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숄더 유행 속 세대갈등 폭발…“옷 꼴이 그게 뭐냐” vs "유행 따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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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숄더 유행 속 세대갈등 폭발…“옷 꼴이 그게 뭐냐” vs "유행 따를 뿐"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6.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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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세대 간 문화 차이 인정하려는 노력 필요" / 정인혜 기자
'오프숄더' 패션을 두고 세대갈등이 심화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김용희(81, 부산시 연제구) 씨는 요즘 손녀의 옷차림이 영 마땅찮다. 어깨를 훤히 드러내는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시집도 안 간 손녀가 어깨를 노출한 옷을 입은 걸 보면 ‘남사스러워서’ 얼굴이 화끈해질 지경이라고. 김 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부끄러운 것도 모르는지 어디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몸을 그렇게 함부로 다루냐”며 “옷 같지도 않은 천 쪼가리, 가위 가져다가 싹 다 잘라버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대학생 민지경(22, 서울시 성동구) 씨는 집을 나서기 전 할머니의 한숨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며 진지하게 자취를 고민하고 있다. 둘도 없는 사이였던 할머니와 민 씨가 소원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옷’ 때문이다. 민 씨는 “그렇게 노출이 심한 옷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옷을 입고 다닐 뿐인데 안 그러셨던 할머니가 요즘 나만 보면 매일같이 소리를 지르신다”며 “입고 싶은 옷도 마음대로 못 입는 건지 너무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민 씨가 즐겨 입는 옷은 요즘 유행하는 ‘오프숄더’ 블라우스다.

한여름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오프숄더(off shoulder) 패션이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유행 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프숄더 패션은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유행을 탔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프숄더 블라우스는 지난 2015년 동기간보다 약 6배인 584%라는 판매고를 올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다수 인터넷 쇼핑 사이트 판매 1위에는 오프숄더가 랭크돼 있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오프숄더 블라우스가 가장 앞에 걸려 있을 정도다.

오프숄더 블라우스가 유행을 타면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세대갈등’이다. 중장년층은 ‘노출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젊은 여성들은 ‘어깨 노출이 대수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근무 중인 김모 씨는 오프숄더 블라우스를 두고 말다툼하는 모녀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작년부터 오프숄더 블라우스가 유행하면서 ‘야하다,’ ‘괜찮다’며 싸우는 모녀 손님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어른들이 보기에는 조금 꺼림칙한가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의 문화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유행이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사회연구소 관계자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면서도 “상대의 문화를 유연하게 보기 위한 넓은 시각을 견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윤복희 씨에게 열광했던 젊은 세대는 바로 지금의 ‘기성세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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