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노무현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 '노무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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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노무현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 '노무현입니다'
  • 부산광역시 김지언
  • 승인 2017.06.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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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타파 도전하다 깨지고 깨져도 다시 일어나던 '국민 바보'의 오뚝이 삶 그려 /부산광역시 김지언
<노무현입니다> 공식 포스터(사진: 영화사 풀 제공).

지난 5월 9일. 언제나 국민을 먼저 생각한 '국민 바보'의 친구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친구와 같은 길을 걷게 된 그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 그는 16대 노무현 대통령과는 각별한 사이였다. 앞으로 펼쳐질 그의 행보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던 그 시간에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개봉했다. 러닝 타임 109분의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인간 노무현의 칠전팔기 도전기, 그 끝에 얻은 값진 승리, 그리고 그가 떠나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선거에서 세 번의 고배를 마시고 서울 종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첫 승리를 거머쥔 그는 그곳에서 재선을 노리겠다는 손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온 그는 노무현이란 이름 석자를 기억해 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민심은 그를 알아주지 않았다. 

참담했다. 화려한 학벌과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찬 정치판에서 그의 낙선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그의 진심을 알아본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신이 났다. 당당하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노무현은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며 길을 걷다 마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와 악수를 건네는 사람이었다. 쓰러져도 꿋꿋이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낙선해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국민이 대통령 후보를 직접 뽑는 ‘민주당 국민경선제’가 시행될 당시, 같은 당 이인제 후보가 자신을 비방할 때도 그는 오히려 더 당당하게 맞서 싸우며 국민을 열광케 했다. 선거 유세를 위해 시장에서 상인들이 판매하는 떡볶이를 먹기보단 그들을 위해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는지 고민할 것이라던 인간 노무현. 그와 함께하는 길은 언제나 노란 희망으로 가득했다.

먹먹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의 외로웠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며 소리 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그를 위해 울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참되고 바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두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남기고 떠난 노무현. 영화 말미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은 항상 지갑 속에 넣어 다닌다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읽으며 이렇게 말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글 쓰는 스타일은 처음에는 많은 생각을 담았다가 차츰 간략하게 다듬으시는 편이다. 머릿속에서 늘 유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를 아주 외롭게 두었다. 이게 제가 유서를 볼 때마다 느끼는 아픔”이라며 애통해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나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가 느꼈을 절망과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며 후반부에서는 큰 소리로 오열하지 않도록 몸을 떨어야만 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이창재 감독은 영화를 다 만들어 놓고도 전 정권으로부터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인터넷에 무료로 영화를 풀어버릴까 고민하기도 했단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헌법으로 명시해놓은 대한민국에서 이 감독이 느낀 억압감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건강하지 못했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우리가 지난 4년간 전 정권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것은 그동안 우리가 정치에 대해 너무 무지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19대 대통령을 향한 일부 언론의 정권 흔들기가 벌써 시작됐다. 우리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또 다시 무력하게 잃을 순 없다. 나라 돌아가는 데 이전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우리의 수준이 지난 4년간 나라를 흉흉하게 만들었던 그들과 절대 같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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