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레밍(들쥐떼)’ 모욕, “국민이 그렇게 만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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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레밍(들쥐떼)’ 모욕, “국민이 그렇게 만만한가”
  • 논설주간 강성보
  • 승인 2017.07.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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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주간 강성보
논설주간 강성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명색이 국민들의 지지를 먹고사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어떻게 국민들을 그처럼 대놓고 모독할 수 있단 말인가.

학교 식당 종사자들을 그냥 밥하는 아줌마로 비하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의 막말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 지방의회 의원의 ‘레밍 발언’이 터졌다. 국민들은 화를 내기보다 그냥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아연해 할 따름이다. 충북도 의회 김학철 의원 얘기다.

외유 도중 급거 귀국한 김 의원은 뜻밖에도 당당했다. 23일 새벽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레밍 발언의 파문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자신의 진의는 그게 아니었는데 언론이 짜깁기해서 파문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TV에 방영된 그의 발언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만만한 게 지방의원입니까. 무소불위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 같은 그런 집단도 아닌데. 무슨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

언론이 아무리 편집 기술이 뛰어나다해도 그가 한 발언을 전혀 다르게 왜곡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편에서, 그의 입장에서 아무리 요모저모 따져봐도 그가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틀림없을 사실로 볼 수밖에 없다.

원래 김 의원은 국민이 아니라 자신과 일행의 외유를 힐난하는 언론에 화가 나 있었던 것 같다. 한 지방지가 문제를 제기하고 연이어 전국 언론이 잇달아 보도하자, 그런 여론몰이가 리더를 따라 집단 자살을 하는 습성을 가진 레밍을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만 방송사 기자에게 언론을 직접 비난할 수 없어 국민을 끌어들여 불만을 드러냈다고 새벽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기자에게 대놓고 언론을 욕하기 어렵다고 국민을 들쥐 떼에 비유하다니 제대로 된 양식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공자 말씀을 끌어들일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1조를 들이대지 않아도 된다. 그에게 도의원이라는 직책과 권한을 제공하고 세비를 주고 있는 것은 유권자이며, 그 유권자가 바로 국민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도모한다면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데 그들을 들쥐떼로 몰아부쳐 놓고 어떻게 표를 얻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간다. 그는 “만만한 게 지방의원이냐”고 기자들에게 푸념했는데, 오히려 “만만한 게 국민이냐”고 그에게 반문하고 싶다.

김학철 의원의 거친 발언과 튀는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 3월 박근혜 탄핵국면에서 태극기 집회에 단골로 출연해 “대한민국의 국회와 언론, 법조계에 광견병이 돌고 있다. 미친 개들은 모두 사살해야 한다”고 ‘사자후’를 토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현재 구속 기소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연 어느쪽이 ‘사살당해야 할 미친 개’인지 의문이다. 김 의원은 또 지난해 9월 강원도 고성의 한 리조트에서 도의회 연찬회를 가진 후 음식점 주인에게 “왜 이렇게 대우가 시원찮냐”며 갑질을 해댔다는 소문도 전해지고 있다.

국민을 ‘레밍’, 즉 들쥐 떼에 비유한 것은 아마 정치인 막말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이언주 의원의 ‘동네 아줌마’는 그대로 점잖은 편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자유한국당은 이 ‘레밍 발언’의 파문이 커지자 김학철 의원을 제명키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수준의 징계로 마무리 되어서는 안되며 도의원직을 제명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그러나 도의회 재적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의원직 제명이 실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의원들 역시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 시간이 흐르면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3월 ‘광견병’ 발언 때도 김 의원이 도의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주의 각서라는 경징계에 그쳐 형식상 면죄부만 준 꼴이 됐다고 한다.

더욱이 김 의원이 소속한 정당은 대표를 비롯해 핵심 당직자들 대부분이 언론과 여론, 그리고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는 국민들에게 불신과 불만을 품고 있고, 때때로 김 의원의 이번 발언에 맞먹는 막말도 서슴치 않고 있어 김 의원에 대한 제명조치 역시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리 국민을 들쥐에 비유한 것은 김학철 의원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이 등장했을 때 존 위컴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국 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인은 들쥐 같아 새 지도자가 등장하면 우르르 몰려든다”고 말한 바 있다. 1970년생으로 올해 47세인 김학철 의원이 당시 위컴 사령관의 들쥐 발언을 직접 듣고 기억한 것은 아니겠지만 기록을 보고 평소 그 의견에 공감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문제는 우리 국민이다. 모욕을 당하고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다. 참고 있거나 쉽게 망각한다면 늘 다시 모욕을 당할 자세를 갖추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응징을 해야 자존감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 국민에게는 ‘투표’라는 확실한 응징의 수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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