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등급화, 암울한 미래 담은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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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등급화, 암울한 미래 담은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
  • 부산광역시 김지언
  • 승인 2017.06.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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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미래에 대한 소름끼치는 예언 / 부산광역시 김지언
미래에 다가올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현대 사회는 숱한 미디어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다. 타인과의 즉각적인 소통도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만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불거졌다. 그 중 하나가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사소한 일상부터 집안의 대소사까지 하나하나 업로드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실있는 자신의 삶에 치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더 큰 주의를 기울이면서 우리는 점점 불행의 길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영국 드라마 <Black Mirror>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급격한 과학 기술의 발전이 초래하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그린 SF TV 시리즈다. 그 중에서도 시즌3의 에피소드 1에서는 사람들이 디지털 미디어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빚어지는 문제를 부각시켜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Saturday Night Live(SNL)>가 민감한 이슈를 패러디 예능으로 승화시켜 재미나게 풀어냈다면, <Blakc Mirror>는 무겁고 진중한 방향으로 우리 사회 이슈를 풍자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SNL이 방영되고 있지만 <Black Mirror>처럼 드라마 형식의 풍자 프로그램은 드물어 더욱 눈길이 갔다.

드라마 속 머지않은 미래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5점 만점의 점수를 매겨 합산한 평점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가 등장한다. 앱을 통해 자신의 일상 생활을 공유하고 그걸 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 방식이다. 평점이 높은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평점이 낮은 사람은 멸시와 함께 무시당하기 일쑤다. 주인공 레이시는 이런 사회 풍조에 영향을 받아 광적으로 평점에 집착한다. 평점을 낮추지 않으려고 좀처럼 자신의 성격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레이시는 시종일관 미소로 사람을 대하고 친절을 베풀려고 애쓴다. 심지어 평점을 올리는 법을 조언해주는 컨설턴트 업체와 상담하기도 한다.

컨설턴트 업체는 높은 평점의 사람과 소통하고 그들과 친하게 지내라고 조언한다. 레이시는 평점이 높은 사람의 페이지를 찾아가 게시물에 높은 점수를 주며 그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시는 자신이 매번 페이지를 방문해 소통한 평점 4.8 나오미의 결혼식에 초대받는다. 그러나 결혼식 당일, 식장에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선 레이시와 부딪힌 사람이 평점을 낮추고, 비행기는 평점 0.1점 차이로 탈 수 없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공항 직원에게 벌컥 화를 내기까지 해 점수는 더 떨어진다. 마침내 평점이 1점대가 돼버린 레이시는 결국 자멸하고 만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화면 속 이야기가 현실로 바뀔 날이 머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참담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지금도 SNS에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게재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래 사회에는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자세하게 자신의 일상을 공개할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Black Mirror>의 현실판 같은 미국의 앱 ‘Peeple’이 사람들을 점수로 평가하다 호된 비난을 받은 것처럼 미래의 변화가 인간 사회를 어디로 이끌든 알량한 점수로 인간의 등급을 매기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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