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당원이 녹음 파일 조작?...국민의당 사태, 꼬리무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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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당원이 녹음 파일 조작?...국민의당 사태, 꼬리무는 의혹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6.2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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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제보자, "모 위원장 지시로 만들었다" 주장...민주당, "수사로 배후 밝혀야" / 정인혜 기자
국민의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 관련 제보가 조작된 것이었다며 대국민 사과했다(사진: 국민의당 공식 유튜브 캡처).

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기간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물이 모두 조작됐다고 공식 사과하자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일개 당원이 이같이 엄청난 일을 꾸몄다는 국민의당 발표에 대해 상당수 국민들이 의구심을 보내면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와 관련해 공개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머리를 숙였다. 박 위원장은 이어 “본의 아니게 허위 사실을 공표하게 돼 공당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문 대통령과 아들 준용 씨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은 대선을 나흘 앞두고 준용 씨의 특혜 취업 의혹에 대한 증거를 입수했다며 녹음 파일 2개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녹음 파일에는 “아빠(당시 문재인 후보)가 얘기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아빠가 하라는 대로 해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이 담겼다. 국민의당은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인물에 대해 ‘준용 씨와 같은 대학원을 다닌 인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증거물을 제시한 인사가 ‘조작한 것’이라고 자인하면서 진상이 드러났다. 국민의당은 "당원 이유미 씨가 친척과 짜고 녹취록을 조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씨는 검찰에 긴급 체포된 상태다. 이 씨는 검찰 출두를 앞두고 지난 24일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을 찾아가 “해당 자료는 직접 조작해서 제출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조직적 공작을 덮기 위한 ‘꼬리자르기식 사과’라며 국민의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이날 ‘국민의당의 대선 조작 의혹, 철저한 수사로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제목의 브리핑을 통해 “이 사건의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지난 대선에서 야당이 문 대통령에 대해 온갖 음해와 흑색 비방 선전을 했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철저한 배후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반 평당원의 자발적 조작’이라는 국민의당 측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민주당 백 대변인은 “평당원이 자의적 판단으로 소위 배우를 섭외하고 문준용 씨와 관련 허위 발언을 하게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냐”며 “당시 안철수 후보를 비롯한 선대위 책임자들이 과연 이 사실을 몰랐을지도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소식을 접한 국민들도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박준희(41, 서울시 성동구) 씨는 “국민의당에서는 일개 당원의 일탈로 몰아가려는 것 같은데, 그게 말이 되냐”며 “이용주, 박주선, 김경진 모두 부장 검사 출신인데 저 심각한 증언을 필터링 못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강주현(56, 대전시 유성구) 씨는 “대선 기간 내내 확신에 차서 문준용 욕만 하더니 이제 와서 당원 한 사람이 거짓말한 것이라고 사과만 하면 끝이냐”며 “이용주가 선거 직전 제보자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고 확신에 차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라고 혀를 찼다. 이어 강 씨는 “끝까지 버틸 배짱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무모한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며 “새 정치를 바랐던 사람으로 국민의당에 거는 기대가 컸는데…정말 실망”이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긴급 체포된 이 씨가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씨가 “‘모 위원장’의 지시로 허위 자료를 만들었다”고 특정 인사를 지목했다는 점에서 파문이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이날 JTBC는 이 씨가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공개된 메시지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선거 때 문 후보 아드님 비방과 관련해 모 위원장의 지시로 허위 자료를 만든 일로 오늘 남부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됐다”며 “당이 당원을 케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나중에 하겠다”며 “피의자로 전환돼 구속될까봐 너무 두렵다. 내 편이 아무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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