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친구 오프라인서 보니 "더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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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친구 오프라인서 보니 "더 반갑네요"
  • 취재기자 조나리
  • 승인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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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제4회 페이스북 정기모임 성황

지난 16일 오후 5시, 부산역 아리랑 호텔 뒤 풍물거리에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오래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던 듯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들도 보였다. 공룡이 그려진 흰색 티를 입은 주최 팀은 즉석에서 명찰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사람들은 명찰을 목에 걸고, 명찰에 적힌 조에 따라 각 포장마차로 향했다.

▲페이스북에서 만난 친구들이 포장마차에서 만났다(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처음이라 조금은 서먹한 분위기 속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아, 그 분이 이 분이시구나”, “페이스북 사진이랑 많이 달라서...허허” 온라인상에서 만나던 친구가 그제야 누군지 알았다는 듯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꼼장어 한 점에 시원한 맥주 한 잔. 분위기가 무르익자, 포장마차마다 흥겨운 노랫가락이 울려 퍼졌다. 20대부터 50대까지 나이도 제각각, 전직 국회의원부터 소설가, 3일 차 백수까지, 직업도 천차만별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모두들 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잔을 들었다. 그리고 외쳤다.“페이스북 정기모임을 위하여!”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페이스북 정기 모임. 페이스북 운영진이 주최하는 것도 아니고, 동호회나 카페처럼 특정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아닌 이 ‘특이한 모임’은 페이스북 초기 이용자들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 2009년, 국내에 페이스북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실사용자가 약 5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초창기에, 번개팅으로 시작된 정기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 제4회 페이스북 정기모임 단체사진(출처: 참석자 김용길 씨 페이스북).

정기 모임 1회부터 참여했다는 원조 멤버 윤경태 씨는 “페이스북은 다 젊은 층이 하는 걸로 아는데, 처음 시작했을 때는 40대 전문인들이 많았어요. 2, 3회가 돼서야 젊은 친구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죠”라며 “처음부터 친구 신청 들어오는 걸 다 수락하다 보니, 이제 페이스북 친구만 5000명이에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은 오프라인 친구를 중심으로 페이스북 상에서도 인맥이 형성되고 있지만, 처음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친구를 맺었다고 한다. 정기 모임을 통해 맺어진 온라인 인맥이 오프라인까지 확대된 것이다.

소셜 미디어 통계사이트 '소셜베이커스’에 따르면, 지난 해 6월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는 717만 명. 5년도 안 돼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금은 넘쳐나는 사람들과 정보들 탓에 모든 페이스북 이용자가 이 정기 모임에 대해 알 수 없지만, 초기 멤버들의 포스팅을 통해서 알음알음 정보를 알게 된 사람들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 초기 멤버 윤경태 씨와 올해의 공룡 박점순 씨(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또, 이들은 정기 모임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공룡을 마스코트로 삼고, ‘공룡을 찾아서’라는 부제로 모임을 홍보하고 있다. 이 날, 풍물거리에도 ‘공룡’이 등장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공룡 옷을 입은 ‘4대 공룡’ 박점순 씨는 올해 공룡은 못난이 순위로 뽑혔다고 얘기해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초기 멤버가 아니라서 처음 올 때에는 뻘쭘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금방 친해져서 오늘 공룡까지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오늘 모인 인원은 약 70명. 처음 보는 사람이 많다보니 모임의 ‘핫 아이템’은 바로 명함이었다. 테이블을 옮기며 여기저기 명함을 돌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익명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는 사이버 상에서 만나온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개인 정보가 모두 나와 있는 명함을 주고받는 것, 이것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남의 장만 바뀐 게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가져야하고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 변화의 한 걸음이었다.

▲페이스북 오프라인 모인은 소줏잔과 함께 무르익는다(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그래서인지, 모임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나이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있는 듯했다. 커피의 종류와 품질에 대한 설명, 집을 이사한 이야기, 새로 산 카메라 이야기 등 정해진 주제도 없고, 정해진 틀도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들에 사람 냄새가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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