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사라진 의정부고 졸업사진, 무슨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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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사라진 의정부고 졸업사진, 무슨 일 있었나?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7.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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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논란에 학교 측 "학생 보호 차원이었을 뿐" 일축 / 정인혜 기자

매년 숱한 화제를 뿌리고 다녔던 의정부고등학교의 졸업 사진 촬영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정부고등학교 졸업 사진은 지난 2010년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명세를 탔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사회, 정치, 문화, 연예를 총망라해 그 해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던 화제와 관련한 분장을 하고 졸업 사진을 찍었기 때문. 

예컨대 영화 <내부자들> 패러디,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불륜 패러디, 지방 선거 교육감으로 출마해 ‘미안하다’를 외쳤던 고승덕 전 의원의 패러디 등이다. 이후 매년 의정부고에서 졸업 사진을 찍는 날이면 온 네티즌들의 시선이 집중되곤 했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패러디한 고승덕 전 의원(좌)과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불륜으로 논란이 됐던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를 패러디한 학생도 있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올해는 학교 측이 졸업 사진 공개를 금지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 매체는 10일 학교 측이 취재진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학생들에게 SNS 금지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한 학생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에서 휴대폰,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모두 수거해갔다”며 “블로그나 개인 SNS에도 올리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여러 언론들이 “학교 측의 반대로 학생들이 졸업 사진을 올리지 못한다”고 보도하면서 이날 온라인은 비난 여론으로 뜨거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의 정치 문제가 패러디될 것을 우려해 학교 측이 검열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의정부고 교감 A 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인물을 패러디한 학생들이 지지자들로부터 피해를 받는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었다는 것. 경향신문은 “A 씨가 ‘피해 학생이 견디다 못해 법적 소송까지 할 상황까지 갔다’며 ‘이 때문에 올해는 되도록 학생 보호를 강화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학교 측은 SNS에 사진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일반 수업 중에도 휴대폰을 걷듯이 촬영도 수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휴대폰을 걷었다는 것. A 씨는 “담임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사진을 찍어 파일로 나눠줬고 귀가 때인 오후 5시부터는 마음대로 공유하라고 했다”고 학교 측은 경향신문에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5시 이후부터는 학생들의 졸업 사진이 SNS를 중심으로 공개되고 있다. 다만 정치 사안을 풍자한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 진짜 세상의 모습인데 비판적인 시선이 어지간히도 불편하고 두려웠나보다”라며 “졸업 사진까지 검열하는 게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쓸 데 없이 진지한 노인네들이 한 몫 하셨다”, “기발한 정치 풍자를 못 봐서 아쉽다”, “학교의 자랑거리를 스스로 차버리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아래는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2017년도 의정부고 졸업사진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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