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에 노동계는 일단 흐뭇, 고용자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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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에 노동계는 일단 흐뭇, 고용자는 한숨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7.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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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16.4% 오른 시간당 7530원 의결...정부, 소상공인 반발에 4조원 지원 방안 발표 / 정혜리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해왔다(사진: 더 팩트 제공).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6470원에서 1060원(16.4%) 오른 것으로 2007년 12.3% 인상 이후 역대 최고 인상률이다.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 세종청사에서 11차 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근로자 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 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안을 표결에 부쳤다.

노동계는 7530원을, 경영계는 7300원을 제시했고, 노동계가 제시한 안은 15표, 노동계가 제출한 안은 12표를 얻어 노동계 제시 금액이 내년 최저임금으로 결정됐다.

이같은 인상안에 대해 노동계에선 환영한다는 반응이 많은 반면, 중소기업 사용자들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노동계는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했고, 경영계는 6625원을 주장해왔다. 제시 임금 격차가 무려 4000원 가까이 되는데도 양측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팽팽히 맞서 법정 타결 기한인 지난달 29일을 넘겼다. 이날 회의에서도 노동계는 8330원, 경영계는 6740원을 2차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2차 제시안 역시 1590원의 격차가 나자, 공익 위원들은 최종 수정안을 제시하면 표결로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냈고, 노동계는 7530원을, 경영계는 730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면, 장관은 다음달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한다.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의해 역대 정부 평균치 최저임금 상승률을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 9%, 노무현 정부 10.6%, 이명박 정부 5.2%, 박근혜 정부 7.4%로 나타났다. 이날 결정된 최저임금은 16.4%로 지금까지 7~8%였던 평균 인상률을 2배로 끌어올린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은 11년 만의 두자릿수 인상률, 역대 최고 인상액을 기록했다.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중소기업계는 내년 인건비로 15조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가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의견을 외면했다며 “역대 최고 인상 폭(450원)의 2.4배에 이르는 1060원 오른 것에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부산 금정구에서 편의점을 열고 있는 김모(56) 씨는 "지금은 주·야간으로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고용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한 명을 줄이고, 아내과 딸에게 가게를 대신 보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대기업들은 당장 직접적 영향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의 직원이 정규직이고 비정규직, 파견직 고용이 적어 인건비 영향이 적다는 것. 다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사람 없이 운영하는 무인(無人)형 점포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이 단순 노무직 일자리를 줄여 미숙련 노동자들의 취업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

부산 동래구의 한 세차장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박모(26) 씨는 "최저임금 인상폭이 높아진다니 반갑기는 하지만, 업주들이 무인 세차 장비 등을 도입하는 등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지나 않을까 한편으로는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용자 위원인 김문식, 김대준, 김영수, 박복규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퇴했다. 이 위원들은 “지금의 무의미한 최저임금위원회는 해산하고, 정권 눈치보지 않는 소신있는 공익 위원, 최저임금 노동자를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는 근로자 위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표할 수 있는 사용자 위원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16일 경제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소상공인·중소기업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등 대책을 발표하는 등 후속 대첵 마련에 나섰다.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총 4조 원 이상을 재정 지원하겠다는 것.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 적용도 확대한다. 영세(수수료율 0.8% 적용), 중소가맹점(1.3%) 범위를 확대해 오는 31일부터 곧바로 적용한다. 또 음식점업 적용 공제율을 인상해 농수산물 구입 가격 부가세 공제를 확대하고, 재벌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 결정 소식에 대해 네티즌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네이버 회원 wwer****는 “최저임금 오른 건 긍정적이다. 근데 물가가 더 상승되는 건 아닐지 뭔가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winy****는 “최저임금 안 올리면 언제는 물가 안 올랐냐”며 “항상 뭐든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지적했다.

7000원 대 최저임금은 아직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sjqw****는 “더 올라야한다. 물가는 엄청 오르는데 최저임금 인상은 지지부진하다. 하루 속히 1만 원을 넘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ang****는 “최저임금보단 물가를 잡아라. 그들만의 세상에 사는 놈들이야 그러든지 말든지 서민들은 다 같이 살아야지”라며 최저임금보다 물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취준생 이진영(27,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조그만한 회사 가면 매일 야근하고 돈은 150만 원도 못 받을 텐데 이제 아르바이트만 해도 150만 원은 넘게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를 비판하는 이들도 줄을 이었다. x6xx****는 “알바 부려 먹으면서 최저임금도 안 주려고 하고 먹튀하고 꿀 빨려는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원 월급도 못 준다는 것은 엄살이라는 고백도 있었다. 자영업자 박상용(58,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그거 올리는 거 가지고 절대 안 망한다”며 “결국 월급 조금 더 주는 게 아깝다고 생각해서 앓는 소리 하는 거지. 만약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진짜 사업이 힘들다고 하면 그런 부실사업장은 문 닫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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