파에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혁신위 이옥남 대변인은 “촛불 집회가 위헌성이 있다기보다는, 헌법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대의 민주주의라는 헌법적 질서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자유한국당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혁신을 표방하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친박 세력도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 혁신을 운운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며 “혁신만 하다 3년 뒤 궤멸될 것 같다”는 댓글로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니들이 정의와 형평을 논하냐”, “관심 없다 꺼져라”, “돼지발정제에 극우 뉴라이트까지 환상의 앙상블”, “조용히 있는 게 나라 발전을 돕는 길”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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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2017-08-03 07:08:11
기자님 그럼 왜 광복 후 여운형이 '건국준비위원회'를 만든 건지 설명해 주세요. 이미 정부가 있는데 건준위를 만들었으니 반역자네요, 그렇죠? 그리고 법통을 이어받는다는 말은 고려가 고구려의 후계자라거나 조선이 고조선의 법통을 이어받는다거나 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럼 고려도 조선도 건국일이 고구려와 고조선으로 수정되어야하는지요?. 또 1998년 건국50주년 기념 대대적 사면을 단행한 김대중 대통령도 헌법 위반자시네요. 무엇보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겠다고 최초 발언이 그렇게 싫어하시는 이승만 대통령이 하신 말씀인 건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