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절벽에 구직자 58%, "내키지 않지만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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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절벽에 구직자 58%, "내키지 않지만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겠다"
  • 취재기자 박영경
  • 승인 2017.06.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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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 설문조사...직무 경력 쌓기, 빠른 취업, 공백기 최소화 등 이유 / 박영경 기자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비정규직 구직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취업준비생들은 사회적 안정감이 주는 행복을 포기하드라도 취업했다는 것 자체에 비중을 두는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 통계에 따르면, 취업 활동에 열올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도, 그나마도 자리가 있다면 취업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사진: 잡코리아 제공).

국내 대표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실시한 현재 취업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구직자 1368명을 대상 비정규직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7%가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정규직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려는 이유로는 “직무 경력 쌓기”가 45.4%로 1위를 차지했다. ‘빠른 취업을 위해(35.3%), ‘취업 공백 최소화(29.5%)가 뒤를 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 준비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는 김지연(25) 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의 스펙 공백기에 불안해하고 있다. 김 씨의 경우가 바로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겠다’는 이유 중 세 번째로 많은 비율인 ‘취업 공백 최소화’에 해당하는 사례다. 그는 “요즘에는 졸업 후에 바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졸업 후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소문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사실 그 기간이 비어 있다보니 '그동안 놀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요즘 같은 취업난에 청년들이 안일하게 아무 생각없이 마냥 놀지는 않는다”며 “그 기간이 길수록 오히려 고통받는 것은 구직자들”이라고 하소연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이번 잡코리아의 조사에 참여한 과반이 ‘비정규직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이유에 대해 ‘불안한 고용 형태’가 43.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결과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이들이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현실을 반영해주고 있다. 두 번째로 응답자들이 많이 선택한 대답은 ‘정규직과의 차별 대우’가 34.9%, ‘낮은 급여’가 14.4%로 세 번째를 차지했으나, 이는 업무에 대한 인권 문제나 안정성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대형 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47) 씨는 비정규직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질문에 한숨으로 첫 마디를 대신했다. 그는 “피해 의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비정규직임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눈빛이 가끔은 비웃음으로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정부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니, 마지막 기대라도 한 번 걸어보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인 만큼 새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네티즌들은 “취업 준비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준비 기간 동안의 공백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너무 가혹하게 느껴진다”, “청년들보고 해외로 나가라고 무언의 압박을 보내는 것 아니냐”, “대학 다니는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 쌓고 학점 관리해봐야, 비정규직이나 이곳저곳 기웃거리게 되니, 열심히 해야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등 국내 취업 활동에 냉소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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