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기계약직 2400여 명 정규직 전환에, 지방 주민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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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기계약직 2400여 명 정규직 전환에, 지방 주민 "우리는?"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7.1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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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교통공사·시설공단 소속 직원 대상 시행"...2019년까지 시급 1만 원 인상도 추진 / 정혜리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노동 존중 특별시 2단계 계획'을 발표하며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을 밝혔다(사진: 더 팩트 제공).

서울시가 산하 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2442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해 지방 주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계약 종료일이 없어 고용 안정성이 있지만 임금 체계, 승진, 복리 후생 등이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고,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연봉에는 큰 차이가 있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온 고용 형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7일 ‘노동 존중 특별시 2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산하 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2442명을 정규직화하고 기간제·계약직 노동자 1087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서울형 생활 임금’의 실시도 발표했다. 서울시 산하 기관에 적용되는 기본 임금을 2019년까지 시급 1만 원대로 올리기로 해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보다 앞서 나가기로 한 것.

서울시는 구의역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모 군 사고 이후 승강장 안전문 보수원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다 차제에 정규직화 범위를 넓혔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1147명, 서울시설공단 소속 450명 등 서울시 투자 출연 기관 11곳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이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처우는 각 기관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기간제 근로자 1087명은 정규직화가 가능한지 판단 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앞으로 비정규직 채용은 육아 휴직 대체자 등 단기적으로 필요한 인력만 채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계획을 발표하며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각종 차별을 받아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고용 구조를 바로잡겠다"며 "중앙정부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전국적 확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인건비 문제 해결 방안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기관들이 이미 적자를 내고 있는 상태여서 추가 재원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서울시는 내년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에 77억 원, 생활 임금 인상에 234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서울시 관계자를 인용해 “두 사업의 재원은 올해가 아닌 내년 예산부터 반영된다. 추후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관련 예산들이 마련되도록 하겠다”고 보도했다.

네티즌들은 박원순 시장의 파격적인 행보에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지방 거주 주민 사이에선 이번 서울시의 결정이 부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네이버 회원 kiba******는 “지방에서 4년 째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나이는 먹어 가는데 계약직은 승진도 없고 월급 인상도 없고 매일 매년 제자리 걸음으로 꿈 없이 살고 있다”며 “우리가 서울처럼 될 일도 없고... 지방 사람은 그저 부럽다”고 토로했다. 취준생 박지윤(27, 부산시 금정구) 씨는 “사실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 된다니 부럽긴 하다”며 “이렇게 모두가 정규직에 목숨을 거는데 무기계약직 자체가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네이트 회원 memo***는 “정규직 전환되신 분들 축하합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고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분명히 노동 환경도 개선되고 노동자가 대우받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잘되었다고 절대 내가 피해 받지 않습니다. 피해 의식은 나도 남도 모두가 불행한 분위기만 형성됩니다. 축하할 것은 축하해주고, 모두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 시스템도 하루빨리 구축되기를 바랍니다”라고 글을 써 700여 명의 공감을 받았다.

반면 무기계약직은 인맥을 이용해 들어간 사람이라며 정규직화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ssaf*****는 “공기업 계약직도 빽이나 인맥이 많은데 저기서 생떼 써서 무기계약직 그리고 정규직 생 떼쓰면 다 이루어지는 세상이구나”라고 말했다. 이에 parkm*****는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다 학연, 지연 있는데 인맥으로 취업하는 관습을 끊는 게 본질적 문제 아닌가? 어디 취업 안 해도 돼서 아무 것도 모르는 건물주 아드님이신가 보다”라고 냉소했다.

yama****는 “대놓고 빨갱이 정책하네. 그럼 몆 년 간 시험 쳐서 들어간 사람은 호구냐? 전환 티오만큼 정규직 늘려서 선발하는 게 맞다. 비정규직 입사 어려워서 안 들어간 줄 아냐?”라고 주장했다. 반면 기간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25, 부산시 수영구) 씨는 “절박한 상황에 당장 일 안 해도 되니까 몇 년이고 취업 준비하겠지. 누구는 취업 준비하기 싫어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서 일하냐”며 “부모 등골 빼먹으면서 허송세월 보낸 인간들이 이런 말하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비정규직 직원 중에서 시험을 거쳐서 전환시켜주는 게 맞다”거나 “우리나라 그리스처럼 되는 게 아니냐”, “문재인, 박원순 포퓰리즘 극치”라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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