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도시, 브랜드를 만나다 / 목지수 안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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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도시, 브랜드를 만나다 / 목지수 안지현
  • 목지수 안지현
  • 승인 2017.07.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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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도시 도랜딩은 시민들의 문화와 생활의 거울

필자 목지수는 서울광고기획과 CJ E&M에서 CF와 채널 브랜딩 영상을 제작하는 PD로,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네팔과 베트남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펀드 레이저로 활동했다. 현재는 부산시청에서 시민 소통 캠페인을 기획하는 캠페인 플래너로 일하고 있다.

필자 안지현은 로라메르시에, 스틸라, 달팡 등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마케팅 매니저로 일해 왔으며, 현재 부산의 도시 브랜딩 굿즈를 제작하고, 골목 브랜드를 기획하는 브랜딩 컴퍼니 원더웨이브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10년 전, 우연히 접한 책에서 스페인의 ‘빌바오(Billbao)’라는 도시를 알게 되었다. 한 때 스페인의 손꼽히는 무역항이었고, 인근 광산의 철광석을 기반으로 한 광업과 중공업이 발달했던 빌바오는 1980년대 들어 철강산업의 쇠퇴로 도시 전체가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도시 부도 사태에 직면한 빌바오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밀려오면서 빌바오는 예술의 도시로 새로운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관광 수입은 물론 예술 관련 인프라를 갖춰나가면서 빌바오는 도시 리뉴얼의 참신한 아이콘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계 언론들은 ‘빌바오 이펙트’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도시도 브랜드가 된다’는 사례를 언급하는 곳에는 늘 빌바오가 따라다녔다. 도시 혁신, 도시 재생을 외치는 곳에는 언제나 빌바오란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빌바오가 도시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자는 도시 브랜딩의 전략 차원에서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시민들의 노력으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한 이후로 존재감 없던 쇠퇴일로의 도시가 갑자기 반짝거리며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자, 전문가들이 그 성공 비결을 도시 브랜딩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구겐하임 미술관 옆의 살베 다리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람. 살베 다리는 독특한 조형으로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이처럼 도시의 성공 사례를 도시 브랜딩의 결과로 얘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도시를 개념화하고, 홍보하는데 도시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쉽고 대중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I love NY’이나 ‘I am sterdam’ 같은 도시의 CI나 로고 타입이 인기를 끌면, 많은 도시들이 그들처럼 저런 멋진 CI를 만들어 도시 브랜딩으로 도시 가치를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나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같은 건물 때문에 관광객이 몰려들면, 랜드마크 하나가 도시를 먹여 살린다며 많은 도시들에서 랜드마크를 만들어 도시 브랜드를 확보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올림픽, 월드컵, 엑스포 등을 유치하려는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도시들은 ‘경제 효과’나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거론한다. 어쩌면 현대의 많은 도시들은 도시 브랜드를 세우지 못하면 각자의 도시 미래가 암울할 거라는 강박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과연 이러한 요소들이 도시 브랜드의 실체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몇 가지 요인에 의존해서 그 도시의 가치를 브랜드로 인식하고 또 평가하고 있을까?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 간 도시 브랜딩의 성공 사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도시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료를 찾고 분류하는 한편, 직접 방문해서 오감을 총동원해 도시를 느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시각으로 덧입혀진 도시 브랜드라는 워딩은 도시를 간단히 개념화해서 보여주는 편리함은 지녔지만 그 도시의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간혹 도시 이미지의 왜곡과 과장으로 인해 도시 브랜딩의 얼룩진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걸까? 도시는 기업 이미지나 제품처럼 ‘소비’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도시마저도 마케팅 차원의 경쟁과 소비의 대상으로 인식시켜버리는 잘못된 관점이 도시 브랜드를 멍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시는 그곳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며 다양한 복잡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푸른 잔디 위를 달리는 친환경 트램. 구겐하임 미술관을 시작으로 전 세계 도시 곳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자세히 보면 그 속에 도시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이야기가 숨어있고, 도시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도시 브랜딩은 그냥 로고 하나, 랜드마크 하나로 설명될 수가 없다.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의 속살에 겹겹이 쌓여있는 시간을 길어 올리고, 축적된 문화를 다시 쌓아올리며,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시민들의 생활을 압축하는 작업이 바로 도시 브랜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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