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눈의 나라 삿포로를 만나다 / 목지수 안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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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눈의 나라 삿포로를 만나다 / 목지수 안지현
  • 목지수 안지현
  • 승인 2017.07.12 23: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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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삿포로 스마일] '삿포로 스마일'은 시민 행복을 위한, 시민이 웃는 도시 브랜딩

비행기가 삿포로의 신치토세 공항에 접근하고 있었다.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태초에 그 어떤 컬러도 존재하지 않았던, 오직 하얀색으로만 이루어진 세계인 듯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雪國)이었다"라는 카와바다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드디어 눈의 나라 삿포로에 도착한 것이다.

눈이 하도 많이 와서 길 건너편에서 걸어가는 사람들의 어깨와 머리만 겨우 보인다. 가로변에 쌓여있는 눈의 높이가 사람 가슴 정도였다(사진: 목지수 씨 제공).

신치토세 공항에서 삿포로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쾌속 열차 JR에어포트로 갈아탔다. 마침 삿포로의 대표적 축제인 '유키마츠리(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손꼽히는 눈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라서, 열차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덜컹거리는 열차 소리 외에 차 안에서는 그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창 밖으로 펼쳐지는 겨울 왕국의 아름다움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얗게 탈색된 홋카이도의 경치를 이렇게 파노라마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삿포로로 향하는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JR삿포로 역에 도착하자, 또다시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대로변에 성인의 어깨 높이만큼이나 쌓여있는 눈덩이들, 그리고 그 사이를 조심조심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휘청하고 미끄러질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십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폭설 후의 풍경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일상인 듯 별 대수롭지 않게 걸어가는 삿포로 시민들의 표정은 예상했던 것처럼 밝고 활기찼다.

삿포로에서 눈은 불편함이나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도시 생활의 즐거움처럼 느껴진다. 환하게 웃으며 눈길을 걷는 삿포로 시민들(사진: 목지수 씨 제공).
‘삿포로 스마일’ 홍보 포스터. ‘미소는 세계 공통’이라는 카피가 눈에 띈다(사진: 목지수 씨 제공).

JR삿포로 역에서 숙소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오랜만에 눈도 밟아 볼 겸해서 우리 일행은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미끄러운 눈길 위를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엉금엉금 걷다보니 체력에도 슬슬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고작 몇 십 분을 걸어가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불편함을 삿포로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숙소가 가까워오자 빨간 광고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번 삿포로 방문의 이유인 삿포로 도시 브랜드 '삿포로 스마일'을 소개하는 포스터였다. 사진 한 장 없이 담백하게 관광객을 맞이하는 포스터 한 장의 ‘격’이 삿포로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제발 날 좀 봐달라고 유난을 떠는 관광 포스터가 아닌, 젠틀하게 ‘우리 생각은 이래! 너도 같은 생각이지?’ 하며 대화를 걸어 오는듯한 느낌! 우리도 포스터 속의 로고처럼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이어갔다.

겨울에 삿포로를 방문하게 된다면 반드시 등산화 한 켤레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미끈거리는 빙판길에서 발을 잘 못 디뎌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간편한 운동화나 구두를 신고 잠시만 걷다보면 어느새 신발이 젖어버리고 만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한 탓에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기도 하는데, 신발 속으로 들어온 눈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많다. 뽀송뽀송하게 삿포로의 겨울을 만끽하고 싶다면 등산화를 꼭 챙겨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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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맘 2017-07-13 09:36:04
기사 읽으니 삿포로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네요~!
설경이 눈에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