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 혼수 상태로 돌아온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송환 일주일 만에 사망해 미국의 여론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방미를 앞둔 문재인 대통령도 유족에 조전을 보내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1월 관광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 웜비어(22)는 평양의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쳤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징역 15년 노동교화형을 받고 수용소에 수감됐는데, 미국 정부의 웜비어 석방을 요구에 따라, 그는 17개월 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언론을 통해서 밖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웜비어는 혼수상태로 귀환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북한 측은 웜비어의 상태에 관해 ‘보툴리누스 중독증’ 증세를 앓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코마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고, 웜비어가 입원한 미국 신시네티 주립대 병원 의료진은 웜비어 뇌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된 상태라고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웜비어의 부모는 성명을 통해 병원에서 치료받던 웜비어가 20일 오후 3시 20분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병원의 소견과 함께 미 언론들은 웜비어가 북한에서 구타당해 죽었다며 “김정은 정권이 살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보 당국이 웜비어가 반복적으로 구타당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사건에 관해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ABC 뉴스에 따르면, 웜비어의 사망이 알려진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며 “솔직히 말해 그가 집으로 더 일찍 돌아올 수 있었다면 결과는 엄청나게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웜비어 군의 유족에게 이례적으로 조전을 보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사망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을 표했으며 유족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외신과의 회견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0일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웜비어 씨가 (북한에서) 부당하고 잔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의심을 할 수 있다”며 “그러한 북한의 잔혹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CBS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웜비어의 죽음이 북한의 책임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웜비어 씨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북한이 웜비어를 죽였는지를 확실히 말할 순 없지만 웜비어 씨의 죽음에 북한이 상당한 책임(heavy responsibility)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웜비어 사망이 알려지자, 국내 네티즌들도 애도를표하고 있다. 네이버 회원 naaz****는 “웜비어가 북한의 관타나모 같은 데서 고문과 학대를 당하다가 죽었다면 미국 의료진이 부검을 통해 밝힐 수 있을 것이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글을 썼다. ciib****는 “지금 웜비어 때문에 난리인데 그저 평화 평화 평화 앵무새... 미사일 실험이나 중지시키고 북핵이나 폐기시키고 평화적으로 할 것 다하고 협력을 말해라”고 주문했다.
대학생 이정현(21, 부산시 서구) 씨는 “북한이 사람을 무참히 죽여버렸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직장인 길정희(27,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웜비어 보고 왜 북한에 갔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건 북한이 잘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택시 운전기사 박상권(67, 부산시 금정구) 씨는 “북한이 저렇게 설치게 두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