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 없는 문정인 특보 발언,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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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 없는 문정인 특보 발언,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파장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6.20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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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한미 공조에 엇박자 낸 위험한 발언" 비판...청와대는 "발언 자제 엄중히 부탁" 진화 / 정인혜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문 특보의 연새대 퇴임 강연 장면(사진: 더팩트 제공).

방미 중인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최근 사드 배치등 한미 외교 현안을 두고 쏟아낸 발언이 한미 양국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 VOA에 따르면, 방미 중인 문 특보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군의 전략 자산 전개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어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며 “사드가 동맹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같은 VOA이 보도에서, 문 특보는 또 “(미국이)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수용하느냐.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해야 한다”며 “미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으며, 우리가 남북대화를 하는데 북미 대화의 조건과 맞출 필요는 없다”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고, 이는 ‘비핵화’가 대화의 전제 조건이라는 미국의 입장과도 전면 배치되는 의견이라고 국내 언론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다만 문 특보는 이 같은 발언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말하는 것”이라며 “특보는 정부에서 월급을 받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이 전해지자, 미국 측은 이에 대해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문 특보 발언 다음날 “문 특보의 개인적 견해로,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을 반영한 것은 아닐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에둘러 우려를 드러냈다.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특보가 워싱턴을 방문한 것은 미국의 우려를 누그러뜨리기보다 오히려 고조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문 특보 발언의 파장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긴급 진화에 나섰다. 당장 이달 29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한미 정상회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특보에게 해당 발언들이 앞으로 있을 여러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엄중하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과 문 대통령의 의견이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어디까지가 맞고 어디까지가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며 “여러 옵션 중 하나라 생각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매일경제는 보도했다.

야당은 문 특보의 발언에 강력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의 핵 포기가 아니라 활동 중단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북한의 핵무장 시도 결과를 모두 인정하고, 그걸 막으려는 한미와 국제사회의 모든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왕 특보’ 문정인 특보의 이처럼 위험한 발언이 대통령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문 특보의 발언에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과 먼저 조율해야 할 사항, 협상 카드를 미리 보여준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라며 “실익이 없는 아마추어 외교의 극치”라고 평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놔 눈길을 끈다. 문 특보와 미국행에 동행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문 특보의 발언은 한미동맹이 굳건하고 든든하다는 반어적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여기서 “사드라는 무기 하나 때문에 지난 반세기 이상 이어졌던 굳건한 한미동맹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언론에 비판적인 의견을 보내고 있다. 언론이 ‘호들갑’을 떨어서 문제를 심각하게 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한국은 미국과 동맹국이지 사대 국가가 아니다”라며 “자주 국가에서 자기 의사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거지 언제까지 미국 눈치만 보고 살아야 하나”라고 말했다.

문 특보 발언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중국, 북한에게는 꼬리 내리고 우방인 미국에게 큰 소리치는 게 한국의 외교 자존심이냐”며 “문제될 것 없다면서 청와대에서 수습하는 것 보니 평소 문재인이 잘하는 꼬리 자르기를 시전하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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