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1 행복 국가 '부탄'에서 도시 브랜드의 길을 찾다
상태바
⑥-1 행복 국가 '부탄'에서 도시 브랜드의 길을 찾다
  • 목지수 안지현
  • 승인 2017.07.26 2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부 삿포로 스마일] 시민 행복을 위한 도시 브랜딩 / 목지수 안지현

새로운 시대를 향한 삿포로의 도시 브랜드 전략은 경제 생산성의 관점으로 도시를 ‘파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매력을 경제 외적인 것으로부터 다시 점검해 보고, 이를 세계와 ‘연결’시켜보자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의 발상이나 가치관에서 조금 떨어져서 사람들이 날마다 생활하는 방법에서 생겨나는 즐거움, 감동, 창조성 등 자연스럽고 다양한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봐야 했다. 그리고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적인 대도시의 상투적인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데서 벗어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다른 도시를 향해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었다. 세계 모든 도시들이 쫒고 있는 경쟁 지표가 아닌 ‘사람’에 집중하고 있는 도시는 세계 어디에 있는 걸까?

하늘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맥 모습. 부탄은 이 산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삿포로는 부탄 국민 97%가 느끼는 행복의 비결을 도시 브랜드에 담아내고자 했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 시가 발견한 것은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인구 약 70만 명의 작은 나라 부탄이었다. 부탄은 가파르고 험준한 산과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는 남한 면적의 절반 정도 되는 나라인데, 히말라야 산맥의 해발고도 2000m 정도 되는 고지대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다른 나라와의 국제적인 교류가 거의 없기 때문에 흔히 부탄을 은둔의 나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업은 대부분이 농업이고, 사람들의 삶도 소박해서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생필품은 자급자족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러한 부탄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870달러인 작고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 대부분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니, 삿포로 시는 어쩌면 그들이 그토록 간절히 찾고 있던 질문의 답을 부탄에서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평화로운 부탄의 모습(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1972년, 부탄의 제4대 국왕인 싱게 왕축은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량)’라는 개념을 처음 창안했다. 이는 당시 GNP(Gross National Product, 국민총생산량)나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량)의 개념을 지표삼아 국가간 경제력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에 국제 상식과는 거꾸로 가는 파격적인 게념이었다. GNH는 마음이 풍요로운 상태를 나타내는 ‘행복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되지 못한 행복이라는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는 기막힌 발상은 부탄의 국가 정책에 즉각 반영되고 입법화되었다. 다음은 부탄 헌법에 명시된 국민 행복을 위한 통치 가이드라인이다.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사회 경제 발전 / 히말라야 자연 환경 보호와 추진 / 유형·무형 문화재의 보호와 추진 / 좋은 통치

국력, 군사력, 경제력,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부탄을 지켜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부탄만의 독자적인 문화뿐이라고 생각한 직메 싱게 왕축 국왕은 가장 먼저 공공 장소에서 전통 의상을 입도록 의무화했고, 전통 양식의 건축물을 보존하는데 힘썼다. 이러한 생활 양식을 지키는 것이 부탄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부탄은 새로운 기술과 외래 문화가 유입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데 조급해 하지 않았다.

TV나 인터넷도 부탄에서는 1999년이 되어서야 보급되기 시작했고,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만들어지고 자동차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근대화를 서두르지 않는 독특한 부탄의 정책은 경제적인 윤택함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희생되고, 자연을 접촉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근대화가 초래하는 폐해를 잘 알기에 전통을 지켜 나가며 서서히 외래 문물을 받아 들이는 곳이 바로 부탄이라는 나라라는 사실을 삿포로가 파악하게 됐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