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2병 청춘에게 권함...'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나도 남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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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2병 청춘에게 권함...'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나도 남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어
  • 부산광역시 황석영
  • 승인 2017.08.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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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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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미야 백화점의 기적> 표지(사진: 네이버 책 섹션 캡처)

추리 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는 창의적인 소재로 누구도 생각지도 못할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게이고의 그 동안의 소설과는 다르게 인간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래서인지 출간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이다. 그리고 여러 대학에서도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루는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2018년에 일본에서 영화화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대학생 필독서에, 아직까지 서점의 소설 코너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이번에는 영화화까지 된다니, 이제는 이 책을 읽지 않고는 못 버틸 상황에 이르게 됐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3인조 좀도둑들이 빈집을 몰래 털고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중 후줄근한 건물로 숨게 된다. 도둑들이 숨을 돌리려는 순간, 편지 한 통이 문틈으로 떨어진다. 도둑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이렇게 늦은 시간에 편지가 올 리가 없다면서 이 집에 자신들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던 중 도둑 한 명이 우편 봉투를 들고 안을 살펴보니, 그 안에는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편지 어디에도 수신인의 이름은 없다. 도둑들은 불안함과 호기심이 겹치면서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편지를 뜯어 읽는다. 편지의 내용은 바로 고민 상담. 하지만 그들은 편지를 읽으면서 무언가 기묘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세 명은 머리를 맞대고 숙의 후 고민에 대해 정성스럽게 답장을 써서 우편함에 넣는다. 답장 편지를 보내는 즉시 우편함에는 각기 다른 내용의 고민 상담 편지들이 도착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점 도둑들은 집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

이 책 내용은 도둑들이 집에 숨어들면서 보내는 ‘하룻밤’을 이야기로 펼쳐낸 것이다. 이 책의 ‘하룻밤’은 단순한 밤이 아니다. 그리고 게이고의 창의적인 발상이 독자들을 시간 여행으로 이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기적은 거창한 기적이 아니다. 사람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도 남의 가능성을 끌어내 줄 수도 있고 남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게 곧 기적이라고 이 책은 말하는 것 같다. 서로가 주고받는 작은 말 한 마디, 소박한 정성의 나눔이 곧 기적이고, 사람은 누구와도 그런 나눔을 통해서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소설 안 도둑들은 아무런 지식도, 뛰어난 능력도 없지만, 그저 마음에서 우러난 말을 전해줌으로써 고민하는 그 누군가에게 수없이 많은 감사 인사를 듣게 된다.

좀도둑도 남에게 기적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고, 싸구려 물건을 파는 아주 평범한 잡화점도 사랑이 오가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의미가 깊은 것 같다. 게이고는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데 필요한 것은 능력도 자질도 아닌 그저 진심 뿐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듯하다.

요즘에는 ‘대2병’이 판친다고 한다. 대2병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날뛰는 ‘중2병’과는 다르게 자신감이 위축되고 남과 비교되면서 자존감이 추락하는 증상을 말한다. 젊은이들의 고민은 넘쳐 날 것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고민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인 듯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가슴 깊이 파고드는 대사들이 많다. 그중 가장 맘에 드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부디 자신을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 말은 소설 속 고민이 있는 사람이 백지 편지를 보냈을 때의 답장이었다. 누군가의 진심 한 마디가 고민에 빠진 한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대사에 이렇게 있다.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정말 그런 것 같다. 고민하는 이들은 대개 답을 알고 있다. 그래도 남 의견을 듣고 싶은 것은 자기 생각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하는 행위인 듯하다.

자신감이 없거나 자존감이 한없이 떨어질 때, 이 책은 그 누구라도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려준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닌 ‘아무것도 아니므로’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나미야 잡화점의 특별한 기적을 우리 모두 느껴보자. 기적은 훈훈한 인정 속에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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