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한 번 뿐인 삶,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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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 한 번 뿐인 삶, 행복하게 살자
  • 칼럼리스트 유인경
  • 승인 2017.07.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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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방송인 유인경
칼럼니스트 유인경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란 말과 그런 삶을 실천하는 욜로족이 대세다. 욜로는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2011년 미국의 인기 래퍼 ‘드레이크’의 노래에 처음 등장했다. 요즘 배낭 여행객들이 모이는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헬로(Hello)’ 대신 ‘욜로’로 인사하는 여행객들이 많다. 한 번뿐인 삶, 즐겁게 살자는 주문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욜로 라이프’를 올해의 마케팅 트렌드로 꼽기도 했다. 여행, 인테리어, 패션, 식음료, 공연 업계 등에서 욜로족 잡기에 혈안이고 욜로족에 대해 무분별한 소비를 지양하고 지혜롭게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며 치켜세운다. 또 이들에게 돈쓰기는 곧 행복이고 욜로족 덕분에 내수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욜로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피력하는 이들도 있다. 당연히 ‘내일을 위해 오늘 허리띠를 졸라맸던’ 기성세대들이다. 한 외국계  회사의 50대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외국계 회사이기는 하지만 연봉이 높지 않아요. 신입사원들은 월급이 20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월세집이나 오피스텔에 살면서도 시간만 나면 해외여행을 가고 리스인지 렌탈인지 외제차를 몰아요.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쓰는 것도 봤어요. 그러다 중년이 되어서도 월세나 전세를 전전할 건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할건지...”

반면 욜로족들의 항변도 만만치 않다. 30대 한 직장인의 항변은 이렇다.

“어른들 눈에는 우리들이 개미와 베짱이란 우화에 나오는 베짱이처럼 한심해보이겠지요. 그런데 아끼고 절약해 청약통장으로 서울이나 강남 아파트 입성이 가능하고, 그럭저럭 버티면 직장에서 정년도 맞고 퇴직금으로 목돈도 만지던 부모님 세대의 신화는 끝났어요. 오늘의 행복을 담보한다고 편안하고 밝은 미래가 보장되진 않거든요. 4000만~5000만 원 연봉이라 해도 2년마다 그만큼 오르는 전세값을 어떻게 감당합니까. 좁은 월세집에 살더라도 빠듯한 월급을 털어 크게 한 번 쓰는 것, 나를 위한 선물을 사거나 해외 여행을 하며 ‘탕진잼(재산을 탕진하는 재미라는 신조어)’을 느끼며 살래요.”

어느 견해가 옳다, 그르다를 규정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각자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다만 욜로족들을 무엇을 사고 어디로 여행가는가 등 소비나 취미 생활로만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삶이 자동차와 여행과 쇼핑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얼마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란 영화를 봤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천국인지 지옥인지는 모르지만)으로 가기 전에 ‘림보’란 구간에 1주일 간 머문다. 죽은 사람들은 3일 동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추억을 한 가지 기억해내 림보의 담당자에게 말하면 그걸 영화처럼 재현해준다. 그리고 다른 기억은 다 지워지고 그 추억만 간직한 채 저승으로 간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다.

열다섯 살에 죽은 여중생도, 팔순이 넘는 치매 할머니도 모두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추억은 하나씩 있다. 그런데 이들이 저승까지 가져가고 싶은 추억은 박사 학위 받은 것도, 고급 저택을 사던 날도, 엄청난 고액의 복권도 아니고, 그들이 타던 자동차나 해외 여행 가서 묵은 화려한 호텔도 아니었다.  엄마의 무릎을 베고 낮잠자다 깨어났을 때의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 어릴 때 오빠가 사준 빨간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춤출 때의 기쁨, 아내가 영화를 무척 좋아했지만 같이 안 보다가 퇴직 후 같이 영화 구경을 하자 소녀처럼 기뻐하던 모습... 이처럼 사소하고 단순한 순간들이다.

폼나게 보이려고 월급의 반을 지불하며 타는 렌트카, 남들이 다 가니까 덩달아 가는 해외 여행,  친구 결혼식장에서 돋보이려고 12개월 할부로 구입한 명품 옷 등은 욜로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한 번만 살 수 있지만 혼자 사는 것은 아니다. <원더풀 라이프>에서 망자들이 저승까지 가져가고 싶은 추억 역시 혼자 보낸 시간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과 함께 하며 느끼는 충만함, 짧은 순간이라도 영원히 기억되는 행복감이었다. 남들에게 멋지게 보이려는 소비가 아니라 남들과 함께 만든 배려와 공감력과 진정한 기쁨이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다. 세계 수십 억 인구 중 유일하게 오리지날인 우리가 남들 흉내만 내며 모조품의 삶을 사는 것은 한 번 뿐인 우리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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