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송사의 도넘은 한국 프로그램 베끼기...근절 대책 없나
상태바
중국 방송사의 도넘은 한국 프로그램 베끼기...근절 대책 없나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08.02 0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응답하라 1988', '윤식당', '삼시세끼' 등 나오는대로 표절... "판권 사도록 대책 마련해야" / 신예진 기자
중국 방송사의 무분별한 한국 TV 프로그램 표절로 국내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사진: tvN 제공).

중국 방송사의 무분별한 한국 TV 프로그램 베끼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최근 시나닷컴,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의 언론 매체들은 중국에서 오는 12월 안후이 TV를 통해 첫 방송되는 <우리는 청춘기(我们的靑春期)>가 중국판 <응답하라 1988>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우리들의 청춘기>는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총 40부작을 목표로 제작 중이며, 80년대를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우정, 가족과 동네 이웃 간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낼 예정이다.

하지만 tvN 측은 <응답하라 1988>의 판권을 중국에 판매한 적이 없다고 밝혀 표절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영됐다. 1980년대 후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 드라마다. 당시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18.8%까지 찍으며 '응답 신드롬'을 일으켰다. 1980년대를 궁금해하는 젊은 세대의 호기심과, ‘그 시절 그 때’를 그리워하는 중· 장년층의 공감을 동시에 얻은 결과다.

<응답하라 1988>은 한국에서 방영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의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아이이치'를 통해 매주 2편씩 공개됐다. 드라마는 서비스된 지 한 달 만에 자그마치 2억 뷰를 넘어서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사실 중국의 베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 중국 방송사들은 국내 인기 예능들을 표절해 한국 예능 팬들을 분노케 했다. tvN의 <삼시세끼>와 <윤식당>, Mnet <프로듀스 101>과 <쇼미더머니>, KBS2 <안녕하세요> 등 이 그 예다.

tvN의 <윤식당>을 표절한 중국 후난위성 TV의 <중찬팅(中餐厅)>은 <윤식당>의 프로그램 구성과 대사는 물론, 출연 배우 정유미의 옷 스타일과 헤어 소품 하나까지 따라했다. 하지만 <중찬팅>은 중국에서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tvN의 <윤식당>을 제작한 나영석 PD는 지난 6월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tvN <윤식당> 표절 의혹을 받는 중국 후난위성 TV의 <중찬팅>에 대해 언급했다. 나 PD는 “직접 프로그램을 보지 않아서 팩트 확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진짜 베꼈다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논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어 나 PD는 중국 측에 판권 구매를 권했다. 그는 “베끼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능하면 비싸지 않으니 정품을 구매해 달라. 친절하게 AS도 해드린다”고 재치있게 일침을 가했다. 

한국 인기 프로그램에 대한 중국의 무분별한 표절에 대해 중국 자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중국 네티즌들이 도배한 ‘한국 예능을 표절한 중국 예능’이라는 해시태그가 한동안 게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 방송사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한국 TV 프로그램 팬들과 프로그램 제작진들만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스포츠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한 방송 관계자는 중국의 표절 문제에 대해 “한국 방송사에서 중국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긴 하지만, 중국 측에서 공문 자체를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법적 절차도 복잡하고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므로 법적인 제재를 가하더라도 이미 표절 프로그램은 모두 종영하고 난 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에서도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초 방송통신위원회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한류 방송 콘텐츠의 국제 포맷 분쟁 사례 연구’라는 주제로 국내 방송 제작물의 해외 표절 사례 분석에 착수했다. 이 연구는 올해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라 대책은 내년에나 나올 전망이라고  더 팩트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박모(25) 씨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중국 친구들 사이에서 표절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지만, 한국 프로그램을 베꼈다는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도 있다”며 “가끔 표절 문제가 언급돼도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반응이 많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중국 방송사들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거세다. 한 네티즌은 “중국은 자존심도 없냐”며 “도둑질을 막을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중국이 여전히 후진국인 이유는 이것이다”, “14억 되는 인구 중 인재가 그리 없나”, “역시 짝퉁 나라”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