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보여주기식' 교육 폐해 방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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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보여주기식' 교육 폐해 방치 안된다
  • 취재기자 차여경
  • 승인 2013.06.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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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아교육 실습생의 목격담.."유치원 교사직에 회의감"

올 해 유아교육과 4학년인 대학생 신지혜(가명) 씨는 유치원 실습을 나가고 있다. 정해진 유치원에 실습을 나가서 담당 교사의 보조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수업도 해 볼 수 있다. 진짜 유치원 교사가 되기 전에 직접 경험도 해 보고 학점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신 씨는 이 실습과정을 통해 유치원의 교육 현실을 목격하면서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신 씨는 "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잘 보이려고 무리하게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정작 교사들이 아이들에게는 막 대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그림 작품을 하나 만들 때에도 아이들의 역량이 저마다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선생님의 높은 기준에 맞춰 어이들에게 그리게 하는 것이다. 만약 선생님의 기준에 못 미친다면, 그 아이는 쉬는 시간도 없이 몇 시간이고 계속 앉아서 그려야 한다.

신 씨는 "아이들의 집중력은 짧다. 그런 아이들에게 몇 시간 동안 앉아있게 하는 것 또한 곤욕이다"라면서 "혼을 낼 때에도 '네 엄마가 이 그림을 보면 좋아 하시겠냐'?고 하며 아이들에게 모욕감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업 후에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결과물이 남아 있어야지 수업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원장의 요구에 실습생들은 밤을 새기 일쑤다. 매일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물을 중요시하다 보니, 수업 과정에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윽박지르거나 등을 때리는 장면도 자주 목격한다. 아이들이 선생님한테 가까이 가는 것을 무서워 한다"고 신 씨는 말했다.

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한 지 2년차인 차혜림(가명) 씨는 사립 유치원의 경우 이런 것이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1년은 사립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학교 부속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지난 유치원과 비교해 볼 때, 사립은 부모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보여주는 것에 신경를 더 쓰며 그래서 올바른 교육 환경을 놓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 씨는 "재롱 잔치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유치원 내의 분위기도 살벌하다. 수업 일정들이 잡혀있지만 며칠 동안 그 공연 준비만 하게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도 긴장을 한다. 왜냐하면 작게는 교사가 아이의 팔을 심하게 잡아당기기도 하고, 머리를 쥐어박는 것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이 험해지기 때문이다"라고 차 씨는 덧붙였다.

현재 부산의 유치원은 국공립 61개원, 사립 334개원으로 사립 유치원이 부산 지역에서 85%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은 유치원수에서 사립의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이 높아지는데 이것이 장점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현 부산유치원연합회 소순희 회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립 유치원의 강점을 말했다. "교육도 서비스다.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공립과 달리 무한 서비스 경쟁에 노출돼 있는 사립은 건학이념에 따라 교육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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