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읽는데 뜻을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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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읽는데 뜻을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을 아시나요?
  • 취재기자 강주화
  • 승인 2017.06.18 17:3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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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실질문맹률은 OECD 국가 평균 수준...SNS 의존도 높아지고 낮은 독서율이 원인 / 강주화 기자

대학생 강모(24) 씨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다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 강 씨가 본 게시 글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승진을 막는 비제도적 장벽을 지칭하는 의미로 '유리'라는 낱말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 게시 글의 댓글에는 원글과는 동떨어지게 "유리를 깬다, 부순다"는 맥락 없는 내용이 달려 있었던 것. 요즘 들어 강 씨는 글의 논점이 흐려지는 댓글이 많이 달리자, 더 이상 인터넷 커뮤니티를 안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실질 문맹에 대한 SNS게시물들(사진: 트위터 캡처.)
요즘 들어 실질 문맹이 많아졌다는 게시 글(사진: 다음 카페 캡처.)

이처럼 글에 대해 문맥을 파악하지 못 한 채, 한 단어에 집착해서 말꼬리를 무는 경우를 ‘실질 문맹’이라고 한다. 난독증과 실질 문맹이란 개념이 헷갈릴 수 있지만, 두 단어는 엄연히 다르다. 난독증은 글을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지 못하는 학습 장애의 한 유형으로 유전의 영향이 크다. 

반면, 실질 문맹은 글 자체는 정확하게 읽는데도 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때 쓰는 표현이다. 실질 문맹은 문해력,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삼는다. ‘실질 문맹’이라는 단어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만큼 실질 문맹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문맹률이 낮은 나라로 꼽히는 우리나라이지만,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1994~1998년 OECD가 성인을 대상으로, 산문문해, 문서문해, 수량문해 등 영역으로 나눠 실시한  국제성인문해조사(International Adult Literacy Surveys)를 2001년 한국에서 실시한 결과 전 영역에서 꼴찌로 나타났다. 또 2014년 11월 14일 KBS의 보도에 따르면, 'OECD skills outlook 2013' 조사문항으로 우리 국민에게 시험해 본 결과 청장년층은 큰 문제가 없는 반면 노년층의 실질문맹률은 22개국 중 끝에서 3번째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2년 실시된 OECD 국가별 성인 문해력 조사에서 한국은 500점 만점에서 273점을 얻어 평균 268점을 가까스로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핀란드가 288점, 스위덴이 279점으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실질 문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독서량이다. 경성대 국어국문학과 황병익 교수는 “독서를 하지 않으면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15세 이상 인구)에서 한국의 독서율은 74.4%로 OECD 평균인 76.5%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나마 자기계발을 위한 독서량은 2016년 유엔통계로 보면 세계 최하위권(192개국 중 166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량이 높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성과 위주의 교육 환경이다. 직장인 전민창(29, 경남 창원 소답동) 씨는 독서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게 어렵다. 전 씨는 “중, 고등학교 때는 대체로 외워서 시험을 치르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다양한 책을 읽지 않았다”며 “어렸을 때 책을 안 읽어 독서 능력도 없는 것 같고 지금은 직장을 다니다 보니 책을 읽을 시간도 없어서 더 멀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빈번한 스마트폰 사용 또한 독서량을 낮추는 원인이다. 황병익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궁금한 정보를 찍으면 바로 나오니 사람들이 책을 읽어 지식을 쌓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책하고는 점점 멀어진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화면에 길들여지면 우리의 감각은 독서에 길들여지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김예영(부산 해운대구, 22) 씨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본인이 실질 문맹이 돼 가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고. 김 씨는 “스마트폰으로 SNS를 자주 하다 보니 뉴스의 키워드만 보게 되고 내용은 굳이 읽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 분명히 봤던 내용인데 키워드만 기억나고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던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독서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독서를 이끄는 독서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황병익 교수는 “독서의 출발은 '나'여야 한다. 내가 무언가를 궁금해야 된다. 나를 발전시켜주고 내 사고를 영역 확대시켜주는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단순한 지표의 문제, 결과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는 오래 전부터 (실질 문맹의) 방향에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바꾸려고 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경성대 국어국문학과 박훈하 교수도 “보다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제도권에서만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모임 등 일상 생활에서도 폭 넓게 이뤄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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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cnews 2017-06-25 21:07:45
지적해 주신 오류를 수정했습니다. 오류 지적에 감사합니다.

배고 파 2017-06-24 09:10:22
그리고 2015년에 우리나라 독서율이 oecd꼴찌라는 통계는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는데, 만약 표준집단 전체가 아니라, 일부에서 꼴찌라면 어느 부분인지 언급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서는 개인한테 읽어라고 강요하는게 아니라, 읽을 여건을 만들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업 및 업무 독서량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일상에서 책을 읽고 싶을까요

배고파 2017-06-24 08:51:09
또한 2013년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국가 2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제성인역량조사가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독서빈도와 독서율은 oecd평균수준입니다. 일본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입니다. 16~24세 독서율과 학업독서율은 oecd최고수준입니다. 또한 문해력이라할 수 있는 언어능력도 oecd 평균수준입니다. 영국,덴마크,독일,미국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배고파 2017-06-24 08:31:11
제시된 통계자료가 적절치 않는 것 같군요. 우선 'OECD 국가 중 실질 문맹률은 가장 높다'라고 현재형으로 언급되어 있는데 통계는 2001년 통계인게 이상하구요. 2001년 통계 자체도 oecd홈페이지를 들어가봐도 비슷한 통계가 없어서 알아보니 oecd에서 2001년에 우리나라 문해력을 조사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국내조사를 oecd조사에 단순 비교한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정확도도 떨어지고 출처가 oecd인 것도 틀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