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자국 이기주의가 춤춘 리바이어던들의 회맹(會盟)
상태바
G20 정상회의, 자국 이기주의가 춤춘 리바이어던들의 회맹(會盟)
  • 편집국장 강동수
  • 승인 2017.07.11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투리시사인문② 회의는 춤춘다 / 편집국장 강동수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의 모습(사진: 청와대 제공).

1.

해마다 한 번씩 보는 풍경이지만, 올해도 지난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경제의 모범생 20개국의 정상들이 모여 벌이는 잔치. 그러나 실속은 없다. 웃음 띤 얼굴로 악수를 나누고 때로는 포옹도 하지만 머릿속엔 복잡한 계산이 어지럽게 교차한다.

다들 알다시피 G20은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20개 국가들 그룹을 의미한다. 시초는 1975년 석유 위기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5개 열강이 세계 경제의 방향과 각국 간의 경제 정책 협조를 논의하기 위해 G5를 시작됐다. 이후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참여해 G7이 됐다. 이후 러시아 끼어들어 G8이 됐다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합병 때문에 쫓겨났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G7이다.

국제 경제라는 커다란 파이 접시가 얹힌 식탁의 주빈은 물론 G7이지만, 세계 경제의 준 모범생을 식탁에 끼워주는 게 바로 G20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일곱 개 나라만으로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게 힘들어지면서 1999년 신흥공업국 12개 나라도 불러들인 것. 중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등이다. 요행히 한국도 끼어들었다. G7이 성골이라면, G20은 진골쯤 된다고나 할까. 지구상의 나라 수가 200개가 훨씬 넘으니 G20에 들어간 건 그래도 1/10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G20에도 들어가지 못한 나라들은 손가락을 빨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르게 말하면, G7은 오페라 극장의 R석이고 G20은 거기에다 S석을 합친 개념인 거다. 나머지 나라는 극장 밖에서 귀만 쫑긋거려야 하는 처치다. 케임브리지대 교수 장하준 식으로 말하자면 G7이나 G20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 혹은 신흥공업국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인데, 선입자들이 ‘자유무역’이란 이름의 장대로 경제 약소국이 올라올 사다리를 밀어 넘어뜨리는 게다.

2.

이번 회의는 미국과 서구 국가들의 대결의 장이 돼 버린 형국이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유일 영도체제’ 아래 굴러왔던 세계 질서는 미국의 점진적인 퇴조와 함께 춘추전국 시대랄까, 백가쟁명이 돼 가고 있다. 그런 판에 ‘아메리칸 퍼스트’를 내세우며 ‘자유세계의 지도자’ 자리를 스스로 넘겨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도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국제 무대의 새로운 중재자로서 그 빈자리를 떠안았지만 역부족이다.

우선,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기후 문제. G20 정상들은 8일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되돌릴 수 없다”면서 “미국의 협정 탈퇴 결정을 주목한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그래도 트럼프는 파리협정 탈퇴 입장을 고수했다. 메르켈은 기자회견에서 “모두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의견 불일치를 분명히 표시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미국은 협정을 떠났다. 나는 이 사실을 비판한다”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가 미국을 외톨이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까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수행했던 주도적 역할 대신 모든 의제에서 소외된 모습만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주요의제인 자유무역 문제도 마찬가지.

트럼프는 미국에 이익이 되는 무역 협정을 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번 공동성명에 세계 시장의 철강 과잉 공급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신속히 수립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는 중국산 철강제품이 미국의 철강 산업을 위축시키며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면서 무역전쟁에 나설 수 있다고 공언해왔던 터다. 트럼프는 이번 성명 내용이 자신의 승리라며 자화자찬했지만 소탐대실이란 게 국제적 평가다.

뉴욕 타임즈는 트럼프가 검토 중인 철강 수입에 대한 제한 조치가 전 세계적 무역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이 보복 관세를 매기면 미국의 수출업자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가격 상승을 통해 건설업과 주택 공급을 불황에 빠트릴 수 있다는 거다. 결국 트럼프의 가장 큰 지지층인 백인 중산층의 피해로 이어져 트럼프는 제 무덤을 파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것. CNN은 “미국이 뒷걸음질 치면서 서구 세계의 지도자라는 오랜 기치는 다른 나라들, 특히 메르켈의 독일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어쨌거나, 이번 G20도 새로운 국제 정치·경제 질서의 창출에 실패한 채 말의 성찬으로만 끝난 셈이다. 그 와중에 물밑에선 북핵 문제와 사드를 둘러싼 한미일 동맹과 중러 연합의 날카로운 신경전도 이어졌다. 회의는 춤을 추었다.

3.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협상이 지지부진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 있다. ‘회의는 춤춘다. 그러나 진전은 없다(Der Kongress tanzt viel, aber er geht nicht weiter).’ 오스트리아의 장군 샤를 조제프 라모랄 리뉴가 내뱉었다고 한다. 1932년 제작된 독일의 유명한 뮤지컬 영화의 제목도 <회의는 춤춘다>일 만큼 유명한 말이다.

1814년 5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엘바 섬으로 추방된다.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오스트리아, 영국, 러시아, 프로이센 등은 유럽 질서 재편 작업에 착수한다. 프랑스가 포기한 영토를 쪼개먹기 위한 회의를 그해 9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다. 90개 왕국과 53개 공국(公國)이 회의에 참가했다.

역사상 최초의 근대적 국제회의로 알려진 건, 1618~1648년까지 독일을 주요 무대로 신교(프로테스탄트)와 구교(가톨릭) 간에 벌어졌던 ‘30년 전쟁’을 매듭짓기 위한 1648년 베스트팔렌 회의였지만 빈 회의의 규모가 훨씬 컸다. 이 회의의 주최자는 당시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이었고, 훗날 오스트리아의 재상이 되었던 메테르니히였다. 주 무대는 쇤브룬 궁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버금가는 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건물로 합스부르크가의 별궁이다.

백 수십 개국의 대표가 참석했지만 회의는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참가국 전체가 모인 회의는 10개월 후 폐회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회의는 승전국인 오스트리아·영국·러시아·프로이센의 4대국과 패전국 프랑스의 5개국을 중심으로 운영됐고 나머지 나라는 그야말로 들러리였던 것. 나머지 국가들은 이들 강대국이 내리는 결정이 자국의 이해에 손실로 돌아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궁전은 늘 북적거렸다. 메테르니히가 연일 성대한 무도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외교관들은 저녁마다 무희들과 왈츠를 추며 돌아갔다. 프랑스 대표로 참여했던 탈레랑에 따르면, 하루 일과 중 4분의 3이 연회와 흥겨운 왈츠로 채워졌다. 회의가 난항에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연회와 무도회는 더욱 화려해졌고, 그 화려함의 이면에는 영토를 둘러싼 각국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더해졌던 것.

4.

고대 동양에서도 국제회의는 가끔 열렸다. ‘천하(天下)’라는 단어가 뜻하듯 고대 중국인들은 양쯔강 이북 중국 땅덩어리를 세계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춘추전국시대엔 천하의 제후들이 모여 국제정치 질서를 재정립하는 회의를 열곤 했다. 이름 하여 ‘회맹(會盟)’이다.

은(殷)을 멸하고 건국한 주(周)는 봉건제를 채택했다. 천자가 본토인 주나라를 직영하고 천자에게 봉분을 받은 각 제후국들이 지방자치제, 독립채산제로 나라를 다스리는 형태. 쉽게 말해 주나라는 프랜차이즈 본사이고, 제후국들은 가맹점인 셈이다. 천자는 각 제후국에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의 5등급 작위를 주고 대신 제후국은 주에게 세공을 바치며 전시에는 병사를 보내 주를 보호해야 했다.

이렇게 몇 백년간 잘 지내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주나라 왕실의 권위와 실력이 점점 약해져 갔다. 그래서 제후국들이 스스로 실력을 키워 천하의 쟁패에 나섰으니 이게 바로 BC 8세기에서 BC 3세기까지 이어진 춘추전국 시대라는 건 알려진 이야기. 300여 년 간 지속된 춘추시대는 이른바 ‘춘추오패(春秋五覇)’를 탄생시켰다. 역사는 이들을 제(齊) 환공, 송(宋) 양공, 진(晉) 문공, 진(秦) 목공, 초(楚) 장왕이라 부른다. 200년 가까이 지속된 전국시대엔 제(齊), 초(楚), 연(燕), 한(韓), 조(趙), 위(魏), 진(秦) 등 전국 칠웅이 천하를 쟁패했다. 그러다가 진시황에 의해 진의 천하통일이 이뤄진 것도 다들 아는 이야기.

어쨌든 허수아비가 된 주나라를 등에 업고 제후국끼리 치고받는 혈전을 벌이다 보니 주야장천 전쟁이 끊이지 않아 백성들만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격이 되고 말았것다. 그래서 제후들이 모여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들어 평화를 열어보자고 해서 고안된 회의가 회맹이다. 회맹은 대개 넓은 들판이나 호숫가에서 열렸다. 사실은, 당대의 패권을 차지한 제후가 다른 제후를 불러들여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고 복종을 강요한 모임이었다. ‘팍스 아메리카나’가 아닌 ‘팍스 제나라’ 혹은 ‘팍스 초나라’였던 것. 회(會)는 제후들이 모이는 것, 맹(盟)은 힘 있는 제후에게 복종을 맹세하는 것.

회맹을 주도한 제후가 가장 먼저 제사에 바쳐진 희생(犧牲)의 피를 입술에 바르는 삽혈(歃血)을 하면 다른 제후들이 뒤를 이었다. 주도한 제후는 다른 제후들에 의해 패자(覇者)로 추대됐다. 의제 합의가 이뤄졌을 때는 맹서문을 작성했다. 맹주는 제물인 소의 왼쪽 귀를 절단해서 그 피로 조약문을 작성했다. 조약문은 ‘배신을 하는 자는 공동 토벌로 응징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요새로 따지면 유엔 안보리 결의문 채택과 비슷한 거다.

역사상 중요한 회맹으로 B.C.651년 제 환공이 소집한 ‘규구(葵丘)의 회맹’과 BC 632년 진 문공(晉 文公)이 소집한 ‘천토(踐土)의 회맹’이 꼽힌다.

하남(河南)성 규구(葵丘)에서 열린 회맹 때는 황하 유역 나라들의 정상들이 모여 회담을 가지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첫째, 부모에게 불효한 자는 처벌해야 한다(誅不孝). 둘째, 현명한 사람을 우대하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尊賢育才). 셋째, 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들을 사랑해야 한다(敬老慈幼). 넷째, 관리들에게 벼슬을 세습시켜서는 안 된다(士無世官). 다섯째, 황하의 물줄기를 자신의 나라에게 유리하게 구부려 제방을 쌓으면 안 된다(無曲防) 등. 합의문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삽입했다. 우리 동맹국 정상들은(我同盟之人) 이번 동맹 후에(旣盟之後)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言歸于好). 법률, 도덕, 복지, 국가정책은 물론 국제적 경제규칙까지 제정했으니 말의 성찬으로 끝나는 요즘 국제회의보다는 훨씬 효율적이었던 셈이다.

5.

다시 이야기를 돌려보자. 이번 ‘함부르크 회맹’에선 미국과 유럽 강국들의 이해 관계가 엇갈려 말의 성찬으로만 끝나고 회의는 끝없이 춤을 추고 말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 한국의 손익 계산서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글쎄, 박근혜 탄핵 이후 상당 기간 단절됐던 정상 외교, 특히 다자간 외교가 복원된 걸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게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고 보면 국제무대에서 각국 정상들과 안면을 튼 것만도 성과라면 성과다. 북한의 핵 도발로 야기된 국제적 긴장과 갈등의 와중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파하고 일정 부분 공감을 얻어낸 것도 작은 성과는 아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G20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헛발질을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론도 나온다. G20은 기본적으로는 국제 경제 질서를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의 주 의제도 자유무역의 지속, 기후 문제 대처 등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지나치게 북핵과 남북 문제에 매달리는 바람에 회의의 주 의제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가 미흡했다는 것. 유엔에서 따져야 할 안보와 통일 문제를 G20에 가서 설파한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논란이 됐던 한미FTA 재개정 문제가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닌가. 그렇다면, 자유무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한편, 유럽 각국 등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트럼프에 대한 견제를 시도했어야 했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는 설득력을 얻는다. 절반의 성공이랄까, 아쉬운 대목이다.

6.

G20 정상회의가 열릴 때 회의장 바깥에선 각국에서 몰려든 세계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시위도 펼쳐졌다. 독일 국내외 노동조합, 좌파 정당과 환경과 여성 단체들이 함께 조직한 연대 모임 ‘G20에 맞서 모두 함께’는 5일부터 5일 간 반대 시위를 열었다. 참가자만 10만 명이 넘었다고도 하고 이 중 과격 시위대 8000명과 경찰이 크게 충돌해 양측 부상자만 수 백 명에 이르렀다고도 한다. 물대포와 최루액으로 해산을 시도한 경찰에 맞서 일부 폭력 시위대는 돌, 병, 화염병 등을 던지고 불을 질렀다고 한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곳마다 데모가 일어나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다. 사진은 과거 한 G20 정상회담 장 밖의 경비 상황(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색 시위도 펼쳐졌다. 온몸을 회색으로 물들인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좀비' 퍼포먼스를 펼치며 침묵 시위에 나섰고, 한 시민단체는 각국 정상들을 표현한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쓰고 나타나 풍자 시위를 하기도 했다.

시위의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착취적인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다. 이들은 기후 변화, 지구적 불평등, 무기 거래와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비판했다. 지중해 연안에서 배가 뒤집혀 연일 익사하고 있는 난민 문제도 중요한 이슈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이 집중적인 성토의 대상이 됐다.

지금 세계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신화가 된 자유무역주의의 주된 근거는 ‘각자 자기가 잘하는 것을 만들어 자유롭게 시장에서 팔게 하자. 그리고 공정한 경쟁을 위하여 정부가 시장에 간섭하는 것을 최소화하자.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지도 말고, 보호하지도 말고 그저 시장의 경쟁에 맡기자’는 거다

그런데 이름이 좋아 불로초지, 그렇게 된다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이미 선진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기술 개발력을 가지고 끊임없는 투자를 거쳐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발도상국더러는 자유무역주의를 강요하면서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을 막는 갖가지 규제 장치를 만들어낸다. 개발도상국은 혁신의 속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1차산업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결국 개발도상국은 영원히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하부구조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 바로 ‘사다리 걷어차기’ 이론이 아닌가. 그렇다고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식 보호무역주의 회귀가 대안이 될 수 없음도 말할 나위도 없다. 아슬아슬하게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정책을 펴 막차를 탄 우리 입장에선 앞으로 어떤 발전 모델을 찾아야 할지가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이번 G20 정상회의와 주변에서 각국 정상끼리의 물밑 회담은 국제세계가 더는 친구도 적도 없는, 이기주의에 기반한 치열한 국익 다툼의 장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본주의라는 리바어던은 자신을 새롭게 변용시켜 가며 세균처럼 끊임없이 자기 증식하고 있다.

무대 안에선 미소에 숨겨진 열강들의 구밀복검(口蜜腹劍)의 이해관계가 춤추고, 무대 밖에선 열강들의 파이 나눠먹기를 성토하는 시위대들의 규탄이 난무하는 함부르크는 오늘 세계가 직면한 모순을 압축해 보여준 풍경화다. 두려운 21세기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