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반대에 개시장 상인들, "먹고 살 길 열어달라" 하소연...부산 구포 개시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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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반대에 개시장 상인들, "먹고 살 길 열어달라" 하소연...부산 구포 개시장 르포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7.12 05:01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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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논란에도 꿋꿋이 영업…부산시, "관련 법 없어 대책 마련 어려워" / 정인혜 기자
부산 최대 개고기 시장인 구포 개시장(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초복을 하루 앞둔 10일, 부산 최대 개고기 시장인 구포 개시장. 지하철 덕천역 1번 출구로 나와 300m쯤 걸어가니 조금씩 역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이어 철창 안에 갇힌 개들이 보였다. 인적이 뜸한 골목에 낯선 사람 얼굴이 보여서 반가웠던 것일까. 개들이 짖기 시작했다. 이어 주인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해!”

습한 날씨 탓인지 시장통에는 더위를 식히러 나온 상인들뿐,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시장통을 걸어가며 세어보니 개를 파는 점포 수가 20여 곳쯤 됐다. 숨을 쉴 때마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던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가게 앞을 지나칠 때마다 개들의 시선이 따라왔다. 

기자를 지켜보는 건 개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들어서면서부터 상인들의 따가운 시선이 따라붙었던 터였다. 이내 한 상인이 기자에게 먼저 다가왔다. 그는 언짢다는 듯이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아가씨 사진 찍으러 왔어요?”

취재차 왔다고 대답하자, 그는 그간 다녀갔다는 언론사 이름을 입에 올리며 버럭 성을 냈다. 사진 찍고 글 쓰는 사람들 때문에 못 살겠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열변을 토하던 그는 “개시장 상인들의 말을 들으려고 왔다”는 설명에 다소 누그러졌다. 

그는 “요즘 장사가 잘 안돼 복날에는 무조건 마진을 남겨야 하는데 왜들 이렇게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며 “무작정 반대만 하면 이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다 굶어 죽으란 말이냐”고 성토했다.

부산 최대의 개고기 시장인 구포 개시장 점포에 개들이 갇힌 철장이 놓여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구포 개시장은 6.25 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형성돼 1970~1980년대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개시장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하지만 88올림픽 이후 개 식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한때 점포 수만 70여 개가 넘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이곳은 이제 20여 곳의 점포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상인들은 한목소리로 생활고를 호소했다. 한 상인은 “나도 속 시끄러워서 더는 장사하기 싫다. 먹고살 게 이거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다들 매일 몰려와서 장사하지 말라고 훼방을 놓는데, 그러면 이것 말고 먹고살 만한 일을 구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말하는 몰려오는 사람들은 동물 보호 단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부산지부는 초복인 12일 오후 1시 이곳에서 ‘반려동물 식용 반대’ 캠페인을 연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상인은 동물 보호 단체를 '이기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집은 닭도 팔고, 오리도 팔고, 개도 파는데 그 사람들 입에서 닭이랑 오리 팔지 말라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못 들어봤다"며 "사람 취향에 따라 이 고기도 먹고 저 고기도 먹는 거지 개는 가족이고 닭, 돼지, 오리는 가축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개는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짖는 소리 듣기 싫다고 성대 자르고 짝짓기 못하게 거세하고…앞 뒤가 안 맞다"며 "돼지가 개보다 오래 살고 똑똑하다던데 애완동물로 돼지 키우는 사람한테는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고 개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한 중년 여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무언가를 주문했다. 이어 커다란 봉지에 성인 남성 팔뚝만한 개다리가 담겼다. 손질된 개고기의 시세는 1kg당 2만~3만 원 선이다. 

그는 “초복이라 남편과 몸보신할 거리를 찾으러 왔다”며 “보신탕 먹는다고 하면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데, 고기면 다 똑같은 고기지 왜 야만인 취급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구포 개시장에 위치한 한 점포의 철창 안에 개들이 갇혀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그간 구포 개시장은 존폐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올해 초 동물 보호 단체들은 철폐 및 업종 전환을 요구하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곳을 고발했다. 교육청도 나섰다. 지난해 부산시교육청은 구포개시장이 학교보건법상 상대 정화 구역 내 유해 시설이라며 부산 북구청에 철거를 요청했지만, 북구청은 개시장이 '합법적인 도축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철거를 불허했다. 이를 관리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인근 덕천초등학교는 구포 개시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은 허가받은 도축장에서만 도살할 수 있다. 하지만 개는 식용 가축이 아니기 때문에 도축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개를 잔혹하게 도축하면 동물 학대 혐의가 적용될 수 있지만, 현장을 포착해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상인들은 개를 식용 가축으로 허가해달라고 하소연한다. 합법적으로 도축하면 동물 학대 논란도 사라지고, 음성적으로 자행되는 불법 도축이 없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한 상인은 “옛날부터 내려온 우리나라 식문화가 시민 단체 몇 명이 몰려와서 먹지 말라고 소리친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그 사람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게 동물 학대라면 학대 없이 깔끔하게 도축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면 될 것 아니냐.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으면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과거 언론 보도처럼 매타작으로 도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도 설명했다. 돼지, 소를 도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 감전으로 도축한다는 것. 그는 “(매타작으로 도축하는 것) 그건 다 옛날 방법이지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식으로 동물을 잡나”라면서도 “일부에서는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걸 해결하고 싶으면 식용개를 법 굴레 안에 넣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개인 소유의 특정 점포를 법으로 지원할 근거가 없어 업종 전환을 유도하는 게 어렵다”며 “인근 상인들이나 시민들의 민원이 다수 접수되는 만큼, 구포시장 환경을 개선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구포 개시장 점포 앞 철창 안에 개들이 갇혀 있다. 이 일대에는 아직도 20여곳의 점포가 영업 중이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취재 후 길을 나서는 데 젊은 여성 한 명이 시장통 입구에 위치한 한 점포 철창 앞에 쪼그리고 앉아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안에 갇힌 개 세 마리도 신기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이내 뒤돌아섰다. 어깨가 들썩이는 걸 보니 울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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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반대 2017-07-13 02:15:18
헛소리하지말고 빨리 전업해라 왜 먹고살게 그장사밖에 없나? 그짓밖에는 안해으니까 아직 잘 모를뿐이지 불쌍한생명들 그만죽이고 다른 직업을 택하라 이 개백정들아

밍코 2017-07-13 23:21:50
먹고 살일 많다 편하게 많은돈 벌려니까 그짓을 하지ㆍ 잔인한 인간들!! 불쌍한 그 개들을 잡고 싶냐!! 돼지 닭 오리 얘기하지마라 잡아멱는주인보고 꼬리치는가 말이다 후생에 너도 개로 태어나 그꼴 당할것이다

bc 2017-07-18 02:21:01
글로벌시대입니다. 저런 쓰레기같은것들때문에 한국이미지도 더러워지고 다른나라에서 평창올림픽 보이콧하자느니 그런소리가 나오는겁니다. 맨날 돼지소닭 언급좀 그만해라 솔직히 개란 동물만큼 인간을 따르는 동물이 어딨다고 또 이렇게말하면 소닭돼지도 주인잘따를수있다고 염병떨겠지. 세계인들이 싫어하고 혐오하면 좀 처먹지말아라 내가 동물보호단체도 아니고 개를 키우는 사람도 아닌데 저런섀끼들땜에 해외에서 조롱당하는 기분.. 영국뉴스에서는 한국 식용개문화 자주 언급된다. 미국 동물보호단체가 직접한국가서 식용견들 구출뉴스도 자주나온다

리린 2017-08-18 13:55:48
먹고살건 당신들이문제지. 툭하면 나라한테 보상해 달라는게 당신들 취미냐? 잘못된 먹거리를 파니 문닫으라는건데 모가 잘못됫는지도 모르냐?? 진짜 한심하다. 무식하다.

ㅇㅇㅇㅇ 2017-08-18 14:25:11
먹고살길 찾아보면 많습니다.
그렇게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잔인하게 도살 당하는 동물들은 그럼 무슨 죄 입니까? 동물들에게 밥은 제대로 주고 관리는 제대로 하나요? 그렇지도 않으면서 그걸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겁니까? 당신들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에게 죄를 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