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는 감정 노동자 ..손님 폭언에 눈물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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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는 감정 노동자 ..손님 폭언에 눈물 흘린다
  • 취재기자 임기석
  • 승인 2013.06.0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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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들은 택시 기사들이 무섭다고 하고, 택시 기사들은 손님들이 무섭다고 한다(사진: 취재기자 임기석).

택시기사들은 고달프다. 술취한 승객의 폭행부터 자식뻘 어린 학생 손님들의 폭언까지 당하고도 화를 참아야 하는 택시 기사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을의 인생, 감정 노동자다.

부산 영도구 거주 택시 기사 박모(56) 씨는 지난해 12월, 만취한 손님으로부터 얼굴을 주먹으로 얻어맞고도 고발은 커녕 요금도 받지 못했다. 그는 “국가에서 택시 기사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나 대책이 생겼으면 좋겠다. 확실한 보호 대책 없이 운전대 잡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부산 남구 거주 택시 기사 김모(60) 씨는 아들뻘 되는 고등 학생 손님들에게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늦은 저녁, 교복을 입은 고등 학생들을 태웠다. 학생들은 김 씨에게 “대연동으로”라고 했다. 김 씨는 반말조의 그 말에 기분이 나빴지만, 학생도 승객이기에 참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 운전 좀 살살하라고”라고 말했다. 참다못한 김 씨는 “너희는 부모님한테도 그렇게 말하냐”고 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대놓고 집단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당시 위협을 느껴서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간신히 목적지에 나이어린 ‘갑’의 손님들을 내려놓고 뒤도 안 돌아 보고 시내로 향했다고 한다.

택시 기사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건 손님들의 폭력 행위 뿐만 아니다. 부산 수영구 거주 택시 기사 신모(46) 씨는 심하게 애정행각을 하는 연인들 때문에 곤란한 적이 많다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택시 기사가 있든 말든 짙은 애정행각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꼴을 보려고 내가 운전을 하나 생각하니, 내 자신이 다 부끄러웠다”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에게 음주 손님이 가장 두려운 존재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늦은 시간에 손님이 많은 번화가 유흥지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박모(43) 씨는 늦은 밤이나 새벽이 되면 술집이 많은 곳에 운행을 나간다고 한다. 그는 택시 기사를 보호하는 특단의 조치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그는 “술집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손님들이 많아서 갈 수밖에 없다. 항상 위협을 느끼며 운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승객들의 폭행에 택시 회사의 입장도 난처해지고 있다. 급기야 회사 차원에서 대처 방안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의 한 택시회사의 관계자 김모(58) 씨는 손님들의 택시 기사 무시와 폭력 때문에 택시 기사들이 대거 사직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회사 경비로 기사들의 야간 수당을 올려주고 운전석 칸막이 설치를 고려하는 중이다.

부산의 한 택시조합 관계자 양모(56) 씨는 간혹 택시 기사가 가해자가 되어 손님들이 피해를 입는 뉴스가 자주 나와서 택시 기사들의 심적인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이 택시 기사를 무서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택기 기사들은 밤이 되면 손님들을 무서워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사들은 일을 마치고 술자리에 가면 항상 폭력 손님들 얘기뿐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택시 기사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 제정이 추진 중이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4월까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법령은 택시에 운전자 보호를 위한 칸막이와 에어백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삽입될 예정이다. 시내버스는 취객의 운전사 폭행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 앞서 2006년부터 이미 보호칸막이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시 마을버스에도 보호 칸막이 설치가 확대되었다.

한편, 경찰도 시민들의 의식이 고쳐지지 않는 한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대연3동 지구대 강모(43) 경위는 택시, 버스기사 등 대중교통 운전자에게 폭행을 행사한 경우에는 기존의 폭행 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이 추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런 법이 계속 적용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폭 손님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잘못된 술 문화와 감정 노동자를 함부로 대하는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자리 잡고 있는 술 문화와 개인의 의식은 법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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