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좀도둑 극성...남녀노소가 따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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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좀도둑 극성...남녀노소가 따로없다
  • 취재기자 최서영
  • 승인 2013.05.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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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는 '재미삼아' 훔치기, 60~70대 노인은 생계형 많아

최근 부산 시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생계형 절도 사건'이 늘고 있다. 이전에도 백화점 등지에서 슬그머니 물건을 훔쳐가는 사례는 없지 않았으나 범인은 대부분 전문털이범이나 탈선 10대들. 그런데 요즘은 멀쩡한 고등학생이나 60~70대의 점잖은 노인들까지 나서 이같은 절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

부산 해운대 A백화점은 절도 사건이 작년에 비해 약 20~30% 가까이 늘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매장 안의 수상한 사람만 주의해서 지켜보면 됐는데, 이젠 백화점에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가 감시 대상이 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관계자는 “올들어 보안요원을 더 채용했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 B대형마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마트 관계자는 “과거엔 물건을 훔치다 집힌 사람들이 대부분 매일 보던 상습 절도범들이었는데, 이젠 잡아보면 남녀노소가 따로 없으며, 버젓이 직업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에 사는 이지예(28) 씨는 백화점 매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녀는 “행사 매대에 속옷을 수백 장 갖다놓으면,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바쁜 와중을 틈타 꼭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나중에 계산해보면, 행사기간동안 60~100장 정도 매출이 비곤한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절도 사건의 대부분이 10대와 20대 절도범들이 벌인 일이다. 하지만 최근 붙잡힌 10대 절도범 중에는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알려진 학생들도 적지 않으며, 특히 이들 10대들의 절도 수법이 점점 진화해 점원들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탈의실에서 한번 입어보자며 들고 들어간 옷을 몰래 껴입고 나가거나, 싼 옷을 하나 계산하면서 다른 옷을 외투 속에 숨겨나가기, 또 신발을 그대로 신고 나가기 등이 요즘 새로 등장한 절도 수법이라고 한다.

해운대 좌동에 사는 고등학생 정모(18) 양은 “여러 명이 몰려가 정신없는 틈을 타 백화점 물건을 몰래 훔쳤다거나 한 명이 계산하는 동안 다른 애들이 물건을 훔쳤다는 같은 반 아이들의 말을 몇차례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훔치다 걸려도, 백화점에서 학생이라 어떻게 못한다고 자랑했으며, 심지어 다른 반 친구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하며 대단하다고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정 양은 “그러다보니 따라서 훔치는 애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60대 이상 연령대에서도 절도사건이 많이 늘어났다. 이들이 주로 훔치는 물품은 식료품이 많다고 한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경제가 안 좋아서 그런지 생계형 절도가 많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확실히 60대 이상 노인 세대에서 최근 절도가 많이 증가했다. 예전에는 한 달에 걸린 노인 절도범이 5명 안팎이었는데 10명 이상인 달도 있다”고 밝혔다.

해운대에 거주하는 최모(23) 씨는 얼마 전 마트에서 할아버지가 물건을 훔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더니 빵 한 개를 뜯어 황급히 드시더라. 처음엔 놀랐는데 옷차림을 보니 노숙자인 것 같아 그냥 모른 척했다”고 전했다.

C슈퍼마켓은 주위에 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많아 유난히 60대 이상의 생계형 절도범들이 많아 처벌하기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주인 진모 씨는 “훔치는 물건들을 보면 빵, 과일 등 대부분이 먹는 것들이다. 정말 배가 고파서 훔치는 건데, 어떻게 경찰을 불러 잡아가라 하나”면서 “그렇다고 가만히 두자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해결을 해야 하긴 하는데 답답하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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