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혐오 그림 무용지물, 담배 케이스 이어 스티커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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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혐오 그림 무용지물, 담배 케이스 이어 스티커까지 등장
  • 취재기자 이지후
  • 승인 2017.06.0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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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편의점서 배포, 최근엔 전단지 광고도 스티커 모양으로 제작해 무료 제공 / 이지후 기자

대학생 염현식(24, 부산 부산진구)씨는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사면서 무료로 나워주는 스티커를 챙겨 나왔다. 염 씨는 그 스티커로 담배 겉면의 흡연 경고 그림을 가렸다. 염 씨는 “흡연 경고 그림이 나온 이후에 담배를 꺼낼 때마다 기분이 찝찝했는데 이 스티커로 가리니까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부터 담뱃갑에 흡연을 경고하는 여러 혐오 그림이 포함된 상태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금연 정책으로 담뱃값 인상과 함께 시행한 것이다.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이 부착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는 담배 판매량이 감소했다. 하지만 3월부터 다시 담배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여 정부의 금연 정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담뱃갑에 혐오 그림이 포함된 상태로 나오자 제일 먼저 흡연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담배 케이스였다. 담뱃갑을 담배 케이스에 넣고 다니면 혐오 그림을 가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티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담배 혐오 그림을 가리는 전용 스티커를 매너라벨이라고 부른다. 이 매너라벨은 담뱃갑에 딱 맞는 크기로 만들어져 혐오 그림을 완벽하게 가려준다. 일부 편의점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판매하더라도 100~200원에 불과하다. 

스티커를 붙인 담배(사진: 취재기자 이지후).

정부가 금연 정책으로 내놓은 혐오 그림이 담배 케이스에 이어서 매너라벨까지 나오면서 거의 효과를 못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매너라벨은 아직까지 제제를 가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대로 두고 볼 수밖에 없다.

비흡연자들은 매너라벨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김수연(22, 부산진구) 씨는 “정부가 금연 정책으로 담뱃갑에 혐오 그림을 포함시켜서 판매하는데 이 혐오 그림을 가리는 라벨을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금연 제도를 무력화하는 편법이다. 빨리 이 매너라벨을 팔지 못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흡연자인 대학생 조민성(21, 부산 사상구)씨는 “담배 케이스를 사용하는 것도 번거로웠는데 스티커만 붙이면 되니까 간단해서 좋다. 요즘은 담배 스티커를 주는 편의점에서만 담배를 사러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길거리 전단지 광고도 담배 스티커 모양으로 제작되어 무료로 배부되고 있다. 광고주가 매너라벨을 만들어서 편의점이나 슈퍼에 주면 그 가게의 직원이 매너라벨을 손님들이 알아서 가져가도록 진열해 두는 방식이다.

해운대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 강주화(22, 부산 해운대구)씨는 “나도 처음에 이 스티커를 봤을 때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몇몇 손님이 자연스럽게 가져가서 혐오 그림이 있는 부분에 스티커를 붙이는 걸 보고 그 용도를 알게 됐다” 며 “최근에는 매너라벨을 찾는 손님이 너무 많아져서 늘 딸린다”고 말했다.

광고주는 매너라벨을 이용해서 광고를 하고 담배 판매 업소는 무료로 매너라벨을 제공해 손님을 끌고 흡연자는 담뱃갑 혐오 그림을 가릴 수 있어 매너라벨의 인기는 계속 높아져 가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담배광고 규제는 담배 제조 업체가 직접 제작하는 것만 제제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직접 매너라벨을 구매해서 혐오 그림을 가리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가 불가능하다. 만약 편의점이 매너라벨을 직접 붙인 담배를 판매한다면 제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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