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상 '검은손 성형 브로커’ 횡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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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 '검은손 성형 브로커’ 횡행
  • 취재기자 조민지
  • 승인 2013.06.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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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술후기로 환자 유혹해 특정 병원으로 유도

 

▲ 온라인상의 한 성형 정보 카페는 성형 브로커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네티즌들이 직접 브로커를 신고할 수 있는 방을 따로 만들었다(출처: 네이버 '병원 네티즌 커뮤니티' 카페) .

성형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자 이들을 호객하는 ‘성형 브로커’들이 온라인 상에서 활동하면서, 이들로부터 병원을 소개받고 성형한 후 피해를 본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성형 브로커들은 성형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 가입한 뒤, 자신이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는 성형외과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상담 내용과 비용에 관한 수술 후기, 심지어는 사진까지 첨부해,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글을 올리는 수법으로 감쪽같이 회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은 환자를 유치할 때마다 병원 측으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수술비의 일부를 받아 챙기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성형 카페는 가입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가입 후 카페 운영진의 승인이 떨어지면 누구나 회원으로 활동하며 글을 게시할 수 있다. 카페에 돌어온 성형 브로커들이 정보에 목마른 카페 가입자들에게 감언이설로 성형을 권하는 것이다. 또한 성형 브로커들의 말에 현혹돼 수술을 받은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병원 측에서 환불이나 보상을 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 1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쌍커풀 수술을 생각하던 최모(19) 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한 네티즌들의 후기 글을 읽고 마음이 끌려 그 병원으로 가서 수술 예약을 잡았다. 그러나 며칠 후 점점 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부작용 사례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런 글들에 따르면, 알고보니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는 성형 전문의가 아닌 비전문 의사이고, 그 병원에서 수술했다며 올라온 여러 개의 후기글들도 동일 인물이 아이디만 바꿔서 쓴 것이었다. 최 씨는 당장 수술을 취소했지만 예약금 10만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또, 성형 브로커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이 코수술 전문이라며 추천한 성형외과에서 코수술을 받은 김모(23) 씨는 “코 수술 후 석 달이 지나도 붓기가 안 빠지고 코 모양도 애초에 상담했던 것과는 완전 다른 모양이었다”며 “그 병원에서 재수술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또 부작용이 생길까봐 믿음이 가지않아 반만이라도 환불을 해달라고 했더니, 그럴 순 없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성형 브로커의 글을 보고 성형했다가 부작용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입고 있는 취업 준비생 박모(24) 씨는 제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카페에 브로커의 아이디와 자신이 수술했던 병원의 이름을 공개했다가 오히려 병원으로부터 “글을 내리지 않으면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이런 게 병원의 횡포가 아니냐”며 “고소해야할 사람이 누군데 역으로 협박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루하루 스트레스로 견딜 수 없고, 취업도 해야하는데, 이 얼굴로 어디가서 면접을 보느냐”며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러한 부작용 피해 사례가 발생한 대부분의 성형외과 측은 "수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경과가 지난 뒤 환자의 몸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성형 부작용일 뿐이다. 환자가 컴플레인을 걸 경우 재수술을 해줄 순 있지만 금전적인 보상은 해줄 수 없다"며 병원의 과실을 부정하고 있었고, 브로커를 고용해 홍보한 것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우리 병원은 아니다. 개인적인 블로그나 카페에 병원 방문 후기를 올릴 경우 감사의 뜻으로 자그마한 선물은 주지만, 홍보를 강요했거나 그 외 불법적인 홍보는 하지 않는다. 홍보 대행사나 광고 업체에 홍보를 맡겨서 그쪽에서 쓴 후기글에 대해서는 우리도 잘 모른다"며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온라인에 브로커가 난무하는 데에는 성형외과의 역할이 있었다.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시술이나 수술 후 유명 성형 정보 카페에 후기를 올리면 보톡스를 공짜로 놔주거나 1회에 10만원 상당의 피부 관리를 해주겠다는 등 병원들이 ‘환자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이런 혜택을 받기 위한 환자들이 스스로 브로커로 자청하는 것이다. 또한,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많은 성형외과들 때문에 저가 경쟁이나 홍보 경쟁이 치열해져, 마케팅실과 홍보실을 따로 만드는 병원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성형 시장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형 정보 카페 내에는 "유명한 성형 카페인 Y카페, B카페를 강남의 유명한 성형외과가 인수했고, 결국은 그 병원에서 호객을 하기 위해 작업을 한다," "J 카페에 후기글을 올릴 때 카페와 제휴되지 않은 병원에서 수술한 사진을 올릴 경우 글을 바로 삭제한다"는 등의 검증되지 않은 흉흉한 글들이 퍼지고 있어 카페 운영진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형 브로커와 병원이 손을 잡고 회원들을 상대로 브로커를 벌이는 것에 대해서 한 성형 정보 카페 운영진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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