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천사 박달흠 씨, "아내와 아들까지 아너 소사이어티에 이름 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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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천사 박달흠 씨, "아내와 아들까지 아너 소사이어티에 이름 올렸죠"
  • 취재기자 박상민
  • 승인 2017.06.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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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화장품 가게 운영하며 20년간 꾸준히 기부...이웃들도 감명 받아 장학회 설립 / 박상민 기자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란 말이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개인 기부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한 모임으로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1억 원 납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을 뜻한다. 

여기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한 기부 활동으로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한 중년 남성이 있다. 그의 아내와 아들 또한 그를 따라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되어 부산에서는 최초의 가족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나눔을 몸소 실천하며 행복한 기부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이 사람은 박달흠(59) 씨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박달흠 씨(사진 : 취재기자 박상민)

애초에 박달흠 씨는 부자도, 재벌도 아니었다. 박 씨는 1958년 경북 청도에서 아들만 7형제인 가난한 시골 집안에서 여섯째로 태어났다. 그는 넉넉지 않던 집안 형편 탓에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군에서 제대한 뒤 유통업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박 씨는 “고등학교 다닐 적만 하더라도 시골에서 농사나 지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제대하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세상이랑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때부터 박 씨는 부산에 정착했다. 그는 부산 동래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판매 사원을 시작으로 3년 뒤에는 대형 조미료 회사에 영업 사원으로 들어가 일하며 지금의 아내인 정미란(54) 씨를 만나 결혼했다.

박 씨는 1984년 아들이 태어나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장사에 뛰어들었다. 부산 사직동에서 제일 처음 분식집을 시작으로 숯불 바베큐집, 통닭집까지 잇따라 업종을 바꿔 가며 제법 성공을 거두게 됐다. 야구가 한창 인기를 끌 때는 하루에 3, 4시간 쪽잠만 자며 장사했다.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는 가족 사진 찍을 시간조차 없어 사진을 오려서 가족 사진을 만들어 가기도 했다. 이렇게 힘들게 번 돈이지만 이즈음부터 해서 박 씨의 선행이 시작됐다. 박 씨는 “조금씩 돈을 모아 매달 30~40만 원의 목돈을 탈북 청소년들과 아동시설에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5년에는 식당을 그만두고 화장품 유통업을 시작했다. 화장품 사업의 성공과 함께 박 씨의 선행 활동도 더욱 다양해졌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신문 지면에서 '아너 소사이어티'에 대한 기사를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박 씨는 “아너 소사이어티가 당시에는 상당히 생소했다”며 “저런 큰 금액을 기부하다니 대단하다”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심 ‘나도 한 번 해볼까’라고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된다. 2010년부터는 부산 명륜동에서 다시 식당을 시작한 박 씨 부부는 지금 종합 화장품 가게 대표이자 국밥집 3곳, 쭈꾸미집 1곳을 운영하는 알부자가 됐다.

이제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그이지만 아직까지도 그는 ‘공(功)을 뒤집으면 운(運)자가 된다’는 말을 항상 머릿속에 되뇌며 부지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덧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나이가 됐지만, 박 씨는 여전히 남을 위한 선행을 인생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내 이름과 부인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 씨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 곳곳에는 그의 선행활동이 눈에 띈다(사진 : 취재기자 박상민).
착한가게로 선정된 박달흠 씨의 가게(사진: 취재기자 박상민)

매월 적게는 수십 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 원까지 20년 동안 꾸준한 기부 활동을 이어오던 박 씨는 2012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회원이 된 이후에도 박 씨는 지속적으로 기부 활동과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기부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박 씨의 기부 활동은 계속 가지를 뻗어 2013년에는 부인인 정미란 씨가, 2014년에는 아들 박해경(32) 씨가 각각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또한, 박 씨가 운영하고 있는 국밥집 프랜차이즈 대표 전판현 씨도 박 씨의 영향으로 2013년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2015년 12월에 설치된 명륜 1번가 착한거리 조형물(사진: 취재기자 박상민)

그뿐만이 아니다. 박 씨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명륜동에서 박 씨의 기부 소식이 들리자 이 일대의 상인들이 모인 번영회에서 장학회를 결성하게 됐다. 번영회에 가입한 대부분의 가게들이 박 씨의 권유로 착한 가게에 가입해 매달 3만 원씩 기부를 하고 있다. 회원들은 식당에서 나오는 병뚜껑이나 캔을 모아 판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매달 마을 어르신들에게 음식 대접을 하고 있다. 장학회를 통해 어려운 형편에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2015년 12월에는 명륜동 1번가에 있는 가게 50% 이상이 '착한 가게'에 가입해 거리 자체가 '착한 거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박 씨의 기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있다. 박 씨에게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그저 내가 잘 살다보니까 기부하게 됐다”며 “내가 남에게 베푸는 장사를 하다 보니까 기부가 습관처럼 된 것 같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놓았다. 박 씨는 남을 위한 기부지만 그 기부가 오히려 자신을 위한 기부라고 했다. 

“음식 장사를 하면서 맛이 좋아서 찾아주는 분들도 많지만 내가 선행한 걸 보고 찾아주는 사람들도 많지요. 그럴 때면 오히려 내가 기부를 받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박 씨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기부를 통해서 이 사회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전해져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나눔과 실천이 우리 사회에 따뜻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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